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사법부가 실망과 고통 드려 죄송”

사법 60주년 기념사 통해 불행한 과거사 고백하고, 고개 숙여 사과 기사입력:2008-09-26 21:28:30
사법부의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이 “불행한 과거가 사법부의 권위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적지 않은 손상을 줬음을 잘 알고 있다”며 과거사를 고백하고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용훈 대법원장(로이슈 자료사진) 이 대법원장은 26일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먼저 “우리 사법부는 건국 이후 온갖 역경 속에서도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하고 법의 지배를 확립하는 데 힘써 왔다”며 “그 결과 사법부의 독립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러나 지난 60년의 자취를 돌아보면 자랑할 만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권위주의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법관이 올곧은 자세를 온전히 지키지 못해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질서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그 결과 헌법의 기본적 가치나 절차적 정의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불행한 과거가 사법부의 권위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적지 않은 손상을 주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미래를 향해 새로 출발하려면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과거 우리 사법부가 헌법상 책무를 충실히 완수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구체적 작업은 사법정의의 회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사법권의 독립이나 법적 안정성 같은 다른 헌법적 가치와 균형을 맞춰가며 추진해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거의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가장 원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재심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 동안 사법부는 재심을 통해 지난날의 잘못을 꾸준히 바로잡아 왔다”며 “이미 민족일보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민청학련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사건 등 상당수 사건에 대해 지난날의 과오를 시정하는 판결을 선고했으며, 앞으로도 재심절차가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와 별도로 대법원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각종 시국 관련 판결문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결과 대한민국 사법부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만간 발간될 사법부 역사자료에 포함시켜 국민에게 보고할 예정”이라며 “이제 사법부는 지난 60년을 거울삼아 새로운 60년 선진 사법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재판다운 재판은 법정서 국민의 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

또한 “대한민국 사법부 출범의 참된 의미는 우리 역사상 최초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기초한 사법제도를 마련한 데 있다”며 “사법권은 국민이 맡긴 것이며 국민의 신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고 국민을 섬기는 법원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기본 임무는 재판이며, 국민의 신뢰는 재판다운 재판을 함으로써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재판다운 재판은 법정이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성의를 다해 듣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공판중심주의를 역설했다.

이어 “서면 위주의 재판관행에서 벗어나 공개 법정에서 말로 하는 심리와 증거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상을 밝히려는 새로운 시도에 전국의 법관과 직원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면 재판 당사자가 자기 사건의 경과를 정확히 이해하고 재판 결과를 납득하는, 더욱 바람직한 재판의 모습을 보여드릴 날이 머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형사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더불어 사법절차에 주권자인 국민의 건전한 양식과 감각이 반영되어 국민참여재판이 조기에 정착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누구나 법률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사법부는 사회적 소외계층이 사법적 구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소송구조 및 국선변호제도의 수혜 범위 확대와 질적 개선에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원절차 합리화와 서비스 정신 함양을 통해 국민이 자기 집처럼 편히 드나들 수 있는 친근한 법원, 원하는 정보와 편의를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법원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전자소송을 더욱 고도화함으로써 국민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자신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미래형 법원을 가꾸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앞으로도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들 모두는 국민과 더 잘 소통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김으로써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사법부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과거의 불행한 일들을 교훈 삼아 법관의 양심과 사법의 독립을 굳게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도 사법부의 이런 노력을 애정어린 눈길로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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