막말 부장판사 “OOO, 재판이 장난인 줄 알아”…인권위 “피고인 인격권 침해”

막말 재판장은 지난 2월 명예퇴직 후 변호사…인권위, 해당 법원장에 재발 방지 대책 권고 기사입력:2014-09-04 18:42:33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정에서 재판 진행 중에 나이 많은 피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막말을 한 재판장의 행동은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라며 소속했던 법원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취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4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0년 10월 모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선거에 출마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1심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A씨가 “재판장인 B부장판사가 막말을 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 A씨는 “재판 중 진정인이 피진정인(B)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일상적으로 반말을 하고, 특히 이름을 부르며 ‘재판이 애들 장난인줄 알아? 질문을 하란 말이야. 질문을 하면 되지 왜 설명을 하는 거야?’, ‘지금 뭐하는 거야? 녹음한 거 아냐?’ ‘필요 없어, 됐어’ 등 사회상규를 위반해 막말을 하며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가 조사에 나섰고, B부장판사는 서면진술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한 의견진술 기회 부여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B부장판사는 지난 2월 명예퇴직 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B변호사는 “이미 지방법원에서 법원 차원의 답변을 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법관은 판결로만 말하고, 재판의 절차와 내용은 공판조서로만 증명한다. 따라서 재판내용은 공판조사와 영장, 판결문 등을 확인해 보면 알 것”이라며 “일일이 재판에 대해 시비를 거는 민원인들의 행동에 대해 법관 또는 법관이었던 사람이 답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답변했다.

그는 또 “영장재판이든 공판이든 법원의 재판에 대해서는 인권위에 아무런 조사권한이 없다”며 “따라서 더 이상의 해명할 이유나 필요도 없는 사안이며, 권한도 없이 법관 또는 법관이었던 사람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을 운운하며 압박행위를 하는 것은 심히 불쾌하고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본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법원의 재판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국가인권위는 재판 당시 국선전담변호인 등으로부터 참고인 진술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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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전담변호인은 “구체적인 표현이 기억나지 않지만 피진정인(B)이 진정인(A)이나 증인 등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내고 혼을 낸 기억이 있다”며 “또한 피진정인이 재판 중 ‘재판이 장난인줄 아느냐? 장난치느냐?’는 취지의 말을 누군가에게 했고, 진정인에게 ‘지금 뭐하는 거야? 녹음하는 것 아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고 진술했다.

A씨에 대한 고발인으로 재판과정에 참여한 선관위 직원도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가끔 반말을 섞어서 말했고 ‘장난하는 거야?’라는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녹음하는 거야?’라는 말을 한 것은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진정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동피고인도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재판 중 고개를 숙이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상황에서 ‘재판이 애들 장난치는 것인 줄 아느냐?’고 했고, 무심코 핸드폰을 만지면 ‘너 지금 녹음하는 거야?’라고 윽박지르고, 진정인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필요 없어, 됐어’라고 하면서 제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검찰청 호송출장소 경위도 “이번 사건 당시 법정구속 결정 이후 진정인의 신병을 인수받아 구치소에 입감시켰는데, 그 과정에서 진정인이 피진정인에 대한 불만을 많이 표출했고 인격적으로 모독을 당했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진정인의 진정서와 제출자료, 공판조서 등 해당 지방법원의 제출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인권위는 “피진정인(B)은 2012년 10월 17일 모 지방법원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공판을 개정했는데, 재판과정에서 진정인에게 수차례 반말을 하거나 진술을 제지하면서 ‘재판이 장난이야?, 지금 장난치는 거야?’, ‘지금 녹음한 거 아냐?’, ‘필요 없어, 됐어’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장인 피진정인은 증인신문 시 진정인(A)을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했고, 이후 진정인은 구치소에 수감됐다.

국가인권위는 “피진정인이 재판장으로서 법정지휘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장난치냐?’라는 말은 어른이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나무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점, 피진정인보다 나이가 많은 진정인이 피진정인으로부터 수차례 반말과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발언으로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면 이는 진정인의 명예감정을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나아가 판사인 피진정인의 법정지휘권이 공복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에게 주어진 권한인 이상 이를 국민에 대해 행사함에 있어서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행사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 피진정인의 언행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조치의견으로는, 피진정인이 지난 2월 명예퇴직 해 공무원 신분이 아니므로 피진정인에게는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하되, 법원행정처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법정언행에 대한 대책이 일부 법원과 법관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점을 감안해 해당 지방법원장에게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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