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지연이 목적인 ‘법관 기피신청’ 불허는 정당

헌법재판소 “양측 모두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조화시키기 위해” 기사입력:2008-07-03 11:08:46
법원이나 법관에 대한 재판 당사자의 기피·제척 신청이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신청을 받은 법원이나 법관이 이 신청을 ‘각하’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 관련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법관 기피신청’은 형사소송법 제18조에 따라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 등이 제기할 수 있는 행위로 법률에 규정돼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 그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시킬 것을 신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법관이 피해자이거나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이거나,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호주, 가족 또는 이러한 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 등이며, 법관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같은 소속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정OO씨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담당법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기피·제척 신청을 했다가 당해 법관들로부터 기피·제척 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됐다.

그러자 정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각각 ‘즉시항고’하고, 민사소송법 제45조 제1항, 제2항, 제46조 제2항 본문, 제47조 제3항, 제48조 단서에 대해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두 차례에 걸쳐 위헌심판제청신청을 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원이 모두 기각하자 정씨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조대현 재판관)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 제27조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제척·기피 신청을 하는 당사자의 권리와 상대방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조화시키기 위해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한 경우 법원 또는 법관 스스로 각하시킬 수 있도록 한 것으로써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제척 또는 기피 신청 중에서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한 경우’에 한정해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민사재판절차에서의 공정성과 신속성까지도 조화롭게 보장하는 것으로, 신속한 재판에 치우쳐 재판의 공정성을 필요한 한도를 넘어서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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