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CCTV 화면을 통해 알려진 지난 3월26일 뻘건 대낮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일어난 경기도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이 국민을 큰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경찰이 단순폭행 사건으로 안이하게 판단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일산경찰서에 가서 질책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사건이 됐고, 대통령이 나선지 불과 6시간만에 붙잡힌 범인은 성폭행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2일 구속됐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인은 12년 전에도 똑같은 범행을 5회나 저질러 징역 10년을 복역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범행시각은 대낮이며 ▲범행장소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이고 ▲범행도구는 연필을 깎는 커터 칼이며 ▲범행대상은 10세 이하의 여아였다.
그렇다면 12년전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향후 유사 범행의 예방적 차원에서 당시 판결문을 통해 범인의 행적을 추적해 재구성했다.
◈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니 말을 잘 들어라”
중장비 조수로 일하던 이OO(41)씨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살고 있었다. 이씨는 평소 반항할 능력이 없는 어린 소녀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지리를 잘 아는 인근 동네를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1995년 12월22일 오후 2시30분경 이씨(당시 28세)는 서울 강남구 수서동 J아파트 107동 엘리베이터 안에서 학원에 가기 위해 1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A(여·8)양을 만났다.
흑심을 품은 이씨는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춘 다음 A양에게 내리라고 했다. 낯선 아저씨였기에 A양은 “학원에 가야한다”면서 거부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얼굴에 험한 인상을 쓰면서 내릴 것을 강요했다.
이에 겁을 먹은 A양은 이씨를 따라 내렸고, 그러자 이씨는 비상계단을 통해 6층으로 올라간 뒤 A양에게 바지와 속옷을 벗도록 했다. 그러더니 중요부위를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
A양이 “잠지”라고 대답하자, 이씨는 손으로 중요부위를 만지면서 연필을 깎는 커터 칼을 꺼내 보이며 “아저씨 말을 안 들으면 죽이겠다. 나는 착한 사람이니 내 말을 잘 들어라”라고 협박했다.
그런 다음 이씨는 사람의 왕래가 없는 15층 옥상에서 성폭행하기 위해 A양에게 “15층에 가 있어라”라고 위협했다. 8세의 어린 나이지만 당시 무서운 상황임을 알아차린 A양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가 13층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화를 면할 수 있었다.
A양을 강간하려다 실패한 이씨는 이날 오후 4시경에는 102동으로 범행 장소를 옮겼다. 2층 비상구 계단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이씨는 마침 지나가던 B(여·9)양을 보자 갖고 있던 흉기를 꺼내 보이며 “아저씨 말을 잘 들으면 살려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깜짝 놀라 겁을 먹은 B양은 이씨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이씨는 B양을 5층 비상 계단으로 끌고 간 다음 옷을 벗기고 강제 추행했다. 욕정이 끓어오르자 이씨는 15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B양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아는 사람이나, 친구를 만나면 아저씨를 아는 체하지 말라”고 3∼4번 되물으며 강요했다.
15층 옥상입구 계단에 이르자 이씨는 흉기로 B양의 머리카락 일부를 자르더니, 흉기를 B양의 목에 대면서 “아저씨 말을 잘 들어라”고 하며 옷을 벗도록 했다. 시퍼렇게 겁에 질린 B양이 실오라기 하나 없어 옷을 벗자, 이씨는 B양의 점퍼를 바닥에 깔더니 눕도록 지시했다.
B양이 눕자 이씨는 손가락을 중요부위에 집어넣고는 “아빠도 이렇게 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B양이 “아빠는 예쁘다고 엉덩이만 두드려 준다”고 말하자, 이씨는 “거짓말 마라”고 하며 B양의 바지를 얼굴에 덮은 뒤 강간했다.
이씨의 파렴치한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씨는 두 달 뒤인 2006년 2월11일 오후 4시경 같은 아파트 109동 앞길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C(여·5)양을 보고 음흉한 생각을 가졌다.
이씨는 C양을 커터 칼로 위협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옥상입구 계단으로 데려갔다. 이씨는 C양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바지 등으로 손과 발을 묶고 추행하더니 급기야 강간하려 했다. 하지만 C양이 너무 어려 성기 삽입이 불가능해 미수에 그쳤다.
또한 이씨는 범행에 있어 대범함마저 보였다. 2006년 3월16일 첫 번째 범행장소였던 J아파트 107동으로 다시 간 이씨는 7층과 8층 사이의 계단에서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이날 오후 8시 30분경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D(여·8)양과 마주쳤다.
이때 이씨가 “야, 이리 와”라고 불렀는데 D양이 그냥 올라가려고 하자, 이씨는 D양의 목덜미를 잡고 흉기를 보여주면서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가 옥상으로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옥상 출입문이 닫혀 있자 생각을 바꿨다. 다른 동으로 이동해 성추행하기 위해 비상계단으로 1층까지 내려오면서 이씨는 D양에게 “나는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또 “만약 1층에 내려가서 경비아저씨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나를 모르는 척 해라”면서 D양의 손목을 잡고 105동으로 간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까지 올라간 뒤 옥상으로 갔다.
옥상에 도착하자 이씨는 갑자기 발로 D양의 배를 걷어차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든 뒤 옷을 모두 벗기고 강제 추행했다. 이씨의 파렴치한 범행은 이뿐 아니다.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면서 “여기서 잼이 나온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위행위를 해 사정을 하자 정액을 D양에게 먹도록 시켰다.
◈ “아저씨는 경찰인데, 말 안 들으면 감옥에 가둬 놓는다”
이씨의 범행은 또 있다. 이씨는 1996년 4월11일 오후 7시 30분경 수서동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곳에서 뛰놀고 있는 E(여·7)양에게 다가가 “나는 경찰인데, 말 안 들으면 감옥에 가둬 놓는다”고 위협하며 E양의 손목을 잡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가려 이동했다.
마침 자신의 집 근처를 지나갈 때 겁을 먹은 E양이 “엄마가 집에서 기다린다”고 하자, 이씨는 욕설을 하며 위압적으로 반항을 억압했다. 그러면서 학교 운동장에서 약 1km 떨어진 비닐하우스까지 끌고 간 다음 흉기를 들이대며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위협했다.
잔뜩 겁에 질린 E양은 벌벌 떨며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 이씨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폭행을 가했다.
◈ 1996년 10월 1심 징역 12년→항소심 징역 10년→2005년 말 출소
당시 서울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전봉진 부장판사)는 1996년 10월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2005년 말에 출소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반인륜적 범죄자들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 등 법정최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범…12년전 범행 복사판
범행장소·범행도구·범행대상 모두 일치해 충격 기사입력:2008-04-05 13: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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