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정치인 누구 말 진실일까…이석현 무죄 판결로 본 검찰

돈 건넸다는 진술자가 양심 가책 느껴 번복하면, 검찰은 “번복진술 믿을 수 없다” 항소 기사입력:2014-01-29 22:08:07
[로이슈=신종철 기자] “돈을 받았다”는 검찰과 “돈을 받지 않았다”는 정치인 사건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국민은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할까.

국회가 입법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고 질타하는 것 같지만, 사실 정치인 개인 입장에선 검찰은 마치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이 언제 어느 때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수사에 나서고,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려 대대적으로 보도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늘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때문에 정치인이 일단 검찰과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면 범죄 피의자라는 ‘낙인 효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왜냐하면 언론은 수사와 기소단계, 그리고 공판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정치인은 유권자인 국민에게 어느새 범죄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언론은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그동안 보도해 왔던 것과 달리 상세하게 보도하는데 인색하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대단히 서운한 대목이다. 또한 대법원에서까지 무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검찰은 공개적인 사과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은 낙인 효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이석현 의원 사건을 통해 본 검찰과 법원

이와 관련,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되새겨 볼 만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기소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청사

▲서울중앙지검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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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렇다.

검찰은 이석현 의원이 보좌관에게 지시해 2008년 3월 안양에 있는 지역구사무실 인근에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석현 의원은 검찰 조사 때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억울해했다.

검찰은 또 이 의원이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선거사무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임석 회장을 만나 1000만원을 받았다고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 의원은 후원금 500만원만 받고, 법정한도액을 초과하는 나머지는 돌려줬다고 항변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물적 증거는 전혀 없고, 단지 돈을 건넸다는 임석 회장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

사실 정치인 누구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만으로 검찰이 기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황망하기 그지없다. 실제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도 임석 회장 등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될 당시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에서 할복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할 정도였다. 물론 박지원 의원은 작년 12월 24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물적 증거를 확보한 경우는 물론 유죄 판결이 나오지만, 반대로 물적 증거가 없고 진술에만 의존해 기소할 경우 무죄 판결이 나는 경우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검찰이 신중해야 할 대목이다.

▲이석현민주당의원

▲이석현민주당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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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의원의 경우가 바로 물적 증거가 없고 진술만 있는 경우인데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1ㆍ2심 재판부는 모두 이석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2가지 대목이 눈길을 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먼저 검찰은 구체적인 물증 없이 임석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석현 의원을 기소한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임석 회장이 진술을 번복해 무죄가 나자, 당초 임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기소했던 검찰은 오히려 번복한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항소한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인데, 풀어보면 검찰은 수사할 당시에 한 진술만이 오로지 진실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석현 의원은 임석 회장이 횡령 배임액을 줄여보기 위해 검찰에 잘 보일 필요성이 절박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측은한 마음을 나타냈다. 특히 재판부도 임 회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에 관해 이익을 얻고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이 사건의 1심과 2심 판결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임석 회장은 법정에서 돈을 건넸다는 당일 이석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돈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지 “인사하고 얼굴 좀 뵙자”라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이 의원은 “바쁘다. 보좌관을 내보내겠다”고 해서 이 의원의 사무실 근처에서 보좌관을 만나 3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의원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4000만원을 구형했다. 이석현 의원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이었다. 실제로 이 의원은 항소심 무죄 판결 후 “무덤 속에 묻힌 것처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얼마나 심적 고통이 컸음을 짐작케 한다.

◆ 돈 줬다는 진술만 있고 증거는 없는 사건, 법원의 판단은?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2013년 8월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이석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솔로몬저축은행이 특정지역 혹은 특정 정치인의 비호 속에 급성장했다’, ‘다음 정권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을 가장 먼저 손 볼 것이다’라는 등의 소문이 횡행해 이석현이 그 즈음부터 임석과 거리를 두려고 한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임석 회장은 이 사건 수사 당시 횡령 및 불법대출 등으로 이미 구속돼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었고, 검찰이 2012년 6월 1차로 기소한 이후에도 임석 회장은 추가기소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피의자로서 계속 조사를 받고 있었다.

재판부는 “이석현은 도청까지도 우려해 수시로 핸드폰을 바꾸거나 보좌관 등의 핸드폰을 자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아무런 주저함 없이 임석으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보좌관을 대신 만나도록 했다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임석의 진술은 합리성이나 객관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이석현 의원은 지난 24일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자신의 블로글에 올린 <고등법원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은 소감>이라는 글에서 2가지를 강조했다.

이 의원은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임석 회장으로부터 찾아뵙겠다는 전화가 왔었지만 제가 거절했었다”며 “그런데 횡령죄로 구속 중인 임석 회장이 대검 진술에서, 제가 안 만나줘서 보좌관을 찾아가 3천만원을 줬다고 했는데, 그 회사 직원들은 임 회장이 돈을 가지고 나간 후 잠시 후에 3천만원을 회사에 도로 반납했다고 검찰수사 기록에 진술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비자금을 관리하던 임석 회장의 비서실 과장은 비자금 중 3000만원을 회장으로부터 돌려받아 총무부장에게 반납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임석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교부하기 위해 비자금을 준비했는데 그 중 3000만원은 미처 전달하지 못하고 가지고 돌아와 비서실 과장 및 총무부장에게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석현의 주장처럼 만남을 거부하는 바람에 임석이 돈을 전달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가지고 돌아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석현 의원은 특히 “임 회장은 5만원권과 만원권을 섞어서 제 보좌관에게 줬다는데, 5만원권이 발행된 것은 이듬해인 2009년 6월 23일”이라며 “이외에도 숱한 모순점들이 발견됐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여기서 잠시 당시 1심 법정으로 돌아간다.

임석 회장은 1심 법정에서 이석현 의원 측 변호인으로부터 “보좌관에게 교부한 3000만원이 1만원권 또는 5만원권으로만 이루어졌었는지 아니면 섞여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섞여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에 변호인이 “(2008년 3월) 그 때는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이라고 확인하자, 임 회장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임석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기소한 검사가 “5만원권은 2009년에 발행됐는데, 기억이 정확한가요”라고 물었고, 임 회장은 “그럼 1만원권으로 줬던 것 같다”라고 말을 바꿨다.

▲서울서초동법원종합청사

▲서울서초동법원종합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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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재판부는 “임석은 보좌관에게 전달했다는 3000만원을 구성하는 현금 권종(5만원권, 1만원권)에 대해서도 기억이 불명확하고 진술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돈을 건넸다는 당시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되기 전인데, 검찰이 임석 회장의 말만 믿고 덜컥 기소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임석의 진술은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지는 도중에 나온 것으로서 자신에 대한 수사에 관해 이익을 얻고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도 임석의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임석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믿을 수 없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임석 회장이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에 대한 배경에 주목한 점을 검찰이 곱씹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12년 3월 임석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이석현 의원은 “1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정치자금법에 정한 후원금 법정한도액에 해당하는 500만원만 받고 나머지 500만원은 그 자리에서 돌려줬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임석 회장은 법정에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때 이석현에게 1000만원을 주려했으나 500만원은 그 자리에서 돌려받았고, 수사기관에서도 이석현과의 대질조사 당시 그 기억이 떠올랐으나 차마 말을 바꾸지 못했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진술 번복 이유에 대해 임 회장은 “죄책감에 시달렸고 진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도리이고, 그래야 나중에라도 평생 살면서 후회하지 않겠다 싶어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임석이 진술을 번복한 경위에 일응 수긍할 만한 여지가 있고, 따라서 임석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석현이 1000만원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수수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임석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금품교부 사실에 대해 검찰에서의 기존 진술이 허위라면서 이를 완전히 번복한 사정에 비춰 보면,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공소사실의 금품교부 사실에 관한 임석의 진술 역시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임석 회장 진술에 의존하던 검찰 “임석 진술번복 믿을 수 없다”며 항소

1심 재판부는 이렇게 이석현 의원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임석 회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임석 회장의 진술에 의존해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더욱이 검찰은 3000만원을 건넸다는 임석의 진술은 증거가치를 인정하면서도, 후원금 중 500만원을 돌려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은 오히려 믿을 수 없다며 이중적인 논리적 태도를 보였다.

검찰은 “임석의 진술에 의하면 3008년 3월 임석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은 가장 핵심적인 증인인 임석의 진술의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며 항소했다.

또 “임석은 수사단계에서 ‘이석현에게 1000만원을 교부했고 500만원을 돌려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500만원을 돌려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임석의 최초 진술 내용의 구체성과 진술번복 경위 등을 고려할 때 ‘500만원을 돌려받았다’라는 임석의 진술은 신뢰할 수 없는데 이를 근거로 무죄로 판단했다”며 역시 항소했다.

◆ 서울고법 “물증 없고 진술만 있는 경우, 진술자 인간됨 등도 살려봐야”

하지만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현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임석의 진술이 불명확하고 믿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형사재판에서 금품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품을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법리에 비춰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3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관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판단했다.

또 “500만원 반환에 관해 임석이 설명하는 진술 번복의 경위가 매우 구체적이고, 임석이 원심법정에서 했던 진술을 유지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이석현 “기소될 때는 요란하던 방송이 무죄에는 침묵!”

한편, 이석현 의원은 지난 24일 트위터에 “제가 지방법원에 이어 오늘 고법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돈 주었다는 구속자의 진술이 허구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며 “제가 기소될 때는 요란하던 방송이 무죄에는 침묵!”이라는 씁쓸한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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