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구금시설에 수용된 수형자와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의 접견내용을 교도소장이 녹음ㆍ녹화하는 행위는 수형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A씨는 2010년 교도소 내 두발규제에 대한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냈다. 이후 A씨가 헌법소원 사건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김OO 변호사와 2회 접견을 하는 과정에서 교도소장이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을 하게 하면서 접견내용을 녹음ㆍ기록하자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교도소측은 특수강도강간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A씨가 수용 중 교도관 등을 폭행해 상해를 가하는 범죄로 3번이나 기소돼 추가로 실형을 선고받아 ‘관심대상수용자’로 지정된 상태였고, 27차례 규율위반행위로 징벌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이른바 ‘관계망상증’으로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이어서 또 돌발적인 행동을 할 우려가 있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A씨가 변호사의 접견을 녹음ㆍ기록하도록 한 광주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접견교통권 방해 위헌 확인 소송(2011헌마398)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교도관 참여 하의 청취, 기록 또는 녹음ㆍ녹화 상태에서의 헌법소송 등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와의 접견은 제3자인 교도소 측에 접견내용이 그대로 노출되므로 수형자와 변호사는 상담과정에서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없다”며 “특히 소송의 상대방이 국가나 교도소 등으로서 그 내용이 구금시설 등의 부당처우를 다투는 내용일 경우 접견내용에 대한 녹음ㆍ녹화는 당사자대등의 원칙에 따른 무기평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는 법률전문직으로서 다른 전문직에 비해서도 더욱 엄격한 직무의 공공성과 고양된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소송사건의 변호사가 접견을 통해 수형자와 모의하는 등으로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 또는 시설이나 수용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거나 이에 가담하는 등의 행위를 할 우려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따라서 수형자가 소송사건으로 변호사를 접견하는 경우에는 접견내용의 비밀이 보장돼야 하고, 특히 국가 또는 구금시설의 장을 상대로 한 소송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그러한 요구가 더욱더 절실히 요청되므로, 수형자와 변호사와의 접견내용에 대한 녹음ㆍ녹화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만일 수형자가 변호사와 모의해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거나 교정 질서를 어지럽힐 행위를 할 것이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의심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형집행법에 의해 접견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교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과 변호사의 접견은, 그 접견의 목적이 헌법소원 사건의 수행을 위한 상담일 수밖에 없고, 접견의 상대방은 국선대리인이자 변호사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접견내용에 대한 녹음ㆍ녹화는 허용돼서는 안 될 것임에도, 단지 청구인이 엄중관리대상자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접견내용을 녹음ㆍ기록한 행위는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재판관은 “청구인은 수용 중 교도관을 폭행해 상해를 가한 범죄로 엄중관리대상자 중의 하나인 ‘관심대상수용자’로 지정됐고, 여러 차례 규율위반행위로 징벌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녹취행위는 증거인멸이나 추가 범행을 예방하고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할 뿐 아니라 수단 역시 적합하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두 재판관은 “특히 청구인은 ‘관심대상수용자’로 지정된 상태였고, 27차례 규율위반행위로 징벌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어 돌발적인 행동을 할 우려가 많았으므로, 청구인의 동정을 파악해 교정ㆍ교화에 도움을 얻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설령 변호사라도 접견내용을 녹취할 필요성이 컸다”며 “그러므로 녹취행위는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밝혔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피의자가 아닌 수형자라도 재판받을 권리는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 환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수형자와 변호사 접견내용, 교도소 녹음은 위헌”
이재화 변호사 “피의자가 아닌 수형자라도 재판받을 권리는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 환영” 기사입력:2013-09-26 22: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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