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수 판사 “‘혜진·예슬법’은 이벤트” 직격탄

전시효과에 불과한 한건주의로 대표적 이벤트…선거철 표나 도움 기사입력:2008-04-04 09:40:16
법무부가 아동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는 내용의 가칭 ‘혜진·예슬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현직 판사가 전시효과에 불과한 한건주의로 대표적 이벤트라고 꼬집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법부 시스템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받아 온 서울고법 설민수 판사(사시 35회)는 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사후관리 시스템 없이 성범죄 법정형만을 올리는 것은 선거철 표나 인기에 좋을지 몰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고 꼬집었다.

성폭력에 관한 논문을 집필하기도 했고, 형사재판부에도 근무했던 설 판사는 먼저 “수사 또는 형사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사회적 방향에 대해 지나가는 생각으로 쓴 개인적인 글”이라고 전제하며 자세를 낮췄다.

설 판사는 “성폭행범의 문제는 다른 사회적 병리현상과 비슷한데, 이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다”며 “한국식의 범죄와 전쟁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단칼에 해결하는 길을 찾고, 방법도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모두 이를 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늘 입에 담고 있는 학교폭력은 최소 10년 이전부터의 현상이나, 우리는 매년 학교폭력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며 “이는 단기적 인기 대책을 내놓고 세월이 지나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폭행범의 문제도 이와 같다”며 “▲법정형 하한형의 조정 ▲전자 팔찌 ▲명단공개와 같은 사후관리 시스템 없이 전혀 실효성 없는 인기대책을 반복하는 것은 선거철의 표나 인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실효성을 가진 대책으로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성년자 성범죄 후 살해죄에 대한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양형을 올리는 일은, 이미 거의 유사범죄는 사형이 가능하고 실제 양형도 최소 무기형에 집중하고 있어 전시효과성”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앞으로도 (성폭행범의 양형이) 약화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현실에서 보면 법정형을 올리는 것은 무언가 남겼다는 한건주의는 될지언정 현실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선고형을 올려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은 경제적으로 합리성을 가진 범죄자라는 가설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인간의 성을 매개로 한 행위는 기본적으로는 합리적 계산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특히 범죄는 더욱 그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고형을 높여서 기회비용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실천에 들어가 잠재적 범죄자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 판사는 “성범죄 전반의 법정형을 대폭 올리겠다는 생각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거의 되지 못하는 일회성 이벤트이나, 그 결과는 엉뚱한데 미치는 대표적 이벤트로 본다”고 비판했다.

오랜 교제관계 중 일부 강제력을 쓴 경우나, 폭행 후 강간도 법률상 동일한 선고형을 대하게 되는 한국의 현실상 모두 같은 양형을 대하게 될 것이고, 결국 최종적으로 이를 판결하게 될 판사들은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형을 낮추는 방식을 쓰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설 판사는 “그래도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에서 상당수는 장기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고, 이는 사회적으로 통제 불능한 범죄자만을 양산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설 판사는 “어떤 일에 대해 대책을 세울 때 제발 미국은 어떻게 한다는 식의 보도에 따른 대책은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법을 흉내낸다고 한국이 미국이 되는 것은 아니고, 될 수도 없다”며 “미국법을 조금 깊게 공부해 보면 확실히 느끼지만 미국의 특정제도나 법은 미국이라는 특수국가의 여건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답을 미국에서 얻는 것은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은 되지만 특정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우스운 결과만 낳는다”고 지적했다.

설 판사는 “문제는 시스템이나 환경적 변수가 훨씬 중요하다”며 “따라서 1차적으로 할 것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아무런 예산이나 인력의 뒷받침 없이 말만 내 놓는다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 대한 경찰수사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매일 벌어지는 강력범죄에 바쁜 강력반 형사나 거리순찰에도 바쁜 지구대 경관에게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대해 어떤 거창한 대책을 내놔도, 그 대책은 1개월 정도가 지나면 그들이 1차적으로 전담하게 될 다른 범죄에 묻히게 되기 때문에 보다 실효적인 대책은 인력재배치를 통한 전문적인 전담팀의 구성과 그에 따른 수사력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또 “그 것도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식으로 다른 부서의 인력을 빼는 식이 아니라, 가령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범죄는 전담팀이 맡는 이첩체계와 전문적인 수사능력과 권한을 갖춘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는 늘 새로운 문제가 다수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미봉책에 불과한 단기적 대책 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하는 장기 대책이 마련되기에는 우리 모두가 너무 급한지도 모르겠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베스트클릭 〉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9,114.55 ▲62.13
코스닥 968.40 ▲1.81
코스피200 1,477.22 ▲17.74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6,900,000 ▲150,000
비트코인캐시 302,400 ▲500
이더리움 2,645,000 ▲10,000
이더리움클래식 11,030 0
리플 1,723 ▲8
퀀텀 1,081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6,977,000 ▲184,000
이더리움 2,646,000 ▲10,000
이더리움클래식 11,040 ▲20
메탈 367 ▼1
리스크 132 0
리플 1,723 ▲10
에이다 243 ▲1
스팀 64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6,920,000 ▲90,000
비트코인캐시 301,500 ▲400
이더리움 2,645,000 ▲8,000
이더리움클래식 11,000 ▼30
리플 1,723 ▲8
퀀텀 1,080 0
이오타 67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