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체결되면 계약금 받기 전이라도 해제 못해

“계약금 오가지 않았어도 계약내용 준수의무 명확히 판결” 기사입력:2008-04-03 09:15:41
일단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계약금을 받기 전이라도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OO(56·여)씨는 2005년 6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S아파트 한 채를 5억원에 구입하겠다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아파트 집주인 백OO(58)씨가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 장모인 신OO(79·여)씨가 사위를 대신해 계약했다.

계약체결 당시 계약금 6000만원 중 300만원은 당일 입금하고, 나머지 5700만원은 다음날 입금시켜 주기로 했다.

또 계약서에는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기 전,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약정도 포함됐다.

그런데 계약한 날 밤 신씨는 사위 백씨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백씨가 아파트를 처분할 의사가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신씨는 다음날 정씨가 나머지 계약금 5700만원을 입금하기 전에 매매계약 파기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미 입금된 300만원을 돌려줬다.

하지만 정씨는 계약금 6000만원을 약속한 계좌에 입금했다. 이에 신씨의 사위는 계약이 무효라며 법원에 공탁하는 방법으로 6000만원을 정씨에게 돌려줬다.

공탁금을 찾지 않은 정씨는 약정대로 계약금의 배액을 물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정씨가 집주인으로부터 2000만원을 보상받아야 한다”고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신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9월 “매매계약이 계약금 지급되기 전에 매도인 측의 해제의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같이 1·2심의 판결이 엇갈렸던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제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 사건 계약금을 수령하기 전에 원고가 일방적으로 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적법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계약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일단 계약서가 만들어지면 계약내용을 양측이 모두 준수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는 것을 대법원이 명확하게 판례로 남긴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부동산을 팔기로 한 사람이 계약금을 받았더라도 24시간 안에 돌려주면 합법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일부 부동산업계의 관행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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