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반성 법원의 변화?…재심 피고인들에 ‘존댓말’ 사과 화제

‘대통령 긴급조치’ 재심사건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부장판사와 유상재 부장판사 ‘존댓말’ 판결문 눈길 기사입력:2013-05-31 17:08:3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법원의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일까. 유신시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사건 피고인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가 세월이 한참 흘러 피해자로 바뀌자, 재심사건 재판부들이 잇따라 피해자인 피고인들에게 ‘존댓말’로 사법부를 대신해 정중히 사과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원은 통상 신분이나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피고인’이라 부르며 존댓말이 아닌 예삿말로 판결문을 작성한다. 그런데 재심사건에서 재판부들이 이렇게 존댓말을 쓰는 것은 사법부의 잘못된 과거사 반성 차원으로 보인다.

게다가 ‘존댓말 판결문’이 화제가 되는 건, 최근 연거푸 터져 나와 사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막말 판사’ 파문과 극명한 대비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재심사건 성종대씨에 무죄 선고하며 ‘존댓말’ 판결문

먼저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성종대씨는 1977년 “부정부패 독재정권 타도에 학우들이여 궐기하자”라는 등 박정희 정권의 대통령 긴급조치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뿌린 혐의(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로 기소돼 197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성씨는 이후 2011년 2월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성씨와 관련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회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도 지난 4월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해 위헌을 선언했다.

성종대씨의 재심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는 5월23일 유죄 선고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김환수 재판장은 판결문 끝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사법부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큰 고통을 당한 피고인에게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리고 이 사건 재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바로 “기원합니다”라는 한마디 존댓말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

▲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 재판장 김환수 부장판사의 '존댓말' 판결문

김환수 부장판사는 서울변호사회가 2013년 선정한 우수법관

이재화 변호사와 정소연 변호사, 김정범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30일 <긴급조치 피해자 회한 풀어 준 ‘존댓말 판결문’>이라는 제목의 언론보도 기사를 트위터에 링크하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는 트위터에 “김환수 부장판사의 새로운 시도 신선하다. 앞으로 존댓말 판결문 일반화할 필요가 있다”며 “존댓말로 판결문 작성한다고 하여 판결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 아니지 않는가?”라고 법원에 존댓말 판결문을 주문했다.

한편 김환수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1기)는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오욱환)가 소속 변호사들의 참여로 전국 법관들을 상대로 한 <2012년 법관평가 결과>에서 상위 우수법관(10명)에 선정된 바 있다.

평가기준은 ▲공정성, ▲품위ㆍ친절성 ▲직무능력으로 평가했다. 서울변호사회는 “2012년도 상위 평가법관은 모범적인 재판운영은 물론 소송관계인에게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해 재판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변호사회는 “법관평가 공개는 묵묵히 법관의 사명과 사법정의를 실현해가는 훌륭한 법관을 널리 알리고, 그렇지 못한 법관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 법조계 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장준하 선생 재심사건 유상재 부장판사의 ‘재판부의 소회’는 감동적인 명문

그런데 ‘존댓말 판결문’에 관한 재판장의 변화의 시도는 사실 지난 1월에도 있었다.

박정희 유신헌법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르고 ‘의문사’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재심사건(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4일 장준하 선생에게 무려 39년 만에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누명을 벗게 했다.

특히 유상재 부장판사는 극히 이례적으로 장준하 선생을 우러러 진심을 담아 사죄해 눈길을 끌었는데 가히 감동적인 ‘명문’이었다. 판결문 하단에 따로 밝힌 ‘재판부의 소회’를 통해 국가와 사법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구했기 때문이다. 소회에서는 ‘피고인’이라는 표현조차 쓰지 않고 존경을 표시하며 판결문 곳곳에서 존칭을 썼다.

주요 문구를 먼저 보면 바로 이것이다.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던 고인께’, ‘고인과 유가족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등이다.

유상재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소회’에서 “고인(장준하 선생)은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조국광복과 반독재민주화투쟁, 사상계몽운동 등을 통해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하셨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으로서의 역사적 평가를 받는 분이고, 재판부도 그와 같은 역사인식에 이견이 없다”고 존경을 표시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에서 위법ㆍ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크나큰 시련과 옥고를 겪게 되었던 고인께 국가가 범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아울러 잘못된 재판절차로 인해 고인께 덧씌워졌던 인격적 불명예를 뒤늦게나마 명예롭게 복원시키는 매우 엄숙한 자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에 본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된 재판부로서는 국민의 한사람이자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숙연함을 내비쳤다.

유 부장판사는 “국민주권, 주권재민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보편적인 근대 헌법의 기본적인 헌법가치가 무참히 핍박받던 인권의 암흑기에 고인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회복하고 어둠을 밝히는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개인적인 희생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그러한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이 시대를 같이 호흡하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 연연히 이어져 오고 있는바, 고인께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존칭을 써가며 존경을 표시했다.

특히 “나아가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던 고인께 유죄를 선고했던 잘못된 과거사로부터 얻게 된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국민의 사법부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이 사건 재심판결이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께 조금이나마 평안한 안식과 위로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고 사법부를 대표해 거듭 사죄했다.

유 부장판사는 “마지막으로 고인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지 39년의 유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잘못된 사법부의 지난 과오를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고인과 그 유가족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이 사건 재심판결이 고인의 유가족들께도 명예를 회복하고 자긍심을 갖게 되는 심적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진심이 담긴 위로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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