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폭력을 일삼아 온 난폭한 아버지임에도 어려서부터 20여년 동안 아버지를 정성스럽게 보살펴 온 착한 막내아들이 한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5남내 중 막내인 이OO(27)씨는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한 방을 쓰면서 아버지의 대소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켜주는 착한 아들이었고, 더욱이 범행 당시 결혼식을 보름 앞둔 상태였기에 주위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씨의 어머니는 폭력남편과 이혼했더라면 아들이 고통받는 참극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구치소에서 아들을 면회하는 것을 하루의 첫 일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약혼녀도 이씨가 출소하면 결혼할 것을 다짐하며 구치소에 있는 동안 그 약속의 의미로 혼인신고까지 해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법원도 이번 사건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에 대해서는 분명한 죄책을 물었다. 아울러 부모와 자식간의 천륜에 대한 따끔한 훈계도 잊지 않았다. 눈물의 사연을 자세히 보도한다.
◈ 결혼 보름 앞두고 참극
부산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회사원 이씨의 아버지는 이씨가 어려서부터 생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들어와 5남매의 자식들과 처에게 주정을 부리며 폭행을 일삼았다.
이에 가족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때면 부엌에 있는 흉기부터 숨겨놓아야 했다.
그러함에도 1남 4녀 중 막내아들인 이씨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노숙을 하고 있으면 찾아서 업고 들어왔다. 또한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한 방을 쓰면서 아버지의 대소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켜주는 등 아버지를 정성껏 돌보는 마음씨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이씨가 결혼을 약 보름 남짓 앞둔 지난 4월 14일 오후 11시 30분께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결혼이 임박한 이씨는 어머니와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때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날 집에 들어오기 전 직장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신 이씨는 아버지에게 “제발 하지 마세요. 결혼 날짜 잡은 것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제 그만하세요”라고 말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술 주정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순간적으로 격분한 이씨는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머리가 거실 벽에 수회 부딪히게 했다.
또한 화를 참지 못한 이씨는 주먹으로 아버지의 복부를 2회 때려 아버지에게 상장간막 동맥파열 등의 상해를 입혔다. 불행히도 이로 인해 아버지는 다음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하고 말았다.
◈ 주변사람들 모두 선처 탄원
결국 이씨는 결혼식을 보름 앞두고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법원도 이씨가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를 말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는 점과 피해자가 잦은 음주로 인해 몸이 허약해 단지 2회의 복부가격으로 사망에까지 이른 점도 인정했으나 실형을 선고했다.
이씨 역시 두 달 가량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참회의 눈물로 쓴 반성문을 7회나 재판부에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실형을 면할 수 없었다.
이번 사건 사연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이씨의 어머니는 법정에 출석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남편과 일생을 살아 온 자신이 일찌감치 피해자와 이혼을 했더라면 이와 같은 참극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들이 구금돼 고통받은 것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려 주위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
위암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이씨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천성이 착한 막내아들이 체포·구속된 후 매일같이 구치소로 면회하는 것을 하루의 첫 일과로 삼았으며, 면회를 가던 중 쓰러져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씨의 누나들도 법정에 출석해 자신들의 감추고 싶은 친정의 가정환경을 설명하면서 남동생의 선처를 간절히 탄원했다.
또한 이씨의 직장에서도 이씨의 평소 성품을 높이 평가하고 출소 후에도 직장에서의 계속된 근무를 약속해 줄 정도로 이씨를 감싸안으며 선처를 호소했다.
심지어 이씨와 웨딩촬영을 마치고 청첩장까지 준비한 후 결혼식만을 기다리고 있던 약혼녀와 그 가족들은 이씨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신임했다.
약혼녀는 “이씨의 평소 성행이 범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출소하면 결혼생활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며 이씨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혼인신고까지 해 놓아 재판부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 “준엄한 형벌 면할 수 없다”
하지만 범행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엄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아버지를 숨지게 한 범행으로 인해 그 누구보다도, 현재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피고인 자신이 범행 결과에 대해 평생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씨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다른 사람이 아닌 아버지에게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세상에 사람의 생명보다 존엄하고 귀한 법익은 없다”며 “그런 이유로 국가나 사회는 이를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따라서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물며 그 생명 침해의 대상이 자신의 부모라면, 앞서 언급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모든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범행을 비윤리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평가함에 이론이 없을 것이며, 피고인 또한 이에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직전, 피해자가 피고인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취한 언동이 꼭 피고인이 완력으로 제압해야 할 만큼 긴급하고도 불가피한 상황에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게다가 계속된 음주습관으로 몸이 몹시 허약한 상태에 있음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벽에 수회 부딪치게 하고, 주먹으로 복부를 두 번이나 세게 때려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으니, 이는 필시 혼인을 앞 둔 자신의 처지만을 내세워, 술 주정을 하는 아버지에 대한 그간에 쌓인 울분이 갑자기 폭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과거 피고인이 아버지에 대해 아무리 효성을 다했다고 한들,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피고인의 변명이 다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이며, 결국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비난을 넘어 준엄한 형벌을 면할 수 없다”고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 재판부, 자식의 도리 훈계
이와 함께 재판부는 “사람이 살면서 각자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서는, 종종 부모의 언동이 자식들에게 원망스러운 경우도 있고, 때로는 그 정도가 지나쳐서 나머지 가족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위해가 되는 때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분이 부모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부모를 섬길 수밖에 없다”고 자식의 도리를 훈계했다.
또한 “남들도 돕는 세상에 그렇게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며 “세상은 그와 같은 인륜의 질서로 지탱이 된다”고 천륜의 의미를 되새기게 강조했다.
이어 “부모의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신체가 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에 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자식으로서는 당면한 현장을 피하거나 다른 가족의 도움을 빌려 부모를 정성껏 진정시킬지언정 폭력을 자행해 아버지의 불만스런 행동을 순간적으로 제압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자식된 도리”라고 따금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한 구구한 변명은 부질없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구금으로 인해 피고인은 물론 주변사람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 클 수도 있으며, 특히 예정된 혼인이 늦어진다는 점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해 피고인을 당장 석방해야 하는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혼인 예식은 출소한 이후에라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자신의 행동으로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 법적 책임을 다함에 있어서는 아직은 석방할 때가 아니다”고 실형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재판부는 다만 “앞서 언급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 참작 사유와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가정환경, 범행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조건을 참작해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과 작량감경 등 2회의 감경을 거친 형기의 범위 내에서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이씨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법정 눈물바다 만든 母情…옥중 혼인한 예비며느리
술주정뱅이 아버지 20여년 정성껏 모시다 결혼 보름 앞두고 참극 기사입력:2008-08-01 16: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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