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음식값 내기 도박은 일시오락…처벌 못해

장소 제공자…식품위생법위반 역시 죄 되지 않아 기사입력:2008-04-13 12:18:57
서로 잘 아는 친분 있는 사람끼리 다방에서 음식값 내기를 걸고 한 카드게임은 일시적 오락에 불과해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이 경우 도박 장소를 제공한 다방 업주도 식품위생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OO(51)씨와 문OO(48)씨는 지난해 4월10일 경북 청도군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박OO(여, 56)씨의 다방에서 팔보채 등 중국음식을 시켜 먹은 후 음식값 7만 2,000원을 박씨에게 먼저 지불하게 했다.

그런 다음 정씨와 문씨는 음식값을 마련하기 위해 다방에서 1회 평균 1,000∼2,000원의 판돈을 걸고 속칭 ‘훌라’라는 카드게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방업주 박씨도 업소 내에서 사행행위와 같은 풍기문란 행위를 방지해야 함에도, 이들이 다방에서 도박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해 묵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대구지법 형사11단독 정성욱 판사는 지난해 7월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씨와 문씨에게 각각 벌금 50만원을,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다방업주 박씨에게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이들은 항소했고, 대구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박승렬 부장판사)는 지난 1월15일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씨와 문씨에 대해, 또한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정씨와 문씨는 서로 잘 아는 친분 있는 관계로, 도박을 하게 된 경위와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음식값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해 도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씨와 문씨의 행위가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해 가벌성 있는 도박 기타 사행행위나 풍기문란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박씨에 대한 식품위생법위반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지난 3월27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도박의 방법 및 횟수,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친분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 정씨와 문씨의 도박행위는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장소를 제공한 박씨에 대해서도 “이 사건 도박은 건전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없는 정도의 단순한 오락에 그치는 경미한 행위에 불과하고, 일반 서민 대중이 여가를 이용해 평소의 심신의 긴장을 해소하는 오락은 허용되는 것임을 고려할 때 박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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