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워 상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OO(47)씨는 2004년 1월25일 밤 12시30분께 안산시 이동에 있는 한 가요주점에서 후배와 술을 마시던 중 서로 싸움을 하게 됐고, 이에 주점 종업원이 경찰에 신고해 관할 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출동했다.
주점에 도착한 경찰관 김OO씨는 벽면이 파손돼 있고 주점바닥에 술병과 유리컵 등의 깨진 조각들이 있는 것을 보고 정씨에게 누가 파손했는지를 물은 뒤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미란다원칙을 고지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정씨를 연행하려는 과정에서 정씨가 순순히 응하지 않고 신고한 주점 종업원들에게 폭행을 가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김씨는 정씨의 목덜미를 잡아 누르면서 “수갑 채워”라고 말했고, 이에 다른 경찰관들이 정씨의 양팔을 등뒤로 해 수갑을 채웠다.
지구대로 연행된 이후 정씨는 팔의 통증을 호소했고, 이에 경찰관 조OO씨는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
정씨는 우측 상완골 분쇄골절 및 요골 신경 외상성 마비 증상을 보여 이 때부터 2월14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으며 수술도 받았다.
입원치료 중 정씨는 체포한 경찰관들로부터 치료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해 줬다.
하지만 2005년 1월19일 정씨는 다시 입원해 수술을 받았으나 8월 지체장애 3급으로 장애인으로 등록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이에 정씨는 “경찰관들이 무장하거나 반항하지 않는 자신에게 수갑을 사용해 체포함으로써 상해를 입힌 행위는 경찰관으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적정한 경찰권의 행사범위를 초과한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반면 경찰관들은 “정씨가 체포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더라도, 체포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며, 정씨가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므로, 다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차은경 판사는 정씨가 국가와 체포한 경찰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98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차 판사는 판결문에서 “경찰관들이 신고를 받고 주점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정씨의 소란행위가 어느 정도 종료돼 있었던 점, 체포 당시 정씨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경찰관들이 정씨의 양팔을 뒤로 돌려 꺾어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경찰관들이 경찰장구인 수갑을 사용함에 있어 준수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기인한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경찰관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고가 피고들과 합의한 후 장애인으로 등록되기까지 1년6개월이 소요된 점 등을 감안하면 합의할 당시에는 영구적으로 노동능력의 일부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정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합의 당시 원고의 의사가 합의 이후 발생한 후발적 손해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차 판사는 다만 “피고들이 원고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당시 순순히 응하지 않아 스스로 경찰장구를 사용해 체포를 당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등의 잘못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원고의 책임비율을 70%, 피고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편 차 판사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불법행위에 있어 공무원에게 경과실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경찰관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경과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범 수갑 채우다 부상…국가가 배상해야
차은경 판사 “경찰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한 과실” 기사입력:2008-04-11 08: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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