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검찰조사 시 피의자의 메모 허용해야”

검찰총장에게 검찰조사 때 피의자 메모금지 관행 개선 권고 기사입력:2011-12-19 10:47:3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19일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피의자가 메모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사 관행에 대해 검토한 결과,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검찰총장에게 메모금지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진정인 A(47세)씨는 “B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누락된 진술이 있으면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기 위해 진술 내용으로 메모하고자 했으나 금지당했다”며 작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메모금지는 수사보안을 위해 당연한 사항으로,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메모를 허용하면 메모를 이유로 조사방해를 할 수 있으며,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판단은 달랐다. 메모 행위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 포괄적 의미의 자유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며, 이러한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진정인 주장과 같이 메모를 금지하더라도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 신문이 끝나면 신변이 자유롭기 때문에 기억에 의존해 증거인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어, 증거인멸이나 도주용이 문제는 불구속 수사방식을 택한 결과이지 메모를 허용한 결과라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메모 금지가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어 메모 금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메모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조사방해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우리나라 수사실무에서는 조사를 방해하는 피조사자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인권위는 판단했다.

인권위는 “한편, 무죄추정원칙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의 보호를 받는다”며 “따라서 신문을 받는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에 응하지 않은 권리가 있는 동시에 신문에 응하면서 자신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메모행위와 같은 보조적 행위를 할 권리를 당연히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수사관이 공판정 밖에서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는 판사가 직접 공판정에서 확인하는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이자, 수사관이 피의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는 전문(傳聞)증거이므로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경우 조서 위주의 재판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 법관들이 일본말로 작성된 수사기관의 조서에 의존해 재판하던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인권위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인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주의, 전문증거배제법칙에는 충분히 부합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한다”며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의 보완 방식에 대한 적극적 검토와 함께 현행 수사기관의 메모금지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신문시 피의자의 메모금지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법률유보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메모 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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