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불가마서 사망한 경우 ‘재해보험금’

대법 “일반사망보험금 지급한 보험사는 보험금 더 줘야” 기사입력:2008-05-05 13:40:06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우나 불가마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했다면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OO씨는 전날부터 술을 마신 상태에서 2004년 5월6일 오전 7시30분께 고양시 성사동에 있는 사우나가 갔다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불가마실(실내온도 약 74℃)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고 말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최씨는 혈중 열코올농도가 0.24%였고, 부검의는 “해부학적인 사인은 불명이나, 다만 최씨의 관상동맥에 국소적인 심근내주행이상 등 심장병변이 발견된다는 이유로 급성심장사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부검감정서를 작성했다.

이에 보험사는 최씨가 보험 약관상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자 최씨의 유족은 “술을 마시고 사우나 불가마실에 갔다가 음주행위와 고온의 밀폐된 공간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해 사망한 만큼 이는 ‘재해’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최씨의 유족이 K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심근 내 주행이상’은 관상동맥조영술 시행환자의 5% 가량에서 흔하게 관찰되는데 비해 실제 심장이상을 일으키는 빈도는 낮기 때문에 다른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 치료대상이 되지 않는 사실, 망인이 생전에 심혈관질환으로 치료받은 적도 없는 사실, 망인에게서 ‘심근 내 주행이상’이라는 질환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어서 이를 사인(死因)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렇다면 망인은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가 주취상태 및 불가마실의 고온으로 인해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 끝에 저혈압 또는 부정맥이 야기돼 급사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가사 망인의 기왕의 질환인 ‘심근 내 주행이상’이 망인의 사망에 기여했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망인은 보험약관의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다고 봐야 하는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한 것은 잘못으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한편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한명수 부장판사)는 2005년 9월,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7민사부(재판장 정덕모 부장판사)는 2006년 9월 “망인의 사망이 보험계약에 규정된 재해로 인한 것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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