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연세대 법과대학 학장(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실무위원)은 12일 로이슈에 특별기고한 ‘로스쿨 도입과 과제’라는 칼럼에서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마련 중인 로스쿨 1,200명 규모와 형태는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에 미흡하다”며 “로스쿨 최초 도입시 정원규모는 2,000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기 학장은 이어“합격률 80%를 유지할 경우 변호사 배출인원은 약 1,500여명이 될 것”이라며 “첫 로스쿨 졸업생이 배출될 2011년 한국사회는 이 정도의 변호사는 최소한 배출돼야 현재와 같은 사건 수임경쟁이 아닌 전문성 경쟁을 유도하고 국제화된 경제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변호사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학장은 그러면서 “80% 정도의 합격을 보장할 경우 학생들은 합격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로스쿨처럼 합격 이후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다양한 법률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 한국형 로스쿨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 여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수험교육이 아니라 대부분의 졸업생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므로 교육내용이 보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법률가 양성이 가능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학장은 “사개추위가 각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책정돼 있는데 전체 정원이 적은 상황에서 학교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학교별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효과적 교육을 위해서는 적어도 200명 이상은 돼야 교육의 질 저하가 방지되고, 발전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시험 응시회수를 3회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며 “학비문제도 금융기관에서 대출형식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상기 학장은 “각 대학은 로스쿨 인가 여부가 학교의 위상이 결정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인가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교수를 충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과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낭비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어차피 새로 짓는 건물은 교육시설로 사용할 수 있고, 교수확충은 로스쿨과 무관하게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형 로스쿨 발전모델 = 박상기 학장은 “법률가에게 형평성을 유지하는 가치관이나 공익을 위한 의식, 정의감, 직업적 윤리의식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법학교육제도는 법률가로서의 민주주의적 신념이나 공익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형성할 수 없는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학장은 이어 “신림동 고시촌으로 대변되는 현실사회와 유리된 폐쇄적 수험생활은 한창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능력을 길러야 할 젊은 법학도들에게 정반대의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법조인의 가치관 형성과 사고방식이 개인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해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환경 속에서의 수험생활과 이들에 대한 법학교육이란 낭비적이고 국가이익에 반하는 교육”이라고 꼬집었다.
덧붙여 “또 하나의 문제는 현재의 사법시험제도와 법학교육제도는 국제화된 법률서비스 시장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률가 양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며 “사법시험과 무관한 과목은 법률가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외시 된다”고 말했다.
박 학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될 로스쿨은 학생교육 뿐만 아니라 취약한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변호사에 대한 재교육 기관으로서도 기능을 해야 한다”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법률서비스시장에서 최신의 버전으로 대응하지 않고는 만족할만한 법률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학장은 “로스쿨이 탄탄한 이론교육 위에서 실무적 시각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법시험 준비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로펌과 기업, 공공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교육을 병행 실시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역설했다.
◈ 로스쿨 도입 필요성 = 박상기 학장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또 “국제기구에 참여해 활동할 수 있는 법률가 양성이 필요한데도 현재의 법대생들은 사법시험 준비만을 계속한 결과 대학입학 때 가장 우수하던 외국어 실력은 수준이하로 떨어지고, 사회와 유리된 수험생활을 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법 인식에서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가치관이 형성될 위험성을 안고 있어 가장 상식적 판단을 해야 할 법률가가 고립된 생활 속에서 형성된 사고로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재단하는 위험성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을 도입하려는 것은 단순히 변호사를 많이 선발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선발시험인 사법시험을 자격시험화 하고, 너무 낮은 합격률로 인한 장기간의 수험기간을 단축시켜 학교교육기간 중에 보다 다양한 법률지식을 습득하고, 미래를 위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며 “변호사를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배출하고, 교육내용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해 젊은 법률가의 성장잠재력을 확장시키려는 것이 로스쿨 도입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박 학장은 그러면서 “로스쿨은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살리고 학부교육을 정상화시키며, 대학입시경쟁을 일부나마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또한 로스쿨 입학시험에 법학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자기 전공에 충실하게 공부한 다음 로스쿨에 진학하면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법학 이외 전공 학생들이 학부 공부를 포기한 채 사법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는 폐해는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끝으로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통치에 순응하는 사법관료를 선발하는 방식을 독립국가가 된 이후에도 계속해 온 결과 법치주의 발전은 뒤쳐지고, 법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깊어만 갔다”며 “다행스럽게도 로스쿨 도입이 가시권내에 들어왔는데 국가발전에 부합하는 수준의 사법제도가 확립되는 것은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일인만큼 국회에서 어떻게 내용이 바뀔지 모르지만 국민의 의지를 거스르는 변경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로스쿨 정원 2천명 이상 돼야”
“각 로스쿨 정원 150명 제한은 학교 수 늘리려는 의도” 기사입력:2005-05-14 0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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