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정원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물러난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행동에 대해 새누리당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위배된 ‘항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입을 열어 씁쓸함을 내비쳤다.
▲ 한인섭 서울대 교수 한인섭 교수는 지난 2003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검사동일체 원칙’이 규정된 검찰청법을 손질하며, 현재의 검찰청법 조문 초안을 직접 작성한 장본인이다. 당시 강금실 장관의 전폭적인 지지로 ‘검사동일체 원칙’ 명문은 사라졌다.
먼저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상층부의 ‘외압’을 폭로해 그야말로 검찰은 물론 정치권에 난리가 났다. 이날 윤 전 팀장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국정원 트위터 사건’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체포해야 하는 수사 진행 상황, 공소장변경허가 신청 등과 관련해 보고한 일련의 과정과 자신이 경질된 것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당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아끼는 후배하고 공방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저는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항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답변하는 중간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비난은 거셌다. 대변인들과 지도부는 연일 ‘항명’, ‘하극상’, ‘일탈행동’, ‘검찰 내부기강 문란’, ‘정치검찰’, ‘조폭보다 못한 조직’, ‘검찰 조직기강 땅에 떨어진 검찰’, ‘검사의 기본적 직무집행 원칙인 검사동일체 원칙의 명백한 위배’ 등 험한 발언을 쏟아내며 윤석열 전 팀장을 맹비난했다.
판사 출신인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검찰 내부 하극상의 항명 행태는 개인 판단만이 옳고 조직 책임자의 지휘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독점적 사고의 발현”이라고 윤 전 팀장을 정조준했다.
검사 출신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도 “도대체 수사지휘권과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어디로 간 것이냐”며 “검찰조직의 기본 원칙을 망각하고 스스로 ‘정의의 화신’인양, ‘정의로운 검사’의 표본인 듯 말할 때 국법 질서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윤 전 팀장에게 거친 돌직구를 던졌다.
이렇게 ‘하극상’, ‘항명’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10년 전인 2003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이 스물스물 고개를 들고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장주영 회장)은 23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팀장의 발언으로 특별수사팀은 검찰 상부의 수사방해와 외압에 휘둘려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며 “검찰 상층부의 위법 부당한 축소ㆍ은폐 지시를 폭로한 윤성열 팀장의 행동에 대해 항명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자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24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팀장이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으로 “검찰조직이 패닉상태”라며, “검찰조직 전체를 뒤흔들어 정치적 소용돌이 빠뜨리게 만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협은 ‘항명’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SNS(트위터, 페이스북)에 의견을 표출하는 검사 출신 등 변호사들은 항명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수사하며 ‘외압’을 폭로한 ‘국민검사’라며 의로운 행동으로 바라보고 있다.
◆ 검찰과 정치권 요동치게 만드는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 뭐길래?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항명’이라며 들고 나온 이미 사라진 ‘검사동일체 원칙’이 뭐길래 이렇게 검찰과 정치권을 요동치게 만드는 것일까.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 제11조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이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즉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검찰조직 전체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관계를 가지고 검찰 사무를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검찰청법 조항은 2003년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된다. 검찰청법 제7조 제1항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에 따른다’. 제2항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변경됐다.
당시 2003년 5월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학계, 시민단체, 재야 법조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장관 자문기구로 ‘법무부 정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검찰 인사위원회 개선, 검사동일체 원칙인 상명하복 폐지 등을 논의했다. 이후 검찰청법 개정안이 마련돼 2004년 1월 20일 개정된 검찰청법이 시행됐다.
이와 관련, 당시 법무부 정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상명하복이 담긴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하고, 개정 검찰청법의 조문을 직접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한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청법 개정안 내면서, 검사동일체 원칙이란 조문표제를 삭제하고, ‘검사는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굴욕적 표현을 지우고 ‘검사는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에 따른다’고 순화했다”고 말했다.
또 “지휘ㆍ감독의 적법성과 타당성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일선검사의 이의제기권을 신설(했다)”며 “이게 2003년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2004년부터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나는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이 조문의 초안을 직접 문자화했기에 한자한자에 애착어린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각별한 애정과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물론 강금실 장관의 절대후원에 힘입어서”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이 조항 하나하나가 살아있길 바랬는데, 올해 들어 임은정 검사, 윤석열 검사에 의해 언급됨을 본다”며 몹시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기개와 양심이 살아있는 검사는 특이현상이 아니라, 범상한 일이 될 때까지 힘을 모아내야!”라는 의미 깊은 말을 남겼다.
한인섭 교수의 이 글에는 많은 법조인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한인섭 교수는 왜 임은정 검사와 윤석열 검사를 거론했나?
한인섭 교수가 ‘검찰동일체 원칙’의 삭제 즉 사문화시킨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가 왜 임은정 검사와 윤석열 검사를 거론했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한 교수는 지난 21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자, 페이스북에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뜻밖에도 권은희 경정, 윤석열 검사를 만날 줄이야”라며 “현실에 실망하다가도, 이런 꿋꿋한 공직자를 보면 감동이 온다”고 극찬했다.
그는 “한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지만, 그 한 명의 존재는 세상을 살맛나게 만든다”며 “힘내시라!”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임은정 검사(사진 출처=미니홈피) ◆ 한인섭 “임은정, 소신과 양심을 지키려한 진짜 검사를 징계하다니”
특히 임은정 검사의 경우는 더욱 각별한 인연이 있다. 임은정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검사로서 작년 12월 재심사건 결심공판에서 지휘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소신 있게 ‘무죄’를 구형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정한 검사’, ‘정의로운 검사’, ‘소신 있는 검사’라고 찬사를 보내며 환호했다. 법조계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감찰을 벌여 임 검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권고했다. 그러자 누리꾼들과 SNS를 통해 소통하는 법조인들은 검찰을 맹비난했다.
당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임은정 검사는 징계 대상이 아니라 표창 대상”이라며 “국민들은 검찰을 정직 처분한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검사 출신 백혜련 변호사도 “임은정 검사 중징계 방침에 분노한다”고 검찰을 질타했다.
특히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심의에 김칠준 변호사와 함께 특별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한 한인섭 교수는 “임은정 검사의 행위는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징계사유는 법적 근거가 없고, 상식에 반한다”는 변론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2월 임은정 검사에게는 정직 4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이에 한 교수는 “소신과 양심을 지키려한 진짜 검사를 징계하다니”라고 개탄하며, 검찰 상층부를 겨냥했다.
그런데 임은정 검사는 앞서 작년 2월 법무부에서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했다. 당시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임은정 검사를 포함한 여성 검사들을 주요 부서에 발탁했다”며 적극 홍보했었다. 그럼에도 검찰과 법무부는 우수 여검사라고 자랑하던 임은정 검사를 검찰 지휘부의 명령을 듣지 않아 징계를 받은 검사로 만들었다.
한편, 임은정 검사는 이른바 광주인화학교 ‘도가니 사건’ 공판검사로 뒤늦게 유명해졌다. 도가니 사건 1심 재판부는 청각장애 학생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광주인화학교 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바쁘다”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광주지검에서 이 사건 1심 공판검사를 담당했던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당시의 기억을 생생히 적은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런데 가해자 측) 변호사들은 그 (피해자)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막을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임 검사는 또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라고 다짐했다.
임 검사는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며 1심 법정에 공판검사로 섰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정의를 바로잡는 것. (청각장애인) 저들을 대신해 세상에 소리쳐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라고 소리쳤다. 이런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한 누리꾼들은 감동하며 환호했고, 이로 인해 임 검사는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이건 덜 알려진 사실인데 임 검사는 타블로 사건은 힙합그룹 ‘에픽하이’ 리더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스탠포드대학교 학력위조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사회적 파장을 불렀던 인터넷 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운영진과 회원들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판검사를 맡기도 했다.
임 검사는 1심 판결 직후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공판검사로 활약하며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형과 실형이 확정됐다.
한인섭 “검사동일체 삭제ㆍ상명하복 굴욕적 표현 순화했건만”
“법무부 정책위원으로 개정 검찰청법 초안 직접 문자화했기에 조항 하나하나 살아있길 바랬는데, 임은정ㆍ윤석열 검사로 (검사동일체ㆍ상명하복) 언급돼” 씁쓸 기사입력:2013-10-25 17: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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