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배 부장판사, ‘김병관 국방장관 임명 반대 글’ 삭제 왜?

“여러 사정 때문에 글 내리려 합니다. 원래 제가 가진 초심을 유지하려 합니다” 기사입력:2013-03-12 20:04:5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정치권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병관 후보자에 대한 국방부장관 임명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서울동부지방법원 최은배 부장판사가 하루 만에 글을 삭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공군 법무관 출신인 최은배 부장판사는 11일 페이스북에 “(군대) 조직이 굴러가는 이유는 명예와 사기”라며 “그런데 이곳의 수장에 여러 흠집이 많이 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려 한다고 한다. 참으로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조직의 수장만큼은 더욱 그 조직의 존경과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명예로운 사람이 임명돼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기강마저 흔들릴까 걱정이고, 조직의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강압과 폭력이 명예와 사기를 대신할까 걱정”이라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최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김병관 후보의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이 글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 최강욱(46) 변호사 등 290명 넘게 ‘좋아요’ 버튼을 눌렀고, 수십 개의 공감 댓글이 달렸었다.

그런데 최은배 부장판사는 12일 페이스북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지금 언론에서 기사화된 제 글을 여러 사정 때문에 내리려 합니다”라며 전날 올렸던 글을 삭제하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원래 제가 가진 초심을 유지하려 합니다”라며 “‘좋아요’를 눌러주신 292명 친구들의 명단과 댓글은 모두 제가 따로 저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글에도 이날 오후 8시 현재 280명 넘게 ‘좋아요’ 버튼을 누리고, 60명 넘게 응원과 격려 그리고 지지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최 부장판사는 “많은 분들께서 힘내라고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늘 책상에 놓인 서류 검토하는 데에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한분, 한분의 마음 잘 기억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감사함을 표시하는 댓글을 달았다.

실제로 최 부장판사의 페이스북 친구는 댓글에 “다음 메인 기사에 댓글이 1600개가 넘었더군요.. 대부분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댓글들이었습니다. 힘내세요^^”라고 응원했다.

▲ 최은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그렇다면 최은배 부장판사는 왜 수많은 지지를 받던 글을 삭제한 것일까? 그에 대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누리꾼들 일부는 ‘외압’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 부장판사의 글에 H씨는 “아니 대한민국이 민주국가 맞아요?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걱정해야 하는 거라니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공무원이나 판검사는 국민이 아닌가요? 국가를 걱정하는 것도 대통령의 눈치나 봐야 하다니”라고 씁쓸해 했다.

그런데 최 부장판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원 등의 외부 압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최 부장판사의 글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법원 차원의 조사는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 왜 삭제했을까. 최 부장판사는 <한겨레>에 “내가 쓴 글이 의도대로 해석되지 않는 것 같아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바로 여기에 이유가 담겨 있어 보인다.

일부 언론이 판사의 ‘정치편향’ 논란으로 보도하고, 게다가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직후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렸던 글까지 새삼 거론하며, 그로 인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됐었다는 등의 보도까지 하는 것에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당시 징계는 받지 않았다.

정리하면 핵심은 ‘김병관 국방방관 임명 반대 의견’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부장판사가 박근혜정부를 비판한다느니, 또한 엉뚱하게 자신의 과거 행적을 들춰 사안의 본질을 흐려 보도하며 ‘정치편향’ 논란으로 비화시키려는 행태에 강한 불쾌감과 경계심을 내비친 것으로 추측된다.

최은배 부장판사의 글을 전날 처음으로 보도한 <로이슈>도 바로 이런 점을 우려했다.

로이슈는 <최은배 부장판사 “흠집 많은 김병관 임명 않는 게 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판사 신분으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표명을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해당 부장판사의 글이 공개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칫 본질과는 무관하게 엉뚱한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되는 깊은 고민 끝에 보도한다”고 밝혔다.

<로이슈>가 보도하지 않더라도 다른 언론이 보도할 가능성이 많기에, 로이슈는 다른 법조인들의 의견과 함께 임명 반대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는 했으나, 최은배 부장판사가 전날 올린 글을 삭제했기에 최 부장판사의 의중을 배려해 로이슈가 전날 보도한 화면 캡처 글은 삭제한다.

한편, 최 부장판사의 삭제 글 밑에 A씨가 “판사님 같은 분이 계셔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고맙습니다. 할 말은 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헌법 정신처럼요”라고 올린 글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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