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에서 자위행위 한 교사 해임처분은 부당

서울행정법원 “교사자격 박탈은 지나치게 가혹…이번만 용서” 기사입력:2008-06-24 19:17:58
술에 취해 여고생들이 지나가는 길가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한 교사에게 내린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인 A(47)씨는 지난해 3월 23일 밤 11시 55분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한 음식점 앞길에서 마침 지나가던 여고생 등 8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를 했다.

이에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성기를 꺼내놓은 채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경찰관들이 A씨에게 성기를 집어넣으라고 하면서 술에 취했으니 집에 들어가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A씨는 알았다고 하면서 옆에 있던 화물차 뒤에서 소변을 본 후 다시 성기를 꺼내놓은 채로 나와 자위행위를 했다.

결국 A씨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A씨의 이 같은 행위는 방송 및 전국 일간지를 통해 보도됐다.

학교측은 지난해 6월 A씨가 검찰에서 구약식 기소됐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그러자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장수영 판사는 지난해 9월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골목에서 소변을 보려고 했을 뿐 성기를 꺼내어 자위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장진훈 부장판사)는 지난 2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만원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으나, 최소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는 있었던 것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1회의 벌금형 전과 이외에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은 교사로서 성실하게 살아오던 중 술에 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 교육적 견지에서 용인 안 돼

그러자 A씨는 “해임 사유인 공연음란행위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그에 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확정판결을 받는 등 정상에 참작할 점이 있고, 위 행위로 인한 사회적 물의는 원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임은 징계양정이 과중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경구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청심사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징계가 가혹해 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는 교과뿐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까지 바르게 지도하고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학생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할 고등학교 교사이므로, 원고의 행위는 비록 취중에 일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교육적 견지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원고의 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은 원고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또래로서 그 중에는 여학생들도 포함돼 있는 점, 원고의 행위가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됨으로써 상당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학생·학부모들의 불신과 불안을 초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의 잘못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직처분의 부당함을 이렇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원고는 만취해 소변을 보다가 우발적으로 공연음란행위를 하게 된 점, 원고의 행위는 성폭행·성추행과 같은 무거운 파렴치범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속칭 ‘바바리맨’과 같은 변태적 노출성향의 발로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형사재판에서 음란행위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이 인정되는 한편 자신의 행위를 반성함으로써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확정판결을 받은 점, 원고는 위 행위와 같은 종류의 전과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해임 전까지 아무런 징계전력 없이 18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하여 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음란행위를 이유로 교사의 직에서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로 보이고, 그 대신 이번에 한해 원고를 해임보다 가벼운 징계로 처벌함으로써 다시 모범적인 교사로 근무할 기회를 주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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