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경찰관 음주교통사고로 해임은 위법

부산지법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 재량권 남용” 기사입력:2008-07-02 17:47:09
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는 등 성실하게 근무해 오던 중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미한 사고를 낸 경찰관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너무 가혹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 교통사고로 전치 2주 부상

부산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사 신OO(47)씨는 지난해 8월 1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주점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혈중알콜농도 0.152%의 주취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해운대구 송정동의 한 도로상에서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는 내 차에 타고 있던 강OO씨에게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이에 지난해 8월 부산지방경찰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씨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렸다. 이후 신씨가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처분을 감경해 줄 것을 청구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신씨가 지방경찰청장 표창 등 다수의 표창을 수상한 공적이 있고, 자신의 과오를 크게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해임처분으로 감경했다.

◈ 음주운전 적발시 파면·해임

그런데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할 즈음 경찰관 음주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7월 18일 자체사고방지를 위한 긴급업무지시, 20일 청장 일일강조사항 등을 통해 경찰관 음주사고 사례를 상세히 언급하면서 음주운전 금지를 거듭 엄중히 지시하고, 향후 음주운전 적발시 배제징계 할 것임을 공약했었다.

신씨 또한 2007년 2월 등 3회에 걸쳐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고, 음주운전시 어떠한 불이익이라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다짐서)를 작성해 경찰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청장이 징계양정 합리화(배제기준 구체화)를 위해 2006년 7월 지시한 ‘징계양정 합리적 개선방안 하달’에 의하면, 단순 음주운전 및 음주사고는 중징계(정직)처분하고, 근무시간 중 음주사고, 사고야기 후 도주, 사망사고 야기, 음주운전 전력자의 경우에만 배제(파면, 해임)하는 징계를 하도록 돼 있다.

◈ 지방경찰청장 등 표창 21회

한편 신씨는 1986년 경찰공무원으로 임용된 이래 21년간 일선 파출소 등 대민행정 접점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해 오면서 공적을 인정받아 지방경찰청장 표창 등 총 21회의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들은 신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신씨의 직장 동료 등도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어쨌든 해임처분이 내려지자 신씨는 “처와 아들 2명을 둔 가장으로서 가족은 물론 뇌경색으로 쓰러진 형까지 책임져야 하는 형편이고,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히 근무해 온 점,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징계의 정도가 과중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징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 해임처분은 가혹해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황진효 부장판사)는 최근 해운대경찰서 경사 신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신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상부로부터 지속적인 음주운전 근절지시가 내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가 그리 크지 않고, 피해자들과는 원만히 합의한 점, 원고가 21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공무상의 비위행위로 징계처분을 받은 바 없고, 다수의 표창을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해 온 점 등은 정상 참작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청장이 피고에게 하달한 징계양정 합리화(배제기준 구체화) 기준에 의하더라도, 단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원고의 경우는 중징계(정직)처분 사유에 불과하고, 배제(파면, 해임)하는 징계의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교통사고를 낸 A경장의 경우 혈중알콜농도 0.221%의 주취 상태에서 중앙선 침범사고를 일으켜 물적 피해 및 피해자 4명의 인적 피해를 가했음에도 정직 3개월을 징계를 받은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을 종합해 보면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은 비례의 원칙 또는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등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했거나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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