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영리하다고 존경받는 법관 될 수 없다”

“재판권능이 진정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전제돼야” 기사입력:2013-03-13 12:47:5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양승태 대법원장이 13일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능이 진정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히 영리하기만 하거나 유능한 법률전문가라는 것만으로 존경받는 법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장 초청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다.

양 대법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저는 대법원장 취임 이래 줄곧 사법부 존립의 기반은 국민의 신뢰에 있고 국민의 신뢰 확보야말로 사법부가 이루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임을 강조해 왔다”며 “이에 따라 법원은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이라는 기치를 걸고 재판절차 안팎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과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높이고 신뢰를 쌓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력은,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사법부가 헌법적 사명을 다할 수 없다는 절박감과 충정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지 결코 시늉만 내려 하는 것이 아니다”며 “법원의 진정성이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국민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친근하고 믿음직하게 느끼는 법원을 만드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가장 중요한 권능은 재판권능인데, 재판을 담당하는 주된 사람은 법관이므로 재판권능이 진정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히 영리하기만 하거나 유능한 법률전문가라는 것만으로 존경받는 법관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거나,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법관이라면 마땅히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통찰력,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갖춘 지혜로운 안목, 이해심과 포용력 등을 갖춘 존경받는 인격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법관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사법부는 법조일원화의 전면적인 시행, 평생법관제의 정착, 연임심사와 법관 윤리의식의 강화 등 혁신적인 제도의 도입을 통해 국민적 여망에 걸맞은 법관의 모습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은 “그런데 재판에는 필연적으로 승소하고 패소하는 대립 당사자가 있어서 어느 한 쪽으로부터는 불만을 사지 않을 수 없는 숙명적인 속성이 있다”며 “게다가 격화되는 대립적 가치관 상호간의 갈등과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가세돼,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나 가치관과 다를 때에는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는 공정성과 불편부당성으로 신뢰를 확보하고자 하는 법원의 노력에 큰 위협이 되고, 분쟁의 해결이라는 재판의 본질적 기능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재판의 속성과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고뇌를 거듭하는 법원의 진정한 노력이 이해되는 바탕 위에서, 좀 더 차분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물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도 법원이 충분한 신뢰를 받을 만큼 성숙하지 못한 데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헌법이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보장하고 있는 재판 독립의 원칙도 그 자체가 신성불가침의 궁극적 목표라기보다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전제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 또한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건전한 비판은 오히려 사법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귀한 약이 된다는 겸허한 마음으로 이를 경청하는 자세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법원은 사법의 공정한 태도와 진중한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법현안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법원에 대한 요구에 깊이 귀 기울여서 부응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독립 당시 헌법 기초자의 한 사람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3권 분립에 대해 말하면서, 행정부는 칼을 쥐고 있는 기관이고 입법부는 입법에 의해 국민의 지갑을 강제로 열게 할 수 있는 기관임에 비해, 사법부는 단지 분쟁에 관하여 의견을 말하는 권한밖에 없어서 국민에게 가장 덜 위험한 기관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며 “사법부는 권력기관이 아니고 권력기관이 되어서도 안 되며, 단지 해결을 바라는 법적 분쟁에 판단을 말할 뿐, 그 판단에 권위를 부여하는 실질적인 힘은 바로 국민의 이해와 믿음”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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