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선거철이면 경쟁 후보들 간의 언쟁이 치열하다 못해 비방전이 난무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3선 출신 후보가, 5선 출신 경쟁 후보에게 ‘돼지’에 비유하며 “4~5선은 비계가 껴서 맛이 없다. 잠만 자고...초ㆍ재선만 못하다’”라고 표현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까.
특히 상대가 70~80년대 검사 출신 후보인데 “유신독재 군사독재에 빌붙어서 살았던 구태 정치인, 낡은 정치인”, “아직도 전두환 군사독재 권력에 빌붙어서 산 사람”, “그 후보가 특수검사요, 권력에 빌붙어서 전두환에게 호의호식” 등의 발언까지 했다면 어떨까.
오는 6월에도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라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경쟁 후보들 간의 흑색선전 등 서릿발 섞인 깎아내리기 비방전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번에 후보자들 간의 명예훼손에 관한 눈여겨 볼만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현경대 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은 제주시에서 제13대를 제외하고 11대부터 16대까지 5선 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1965년 제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71년부터 검사로 임용돼 법무부 법무실 검사와 서울지검 특수검사 출신이다.
반면 교수 출신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제주시의 다른 선거구에서 17~19대까지 3선을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해 경쟁하게 됐는데, 강창일 후보가 현경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러자 현경대 전 의원은 “강창일 후보의 발언으로 모욕했고, 허위의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해 결과적으로 19대 총선에서 지지율이 앞서던 자신이 강 후보에게 역전당해 낙선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에 따라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면서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현 전 의원이 모욕감을 느끼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발언은 무엇 때문일까. 앞서 서두에 언급했던 발언 등인데, 재판부의 판단을 통해 알아본다.
먼저 결과는 이렇다.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정일연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현경대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강창일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강창일)의 ‘4~5선은 비계가 껴서 맛이 없다. 잠만 자고.. 초ㆍ재선만 못하다’는 발언에는 원고(현경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이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 발언은 국회의원을 당선 횟수에 따라 ‘초선은 돼지로 치면 60kg, 재선은 80kg이고 3선이 딱 먹기 좋고 맛이 좋은 100kg’이라고 비유하면서 나온 발언으로 원고뿐만이 아니고 피고도 돼지로 비유된 점, 원고를 돼지에 비유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 3선 국회의원인 피고가 원고에 비해 의정활동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의 평가를 저하시켜 피고가 당선되려는 사적 이익 못지않게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자질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상당한 동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발언은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강창일 의원의 “후배들 짓밟으면서 여기로 나왔느냐”, “정상적인 사람이면 지금 나올 수 있는 겁니까”, “때만 되면 마지막이다 하면서 도민에게 사기치고 거짓말하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서 또다시 국회의원 나오는 후보”, “국회의원 자리를 권력의 자리로 알고서 군림하려고 영원히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 등의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이 표현됐고,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 표현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이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마지막으로 출마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점, 피고의 의도는 원고가 자신의 발언을 어기고 재차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것 및 원고와 같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를 요청하고자 했던 것으로 원고의 평가를 저하시켜 피고가 당선되려는 사적 이익 못지않게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경력 자질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상당한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점 등을 종합하면, 위 발언은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현경대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강창일 후보는 “유신독재 군사독재에 빌붙어서 살았던 구태정치인 낡은 정치인”, “아직도 전두환 군사독재 권력에 빌붙어서 산 사람”, “전두환 군사독재 권력에 부역한 사람”, “헌나라당의 헌 후보, 부역 후보”, “그 후보가 특수검사요, 권력에 빌붙어서 전두환에게 호의호식 할 때”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 발언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이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박정희 정권 당시 검사, 전두환 정권 당시 국회의원으로 재직했던 것은 사실이므로 원고에 대한 허위의 사실이 유권자들에게 알려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의 표현은 다소 과격하기는 하나 원고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닌, 원고의 검사 및 국회의원 경력 및 당시의 정권에 대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인 평가를 표명하고, 유권자들에게 평가를 요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정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의 평가를 저하시켜 피고가 당선되려는 사적 이익 못지않게 유권자들에게 원고의 경력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상당한 동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각 발언은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이 역시 현경대 전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경대 전 의원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소할지는 모르지만, 25일 현재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모욕과 명예훼손에 관한 대법원 판례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내림에 있어 대법원 판결을 상당부분 인용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종전 판례에서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 짚어본다.
대법원은 2008년 7월 사건(2008도1433) 판결에서 모욕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어떤 발언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고,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이번 강창일 의원 사건에서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례를 강조하며 이번 판단의 근거로 인용했다.
“상대후보자에 대한 어떠한 사실의 적시가 그 내용이 진실하고,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의 공무담임자로서의 적격성을 가늠하는 데에 유용한 자료로서, 그 사실의 적시의 동기가 상대후보자의 평가를 저하시켜 스스로가 당선되려는 사적 이익 못지않게 유권자들에게 상대후보자의 자질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공공의 이익도 상당한 동기가 됐다면, 위와 같은 사실의 적시는 위법성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지난 2003년 11월 13일 대법원의 판례(2003도3606)다.
“유신독재 빌붙은 구태정치인…전두환에 호의호식” 명예훼손?
현경대 전 의원과 강창일 의원과의 소송 판결을 통해 본 명예훼손 범위 기사입력:2014-02-26 00: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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