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이정렬 파렴치범 징계 아니다…변협은 변호사 등록 받아야”

과거 법조비리 연루나, 사회적 물의 일으킨 판ㆍ검사 살펴보니 변호사 등록 기사입력:2014-03-20 16:02:48
[로이슈=신종철 기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일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 논란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등록은 받되, 과거 징계사유를 공개하는 방법을 택하는 게 온당하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연락에서 먼저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파렴치범으로 법원에서 징계 받은 것이 아니다”며 “법원이 받고 있는 오해를 해소하려는 선의에 따른 정보공개로 징계를 받은 것이다”라고 상기시켰다.

대법원이 비록 징계를 내렸지만, 이정렬 부장판사가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리게 된 배경에 충분히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얘기다.

조국 교수는 그러면서 “변협은 변호사 등록 거부라는 최강수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등록은 받되 과거의 징계사유 등을 공개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변호사 등록 거부는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조국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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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년 6월 창원지법에서 법복을 벗은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0일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에 변호사 등록 및 입회 신청을 했다. 그런데 지난 3월 6일 거부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정렬 신청인에게 징계처분과 형사처벌에 관한 사실관계를 추가로 소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신청인은 끝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신청인이 법원조직법을 위반해 징계를 받은 사실 및 차량 손괴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그리고 심사위원회의 추가소명 요청을 거부한 사실에 비춰, 변호사 자격등록 및 입회가 부당함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징계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 징계결정서와 진술서를 통해 상세하게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변호사회가 추가 소명을 요구한 것은 질병 관련 자료이면서도 보도자료에는 징계 관련 자료의 추가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발표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등록 거부 의견을 관련 서류와 함께 대한변호사협회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협회장 위철환)이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사 등록에 관한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변협은 오는 4월 16일 심사기일을 이 전 부장판사에게 통보했다.

이정렬 전 판사는 심사기일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이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어떻게 최종 판단할지 주목된다.

그런데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조국 교수가 ‘비례성’을 지적한 것처럼,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로 판정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과거 사례를 종합해봤다.

▣ 법조비리 등 사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판사들 변호사 등록

그렇다면 그동안 법원과 검찰에서 근무할 당시 비리에 연루돼 처벌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판사들과 검사들의 변호사 등록 신청은 어떻게 됐을까.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변호사 등록 현황을 확인했다.

▲대검찰청왼쪽으로보이는건물이대법원

▲대검찰청왼쪽으로보이는건물이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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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법원부터 본다. 2013년 사법부는 법관의 막말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서울동부지법의 A부장판사는 법정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을 국민적 공분을 샀다. 파문이 확산되자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13년 1월 “형사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증인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A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징계 소식을 접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견책? 이것도 징계라고?”라고 꼬집으며 “‘막말 권장 징계’군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A부장판사는 또 “여자가 왜 이리 말이 많으세요”라는 취지의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법원은 2013년 10월 “법정언행의 중요성 및 이로 인한 법원 신뢰 문제에 대한 신중한 고민 끝에 Y부장판사의 의사를 존중해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부장검사 출신 송훈석 변호사는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법정 출입금지명령을 내려야겠네”라고 지적했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경우,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의 징계결정서를 보면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은 심판의 합의를 공개해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2012년 1월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법원가족들께 말씀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A부장판사에 대해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징계이유는, 이정렬 전 부장판사의 징계결정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A부장판사는 올해 변호사 등록이 됐다.

또한 2011년 4월 서울고법의 B판사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여성에게 신체를 밀착해 추행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돼 사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물론 B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법원은 곧바로 수리했다. 이후 B판사는 변호사로 등록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법조브로커 윤상림 관련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3명은 이듬해 변호사로 등록했고, 2004년 변호사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판사도 변호사로 등록했다. 또한 1999년 대전 법조비리 당시 판사 5명도, 그리고 1997년 이순호 법조비리에 연루된 의정부지원 판사 8명도 이듬해 변호사로 등록한 전례가 있다.

▣ ‘스폰서 검사’ 등에 연루됐던 검사들도 변호사 등록

▲서울서초동변호사회관

▲서울서초동변호사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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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경우는 어떤지 보자.

2009년 검찰총장에 내정됐던 A검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혐의, 장남 병역비리, 건설업자와의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이 드러나 검찰총장 후보를 자진 사퇴했다. 물론 A검사장은 변호사로 등록됐다.

뿐만 아니다. 2009년 4월 검찰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이 있었다. 이 사건은 진상규명위원회와 특별검사까지 불러오며 검찰을 강타했다.

당시 파문이 확산되자 B부산지검장은 사표를 제출했으나,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2010년 6월 “B검사장이 ‘스폰서 검사’를 폭로한 건설업자로부터 향응을 수수하고, 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보고 누락, 지휘ㆍ감독 태만 등의 비위를 저지른 혐의가 인정된다”며 면직 처분을 내렸다.

‘스폰서 검사’에 연루된 대검 간부였던 C검사장도 건설업자로부터 향응 등을 수수하고, 접대 의혹과 관련해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돼 면직 징계처분을 받았다.

면직은 해임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처분이다. 하지만 두 전직 검사장은 변호사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다. C검사장의 경우 작년에 유명인사의 변호인으로 선임돼 언론에 변호인으로서의 모습도 드러냈다.

뿐만 아니다. 1999년 검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전 법조비리사건이 터졌다. 당시 많은 검사들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하지만 당시 검사장 2명, 차장검사 1명 등 5명의 검사들 모두 현재 변호사로 등록됐다.

▣ 법조비리에 연루됐던 판사와 검사들도 변호사로 등록

2006년 이른바 법조브로커 ‘김홍수 게이트’라 불리는 사건에 연루됐던 판사와 검사들도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당시 법조브로커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식탁과 쇼파를 받은 혐의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A씨도 변호사로 등록됐다.

법조브로커로부터 청탁과 함께 7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수원지검 부장검사 출신 B씨도 변호사로 등록했다. 또 당시 1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C씨도 변호사로 등록된 것이 확인됐다.

2008년 뇌물수수(술값 800만원)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 선고받았던 전주지법 부장판사 출신 D씨도 변호사로 등록됐다.

2003년 8월 법조브로커로부터 다른 법원의 재판에 관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징역 8월을 선고받은 부장판사 출신 E씨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2007년 6월 구속되지 않게 해달라는 로비 청탁을 받고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천지검 부장검사 출신 F씨는 변호사등록이 취소됐다. 하지만 2010년 8.15 특사에서 형선고실효 및 특별복권을 받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한편, 특정업무경비 유용 등 각종 의혹으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서 낙마한 이동흡 전 재판관은 변호사 등록이 안 돼 있다.

▣ 이정렬 부장판사는 왜 법원내부게시판에 해명 글 올렸나?

이런 전례에 비춰 볼 때 이정렬 전 부장판사 입장에서는 자신에게만 유독 너무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정렬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무슨 내용을 올렸길래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부러진화살>포스터

▲영화<부러진화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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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이게 재판이야, 개판이지”라며 검찰과 사법부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 화제가 됐다. 2007년 사법부가 “사법테러”, “판사 석궁테러”라고 규정한 사건이다. 교수지위확인 항소심에서 패소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항소심 재판장인 박홍우 부장판사의 집 앞에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다 석궁을 발사해 박홍우 재판장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명호 전 교수는 자신이 발간한 <판사, 니들이 뭔데?>라는 책에서도 또한 기자와 만나서도 “‘판사 석궁 테러’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재판테러를 일삼는 사법부에 대한 ‘석궁 시위’, ‘석궁 의거’”라고 항변한다. 특히 김 전 교수는 “석궁사건은 100% 대법원 주도 하에 증거가 조직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부러진 화살>은 이 석궁 형사사건의 재판 진행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정렬 부장판사에게 불똥이 튀었다. 자신은 민사사건 주심을 맡은 것인데, <부러진 화살>에 나오는 형사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왜곡되거나 오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며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자, 이정렬 부장판사는 고뇌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2012년 1월 25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생뚱맞은 공격을 하는 언론과 일부 오해하는 법원가족에 대해 해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먼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너무나 화가 나 있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와 관련해 그동안 너무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론계 종사자라고 우기면서 자기들 편한 대로 전혀 사실과 다른 소설을 쏟아내고 모함을 해대는 사람들, 입장표명이나 거취표명을 하라고 악다구니를 써 대는 사람들...”이라며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제게 왜 할 말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일부러 외면했고, 참았다”며 “무엇보다 그 사건에 관해 다시 언급한다면, 김명호 교수의 소송수행상의 잘못 때문에 패소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될 것인데...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가 한 판결 때문에 상처를 받은 분이니, 저에게는 그 분의 잘못을 언급함으로써 다시 상처를 가할 권리가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쏟아지는 온갖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런데 누구의 지시를 받아 짜맞추기식 엉터리 판결을 했냐, 지시한 사람이 청와대라는 둥, 대법원장님이라는 둥 엉터리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는 민사사건에만 관여한 제게 왜 (석궁사건) 혈흔감정도 안 하고, 부러진 화살도 증거물로 안 나왔는데 중형을 선고했냐는 둥 도대체 제가 민사사건에 관여를 했는지, 형사사건에 관여를 했는지조차도 모르는 분까지 있었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이 글 중에서 일부 표현을 가지고 말꼬리를 잡고, 또 자기들 마음대로 소설을 쓰고, 자기들 입맛에만 맞춘 말과 글을 써 대겠지요”라며 언론에 불신을 드러내며 “저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고, 명색이 부장판사라고 하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품위 없게도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그런 것들을 따지기에는 너무나 지쳤다”고 상심이 컸음을 고백했다.

이정렬 부장판사는 이렇게 오해를 풀어주는 글을 판사들을 비롯한 법원공무원들만 볼 수 있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은 이 부장판사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보수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이후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 6개월 정직에 법원공무원들 나서 대법원 규탄, 시민들 징계 철회 청원운동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전호일, 옛 법원공무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개혁적인 사고를 가진 법관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징계위원회 회부를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2012년2월14일법원노조가대법원청사정문앞에서가진기자회견에서전호일법원본부장이양승태대법원장을규탄하던모습

▲2012년2월14일법원노조가대법원청사정문앞에서가진기자회견에서전호일법원본부장이양승태대법원장을규탄하던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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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본부는 “법원은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개봉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정렬 부장판사는 법원가족에게 자신의 심정과 재판의 과정을 솔직하게 언급했고, 이는 영화에 의한 사법불신의 가중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합의내용을 간단하게 언급했을 뿐”이라며 법원공무원들이 나서 징계 요청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법원본부는 다음날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가는 곳마다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법관 스스로 재판의 독립에 대한 의지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며 “그렇다면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절차 이행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2012년 2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서기호, 이정렬 판사에 대한 징계시도를 철회하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도 예의주시하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2012년 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징계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이 그럴싸한 핑계를 들면서 징계 이유를 애써 강변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번 징계 시도가 지난 2008년 촛불 재판에 불법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 반대하면서 사법개혁을 시도했던 판사들을 축출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지금 사법부가 정의와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사법부는 겸허하게 국민의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12년 2월 13일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심판의 합의를 공개함으로써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법원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법불신 자초한 양승태 대법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규탄했다.

전호일 법원본부장은 “이정렬 부장판사가 법원내부게시판에 사법신뢰 회복과 본인의 결백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인물인 김명호 교수 사건 재판부 합의내용을 간략하게 공개한 것에 대해 창원지법원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징계를 요청하고,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개인비리 자들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현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행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양성윤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양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이미 예견돼 있었다”며 “이정렬 부장판사 징계와 서기호 판사의 탈락처럼 이후에도 대법원의 잘못된 폭거가 계속될 것이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법률적 판단은 사망했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맡고 있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앞에 극단적인 최고수위의 액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법부의 심각한 위기 상황 때문”이라며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 것처럼, 똑같이 법원도 판결로 말해야 한다. 인사로 말하면 안 된다. 상급법관이 하급법관을 인사조치하라고 사법권 독립이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은 또 “상급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의 사적인 SNS(트위터, 페이스북) 얘기를 이유로 인사조치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한인섭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중징계를 들이댄 저의는?” 대법원 비판

징계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트위터에 “이정렬 판사에 대한 정직 6월 징계는 서기호 연임거부와 같이 법관을 통제ㆍ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법관의 독립ㆍ양심의 존중은 민주사법의 최소 안전장치. 법관의 위계질서화를 심히 우려한다”고 대법원을 정조준했다.

한 교수는 이정렬 부장판사의 행위를 “정상을 참작할 부분이 많다”며 “(재판장인) 부장판사가 석궁까지 맞고, 영화까지 나와 법원이 불신 받는 상황에서 주심판사로서 가만히 있기도 괴롭다. 부장이 당하는 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대리방어로서 설명한 것이라면 참작사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정렬의 공개 방법도 법원의 인트라넷(내부통신망)에 올린 정도. 외부 언론기고도 아니다. 정 문제 삼으려면 인트라넷을 외부 언론에 알린 쪽을 찾을 일. 외부기고가 아닌 점에서도 참작사유 약간 추가”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이게 <6개월 정직>감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다른 비리사안도 이보다 경미한 징계 받았다. 그런 중징계는 <법조비리>에 대해 행해져야.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비리도 아닌 사안에 그토록 엄중한 징계를 들이댄 저의는?”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는 또 “사법부가 여론의 지탄을 받는 부분 있다면, 법관이 합의비밀 깼기 때문이 아니라, 법관의 판단이 시민의 상식과 괴리되기 때문이고, 법원의 소통능력이 취약한 때문이며 거기다 법조비리로 인해 불신감 증폭되는 것”이라며 “번지수를 제대로 짚기 바람”이라고 대법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막을 들여다보고 당시 징계를 비판하는 상황을 살펴보면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 억울한 측면도 있다. 글을 올리게 된 동기가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고, 그것도 법원가족들만 볼 수 있는 법원 내부통신망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혹한 징계로 볼 수 있다.

▣ 이정렬 부장판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검찰 “무혐의”

뿐만 아니라, 이정렬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이 언론에 의해 외부에 공개돼 보수단체로부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창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허철호)는 2013년 2월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점도 대한변호사협회가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 검찰 내부게시판에 비판 글 올린 임은정 검사 징계…법원 “징계사유 아냐”

여기에다 임은정 검사 사례에 견주어 보면 왜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 윤길중씨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 공판검사는 지휘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사유에는 임은정 검사가 법정에 나가기 전에 검찰 내부게시판에 무죄구형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힌 것도 포함됐다.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재심사건에 대하여 무죄구형을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사건에서 배제되었으나, 재심사건 무죄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무죄구형을 하러 간다. 중징계를 받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 재검토 되고, 검찰이 모든 사건에 있어 죄에 상응하는 구형을 하게 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대검 감찰본부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검찰 내부게시판에 무죄구형에 관한 글을 올려 외부 언론에 전파되도록 해 검찰조직 내부의 혼란을 초래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게 하는 등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라고 징계사유에 포함했다.

이에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1일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재판부는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의견 공표로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원고가 글을 게시한 행위가 검찰 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물론 똑같은 경우는 아니다. 대법원은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해 법원조직법 위반의 잣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개가 외부가 아닌 내부통신망이라는 유사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과연 어떤 결론이 내려질까?

▣ 보수언론이 비판에 나서면 징계 카드 꺼내는 대법원은 문제없나?

▲이정렬전부장판사(사진=페이스북)

▲이정렬전부장판사(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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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대법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글이 정작 문제가 됐다면 올렸을 때 바로 삭제 조치를 유도하는 등으로 지적해야지, 가만히 있다가 보수언론이 ‘때리기’ 보도가 나오고서야 징계 카드를 꺼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정렬 부장판사가 2011년 1월 25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재판부 합의내용을 문제 삼으려면, 석궁 사건 당시인 2007년 1월 17일 서울고법 제2민사부 이정렬 판사로서 올린 합의내용 공개 글도 문제를 삼았어야 형평에 맞다.

하지만 서울고법 이정렬 판사가 2007년에 올린 글은 당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이정렬 때리기’에 나선 2011년 1월 25일자 글만 문제 삼은 것은 법원 스스로가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것이며, 언론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언론이 ‘이정렬 때리기’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1월 25일자 글도 단순한 해명 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정렬 전 부장판사에 관한 변호사 등록에 대한 ‘공’은 대한변호사협회로 넘어간 만큼, 대한변협은 이런 정황을 잘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앞서 거론한 과거 변호사 등록 사례도 꼼꼼히 체크해 형평성, 공정성, 비례성 논란 시비에 휘말리지 말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변협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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