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선택 김황식 대법관 “친정 명예 높이겠다”

퇴임사 “법원가족들의 사랑의 빚만 잔뜩 지고서 이렇게 떠납니다” 기사입력:2008-07-29 12:14:43
“법원가족 여러분! 마치 누이를 시집보낸 심정으로, 그 누이가 시댁 살림을 잘 살아 시댁도 번창하고 그로 인해 친정의 명예도 드높일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

김황식 감사원장 내정자 감사원장으로 내정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황식 대법관이 28일 가진 퇴임식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많이 고민했다”며 법원 안팎의 강도 높은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장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며 당부한 말이다.

김황식 대법관은 먼저 “오늘 저는 정들었던 법원을 떠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 34년 간, 법원에서 지내온 순간 순간들이 파노라마 같이 스쳐 지나갑니다만, 돌이켜 생각하니 저의 법관생활은 참으로 행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판을 하면서는 당사자가 승복하는 판단을 하려고 노력했고, 사법행정을 담당할 때는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구했고, 법원가족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그러나 저의 능력은 부족해 그 뜻을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가족들은 저를 한결같이 잘 도와주셨고, 법원은 저에게 대법관으로 일할 영광스러운 기회까지 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의 사랑의 빚만 잔뜩 지고서 이렇게 떠납니다”라며 “그러나 막상 법원을 떠나려하니, 그것도 뜻하지 않게 감사원장의 직에 나아가기 위해 대법관의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떠나려하니 제 마음은 한없이 허전하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관은 “그 빛나는 이름인 법관, 영광스러운 대법관의 직을 놓는다는 것은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라며 “이대로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쉽지 않은 선택을 했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 저는 평생을 두고 봉직해온 일이라 조금은 익숙해 상대적으로 쉽고 편한 법관의 길을 벗어나 어렵고 힘든 감사원장의 길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며 “밤잠을 설쳐가며 많이 고민하고 주위의 여러 분들과 상의도 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선진 민주국가, 모든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복지국가, 이것이 제가 바라는 우리나라의 모습”이라며 “제가 지금까지 법원에서 해온 일도 이것을 위한 것이었으며 감사원장의 직책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장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법관은 “법관생활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해서, 공직사회가 국민 앞에 떳떳하고 바르게 서게 한다면 이 또한 보람 있는 일이요, 국가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감히 이일을 해내리라 다짐하면서 옮겨간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법원가족 여러분! 마치 누이를 시집보낸 심정으로, 그 누이가 시댁 살림을 잘 살아 시댁도 번창하고 그로 인해 친정의 명예도 드높일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법관은 “사법부를 떠나면서 후배 판사들에게 당부의 말씀 한 자락만 남기겠다”며 법관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법부는 복잡다단한 사회여건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며 발전해나가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는 사법권독립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특히,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 준거로 삼아야 할 헌법과 법률이나 양심 등의 기준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흔들어 놓으려는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법관은 결코 이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더욱이 헌법이 법관에게 제시하는 양심이란 법관 개인의 주관, 소신이나 철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고자 하는 공동체적 이성으로서의 객관적 양심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법관은 “그렇기에 독일 법조계에는 ‘자기 신념에 어긋나는 설교를 하는 성직자는 존경할 수 없지만, 자기 소신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법관은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신조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가벼운 시대조류가 양심의 이름으로 둔갑해 재판의 장으로 넘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면서 오로지 공의와 사랑이 담긴 재판을 통해 책임감을 갖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재판하기 바란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이렇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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