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 제1회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청구인 측 정부 대표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피청구인(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나와 진술을 해 주목을 끌었다.
이날 통진당 변호인단 김선수 단장은 구술 변론에서 “사상 처음 진행되는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다음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제1회 변론기일 -변호인단 김선수 단장 구술 변론문(자표출처=통합진보당)
■ 졸속적 진행에 대한 문제 제기
○ 먼저, 명절을 앞두고 이 사건 심리를 위해 애쓰시는 재판소장님과 재판관님을 비롯한 헌법재판소 모든 직원들의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다만, 이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 그리고 자료의 방대함 등에 비추어 무언가에 쫓기듯이 졸속적으로 심리가 이루어져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함으로써 절차적 공정성에 흠이 생기지 않을까 저어됩니다.
○ 이 사건은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 사건입니다.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적 다원성의 의미를 묻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관용을 심판대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사건을 어떻게 심리하고,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에 따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가 나서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가 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 이 사건 심판청구는 지난 해 11월 5일 청구서가 접수되었고, 성탄절 하루 전에 1회 준비절차기일이 진행되더니 설 연휴 이틀 전인 오늘 1회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습니다. 청구인은 차관 직속으로 TF를 구성하여 2개월 동안 10명의 검사를 전일 투입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헌법학자와 법조인 등의 조력까지 받아서 이 사건 청구서를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무수한 형사사건 기록에 대해서는 전국 검찰의 협조를 받았습니다. 1톤 트럭 3대 분량의 증거서류를 제출하고 2회 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하고 2주도 되지 않은 오늘 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피청구인 대리인들은 신속한 진행에 최대한 협조하고자 하나, 청구인의 방대한 서면과 증거자료를 일일이 검토하고 사실관계와 주장을 정리하기에 시간상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 참고로 청구인이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공산당 해산 사건의 경우, 2차 대전 직후 신나치의 부활이라는 엄중한 상황이었음에도 (1951년 11월) 해산심판이 청구된 후 (1952년 6월경까지) 7개월가량 증거를 취합했고, 그로부터 2년 5개월 정도의 준비를 거쳐 (1954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구두심리에 들어갔으며, 그리고 1년 8개월 정도의 심리 후에 (1956년 8월) 최종 결정을 했습니다.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신중한 심리 후에 선고됐음에도 그 결정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사상 처음 진행되는 이 사건 심판청구가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정치적 의도와 그에 대한 평가
○ 피청구인은 정당법의 규정에 따라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전국 정당으로 중앙당과 16개 시·도당을 두고 있습니다. 제19대 총선에서 10.3%의 정당지지율을 얻었고,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당원 수는 십만 명이 넘습니다.
○ 이 사건 심판청구는 위와 같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피청구인을 해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장으로부터 배제하고, 나아가 피청구인을 지지했던 국민의 선택을 강제로 무효화함으로써 이들을 정치적 의사 형성의 장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피청구인이 소수정당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청구는 민주주의의 방어를 위해 제기된 것이라기보다는 다수당에 의한 소수당의 탄압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는 의심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제기된 과정을 보면 2013년 3월 피청구인의 대표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한 후 6월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5명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졌고, 그 후 9월에 소위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수사 및 기소가 이루어지더니 급기야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국정원 스캔들’을 덮고 정치적 반대자들을 억압하는 ‘신공안정국’ 조성 의도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 언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사례로 보도하고, 부정선거 스캔들을 덮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을 보도할 정도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됐습니다.
○ 우리 학계 등에서는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해 △ 종북담론을 악용하여 … 대선승리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전리품 격으로 진보정당의 생명줄을 끊어버리고 이를 빌미로 진보진영을 비롯한 모든 반대정파들의 입을 막고 몸을 묶어두기를 기도하는 것이다(한상희 교수), △ 정당해산제도는 전형적인 소수자 억압 제도이므로 관용의 원칙 및 정치의 사법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제되어야 했는데 이번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청구는 이러한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김종철 교수) 등 비판적 견해를 표시했습니다.
■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을 모델로 제기된 이 사건 심판청구의 문제점
○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의 모델로 독일공산당 해산사건에 대한 1956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결정을 들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60년 가까이 지난 과거의 일로, 인류역사상 치유할 수 없는 집단학살을 자행한 나치를 경험한 독일의 특수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위 결정에 대해서는 당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아데나워 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있고, 위험이 현재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산결정을 한 것에 대한 강한 비판이 있습니다.
○ 이후 독일에서 정당해산심판청구가 수차 제기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각하결정을 하거나 절차중지 결정을 하는 등으로 추가적인 해산결정을 한 바가 없습니다. 해산결정을 받은 독일공산당의 대체정당으로 평가되는 공산당이 새로 설립된 후 이에 가입한 공무원들에 대한 면직처분이 정당하다는 연방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공산당에 대한 해산은 아예 청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 독일이 유럽인권협약과 유럽인권재판소의 관할을 받게 됨에 따라 더 이상 1956년의 독일공산당 결정은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독일공산당 해산결정은 독일 내에서도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1996년 헌법재판소장 림바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직전 1953년 선거에서 2%를 득표한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60년 전 독일의 문제 많은 결정을 모델로 삼아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국무회의 심의절차상의 중대한 하자
○ 헌법에 따르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만 합니다(헌법 제89조 제14호). 그런데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면서 통상 거치는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즉석안건으로 처리했고,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어서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무총리가 대행하여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은 6일간의 해외순방 중이었습니다. 6일도 기다리지 못하고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의결해야 할 긴급한 사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 대통령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그 직무대행자는 국민의 직선에 의하여 선출되는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현상유지적인 권한의 범위에서만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결정에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여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결정)고 대통령의 의무를 확인했습니다. 별다른 급박한 사정이 없음에도 헌정사상 처음 있는 정당해산심판청구를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심판 절차와 관련된 문제점
○ 정당해산심판 절차와 관련해서 법률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선례도 없어 결정해야 할 쟁점들이 많습니다. 이 사건의 법적ㆍ역사적 의의, 그리고 최초의 선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의 심리는 엄밀하고 신중한 헌법과 법률 해석에 기초하여 진행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의를 그 생명으로 하며, 특히 정당해산심판과 같은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은 법률에 규정된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만 그 결론의 타당성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먼저 증거조사 등에 준용될 소송절차의 문제입니다.
-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전문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후문은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정당해산심판의 경우에는 어떤 법령을 준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 청구인은 민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피청구인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증거인부도 청구인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피청구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하고 있습니다. 민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는 경우와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는 경우 △ 입증의 정도(형사소송에서는 청구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는 엄격한 증명을 해야 하는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증명으로 족함), △ 증거인부의 방법(민사소송은 성립인정 또는 부지 등의 방법으로, 형사소송은 원칙적으로 동의 또는 부동의의 방법으로 함), △ 서증의 증거능력(공문서의 경우 민사소송에서는 진정성립이 추정되어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형사소송에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전문증거배제 법칙 등 엄격한 증거능력 규정이 적용됨), △ 증거조사의 방법(형사소송에서는 서증의 경우에도 법정에서 낭독 또는 요지 진술, 민사소송에서는 별도의 서증조사 절차가 없음) 등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 정당해산심판절차는 정부에 의해 청구되고, 정치 영역에서 정당의 존재와 활동을 제거하는 중대한 침해적 조치이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사적 분쟁을 해결하는 민사소송과는 기본적인 성격이 다릅니다. 정당해산심판절차는 헌법상 징벌제도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탄핵심판과 유사하므로 형사소송 절차가 준용되어야 합니다. 증거와 사실인정 등에 대해 민사소송절차를 준용하는 것은 정당해산심판이라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합니다.
- 학설의 다수는 정당해산심판을 제외하고 탄핵심판의 경우에만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을 입법상의 오류로 봅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해 6월 국회에 제출한 헌법재판소법 개정 의견에도 정당해산심판절차에 형사소송 법령을 준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위 조항의 위헌성을 인식하고, 정당해산심판 절차에 형사소송법이 준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입법으로 명확히 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법의 증거조사 관련 규정 위배의 문제입니다.
- 수명재판부는 청구인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해 12월 30일 내란음모 사건 기록을 포함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기록에 대해 법원 또는 검찰청에 인증등본송부촉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송부촉탁은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 헌법재판소법 제32조는 본문에서 재판부의 결정으로 다른 국가기관…에 기록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단서로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하여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 기록의 송부를 요구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전혀 없습니다.
- 위 규정은 헌법재판의 예외성과 최후수단성을 고려하여 통상적인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그러한 통상적인 재판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헌법재판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의 자료가 헌법재판 과정에 현출되어서는 안 되며, 헌법재판의 증거절차를 통해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예방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 따라서 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사건 기록에 대한 송부촉탁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설령 송부촉탁에 의해 기록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진행 중인 형사사건을 정당해산심판 절차에서 판단대상으로 하고자 한다면 헌법재판소가 독자적으로 별도의 증거수집 절차를 거치거나, 형사사건이 확정된 후에야 그 기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청구인이 재판 중인 내란음모 사건의 수사 및 재판기록을 이 사건 심판청구에 사용할 계획 하에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한 것이라면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를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거나, 그 규정을 알았음에도 감행한 것이라면 법률을 무시하는 오만함의 소치입니다. 참고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03년 3월 민족민주당 해산 사건에서 정부의 증거수집 등의 문제를 이유로 절차중지 결정을 하고 사건을 종결한 바 있습니다.
- 형사재판 중인 사건의 기록을 증거로 채택한다면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 단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 됩니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근거하여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을 위반하여 헌법재판을 진행한다면 그러한 헌법재판은 정당한 헌법재판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가처분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57조의 위헌성과 심판정족수
- 가처분 사건의 심리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법적 쟁점이 있는바, 그 중에서 심문절차 의할 것인지 구두변론절차에 의할 것인지의 문제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수용하여 구두변론절차에 의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으므로, 남은 것은 가처분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7조의 위헌성과 심판정족수의 문제입니다.
- 기본법에 정당해산에 대해 포괄적으로 법률에 위임하는 규정을 둔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헌법은 정당해산과 관련하여 법률에 위임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에 대한 정부의 해산청구권과 헌법재판소의 최종적인 심판권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당해산심판에서 가처분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57조는 정당해산 심판의 예외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에 반하고, 또한 헌법 유보의 한계를 벗어나 위헌입니다.
- 정당해산심판절차는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의결로 결정되는데(헌법 제113조 제1항 참조), 그에 부수된 가처분 결정은 보통의 가처분절차와 마찬가지로 7인의 헌법재판관이 참여하여 과반수 의결로 결정한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제2항 참조)면, 위헌결정을 위해서는 6인 이상의 의결을 요구한 ‘절대다수결’ 원칙에 반하여 부당합니다.
○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
-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절차상 문제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과 제57조에 대한 법령 헌법소원을 제기했고(2014헌마7), 재판 중인 형사사건의 기록송부촉탁 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위 이의신청 및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결정은 이 사건 심판절차 진행의 선결문제이므로 먼저 결정되어야 하고, 가처분 사건의 심리는 그 근거규정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 이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 심판절차와 관련된 피청구인 대리인들의 위와 같은 소송행위에 대해 재판 지연 술책이라는 매도가 있습니다. 이는 변론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민주주의적 법치 사법질서의 밑바탕을 이루는 기본권입니다. 정당해산심판은 정당에게는 개인의 경우 사형 선고와 같은 정도의 중대한 불이익한 처분을 선고하는 재판이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절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변호인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모든 법률적 주장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인의 법률적 주장을 매도하는 처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 정당해산제도의 성격과 엄격한 판단기준의 필요성
○ 정당해산제도의 성격
- 정당해산제도는 ‘정당보호(즉, 정당의 특권)’라는 측면과 ‘헌법보호(즉,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측면이 있고, ‘자유의 적’에 대항한다는 명분하에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중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다수당에 의한 남용의 위험이 항상 존재합니다. 그 때문에 관용을 바탕으로 한 다원주의 틀에 의하여 민주주의를 보전하고자 정당해산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이고 미국, 영국, 일본 등의 경우 정당해산 제도가 없습니다.
- 우리나라는 자유당 정권에서 행정부의 일방적 처분에 의한 진보당 해산(1959년)을 경험한 반성에 따라 제2공화국 헌법에서 정당보호 규정을 두면서 정당해산 관련 규정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런 도입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헌법상 정당해산제도는 방어적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방어적 민주주의의 남용 즉, 정부에 의한 야당 탄압을 방지하는 데 그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 정당해산의 요건
- 정당해산 요건으로서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관련하여,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의미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없으나,)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가 이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있습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정치적 자유를 근간으로 하여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인정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질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타당합니다. 경제질서는 다원적 민주주의 정치질서에서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에 의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은 다원적 민주주의 기능을 파괴하는 파시즘, 군주제,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및 독재 등이고, 단지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과 다른 주장에 불과한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방안, 평화협정 체결 등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없습니다.
-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은 다음 변론기일에 구술할 예정이고, 여기서는 몇 가지 사항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목적을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주의, 민중 주체의 자립적 경제체제, 연방제 통일방안 등의 관점에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근본적으로는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전제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내세우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위장된 사회주의’에 불과하고 장기적 목표는 결국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강령에 명시된 것 이외의 장기적 목표를 설정한 바 없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 바도 없습니다. 청구인은 스스로 규정한 피청구인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고 공격하는 이른바 ‘허수아비 공격’, 즉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구인은 ‘사회주의 이상과 가치의 승계’를 강령에 명시했을 때는 문제 삼지 않다가 오히려 이를 폐지한 이후 ‘위장’이라며 문제 삼는 모순된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 청구인이 문제 삼는 가장 핵심적인 피청구인의 활동은 소위 RO의 내란음모 활동인바, RO는 청구인이 단체로 기소도 하지 못할 정도로 그 실체가 없고, 더군다나 재판이 확정되지도 않은 현 단계에서는 심판의 대상이 될 수도 없습니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비례대표의원 부정경선, 국회에서의 폭력 등을 해산사유에 해당하는 활동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사유들은 개별 구성원들의 불법행위에 불과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해산사유로 볼 수 없습니다. 선거에서의 불법이나 국회 운영과정에서의 폭력 또는 의회민주주의 침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훨씬 더 많지만, 그러한 사정이 정당해산사유로 주장된 적은 전혀 없습니다.
○ 정당 해산의 필요성
-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정당해산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위험성, ‘정당 해산 이외에 다른 적절한 대체수단은 없는지’라는 비례성, 시기적 급박성, 법익 균형성 등의 관점에서 검토되어 이들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만 합니다. {이는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헌법재판소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결정)고 판단한 것과 같은 취지입니다.}
- 이 사건의 경우 정당해산 이외에 유효적절한 대체수단이 존재하여 비례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검찰, 경찰 등 보안사범을 수사하는 국가기관들이 철저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우리 사회의 안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고, 국민들은 그러한 면에서 국가기관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대중정당으로서 모든 활동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활동으로서 국가안위에 위협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사정기관이 즉시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피청구인이 해산되지 않음으로써 야기될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험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것에 불과한 반면, 이 사건 청구가 인용될 경우의 효과는 단지 피청구인의 해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그리고 장래에 대해서도 미치게 됩니다.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될 것이고, 장래에도 정당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도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또한 피청구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통하여 어렵사리 원내에 진입한 정당이 해산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당 활동이 봉쇄되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법익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합니다.
■ 의원직 상실청구의 부당성
○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로서 지위만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지위를 가집니다. 정당해산의 경우 의원직 상실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으므로 정당해산을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할 법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 독일에서 1950년대에 의원직 상실 결정을 한 것은 기본법상 국회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측면이 있으나, 우리 헌법은 국회의 자격심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므로 정당해산결정이 된 경우 그 소속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개별적 심사를 거쳐 의원직 상실의 징계를 할 수 있습니다.
○ 터키의 경우 헌법에 정당해산결정을 할 경우 해산을 초래한 당사자의 의원직 상실 및 5년간 정당 활동 금지 규정이 있음에도 복지당 사건에서 157명의 의원 중 정당해산의 원인을 제공한 5명만의 의원직을 상실시켰습니다. 헌법이나 법률에 의원직 상실에 관한 아무런 근거규정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일률적 의원직 상실을 인정하는 것은 개별적 자격심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서 비례성 원칙에도 반합니다.
■ 가처분 신청의 부당성
○ 정당해산심판 제도를 도입한 국가에서도 잠정적 구제로서 ‘가처분’을 정하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입법례로서, 근거조항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만 지적합니다.
○ 청구인은 국가보조금 지급의 중지도 구하고 있으나, 가처분을 발할 긴급한 필요성이란 국가존립에 대한 위험의 급박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금전상의 손해 발생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위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성이 전혀 없습니다.
■ 맺음말
○ 피청구인 대리인들은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헌법재판소법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피청구인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면서 신중하게 진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절차진행과 관련하여, 먼저 정당해산제도 일반에 대하여 참고인 진술을 듣고 절차와 관련하여 제기된 쟁점들에 대해 결정한 후, 실체적인 변론절차를 진행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활동을 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그 정당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토론과 여론에 의한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관용과 다원성을 기반으로 하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대응입니다. 일부 구성원에 의해 행해지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해서 대처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한 것은 정상적인 국가기구의 사회방위 역량과 국민의 선택을 믿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시점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을 생각해봅니다. 논어에서 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주어를 정권으로 바꾸면 ‘정권이 국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구두변론을 마치겠습니다.
통진당 해산심판 변호인단 김선수 구술변론 전문
기사입력:2014-01-29 15:19:05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ㆍ반론ㆍ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주요뉴스
핫포커스
투데이 이슈
투데이 판결 〉
베스트클릭 〉
주식시황 〉
항목 | 현재가 | 전일대비 |
---|---|---|
코스피 | 2,621.36 | ▼19.21 |
코스닥 | 733.23 | ▼5.82 |
코스피200 | 349.16 | ▼2.63 |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750,000 | ▼501,000 |
비트코인캐시 | 550,500 | ▼4,500 |
이더리움 | 3,590,000 | ▼24,000 |
이더리움클래식 | 26,800 | ▼190 |
리플 | 3,471 | ▼19 |
이오스 | 1,095 | ▼3 |
퀀텀 | 3,355 | ▼23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787,000 | ▼413,000 |
이더리움 | 3,592,000 | ▼18,000 |
이더리움클래식 | 26,790 | ▼170 |
메탈 | 1,197 | ▼11 |
리스크 | 749 | ▼10 |
리플 | 3,473 | ▼17 |
에이다 | 1,082 | ▼9 |
스팀 | 212 | ▼2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730,000 | ▼520,000 |
비트코인캐시 | 550,000 | ▼5,000 |
이더리움 | 3,592,000 | ▼22,000 |
이더리움클래식 | 26,770 | ▼190 |
리플 | 3,471 | ▼16 |
퀀텀 | 3,330 | ▼33 |
이오타 | 324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