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하고 또 우편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약사법 관련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약사 박OO씨는 2004년 9월14일 약국에 손님으로 온 최OO(72·여)씨에게 관절염 치료제 20일분을 조제ㆍ판매했다.
이후 10월8일에도 박씨는 할머니 최씨에게 관절염 치료제 10일분을 등기로 배송해 판매하는 등 12월7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4회에 걸쳐 의약품을 판매한 혐의로 한 달 간 업무정지처분을 받았다.
또 검찰은 약사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박씨에 대해 초범이고, 손님인 72세의 노인 최씨가 멀리서 전화로 간청하는 바람에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박씨는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의 취소 및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약사법에는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규칙에는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약국개설자가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경우 5일 분량씩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송두환 재판관)는 약사 박씨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도 약국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하도록 제한한 조항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기소유예처분 취소청구를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한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ㆍ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사고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해 국민보건을 향상·증진시키는데 입법목적이 있으므로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행정청은 ‘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전달하는 경우’ 약국 밖에서 판매가 이뤄져도 처벌하지 않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의약품 판매장소 제한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며, 이로 인한 청구인의 영업상 불이익은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한 자라도 가족 등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고, 독거노인 등에 대해서는 관할 보건소에서 정기적 가장방문을 통한 진료·투약활동을 하면서 환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수시로 방문해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의약품을 우편 또는 택배로 받아야만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조항들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 조대현 재판관 “조제권 있는 약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항”
의약품 판매 약국 제한과 관련, 조대현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기 어려워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의 전문의약품 판매량은 조제권을 가지고 있는 약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며 “설사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더라도 환자의 건강권과 진료받을 권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데, 이 점을 외면하고 있어 약사의 전문적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더구나 약사가 종전에 면담·조제를 해준 바 있는 만성적인 질병의 환자가 먼 곳에 살면서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 전화로 그 환자의 복약효과와 질병의 상태를 확인하고 종전에 조제한 약과 동일한 약을 우송해 준 것을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청구인의 명예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전부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약국에서만 의약품 판매는 합헌”
“국민보건 향상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 기사입력:2008-05-05 14: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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