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 “사법권력, 법률가 전유물인가” 사법부 비판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사법부 구성 다양성 확보 주장 기사입력:2005-04-10 21:06:50
지난달 11일 퇴임한 김영일 헌법재판관의 퇴임사에 대해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헌법학자로는 처음으로 김종철 연세대 법대 교수(헌법)가 “한국 사법권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다양성 확보가 강력히 요구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영일 재판관의 퇴임사 중 김종철 교수가 문제삼은 대목은 “법의 고유 의미를 찾고 헌법 정신을 해석하는 작업은 오랜 세월 법을 해석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며 흔들림 없이 헌법 정신을 찾아 온 법률가만이 할 수 있으며,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대신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김종철 교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4일 발간한 대한변협신문(제130호)에 기고한 ‘사법권력은 법률가의 전유물(專有物)인가?’라는 시평을 통해 “김영일 헌법재판관은 가뜩이나 헌재나 대법원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 터에 더욱 자극적인 퇴임의 변을 통해 현재 한국 사법권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록 이번 지적은 김영일 재판관이 퇴임한 지 꽤 지난 시점이어서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먼저 “특정인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헌법학도로서 법조계를 망령처럼 떠돌고 있는 오도된 확신에 대해 몇 마디 거들고 싶은 충동을 절제할 수 없다”며 운을 뗐다.

김 교수는 “만일 퇴임한 재판관의 주장이 아무런 전문적 식견도 없는 일자무식(一字無識)을 법관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지만, 문제의 주장이 오로지 법조를 중심으로 법 실무를 해 온 사람만이 사법권력을 독점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권력이 법률전문가들 중심으로 작용한다고 해 아무런 외부의 개입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입헌주의국가에서 사법권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의 하나로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게 의존한다”며 “사법권력 행사의 준거가 되는 법 자체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에 의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법의 해석 및 적용도 국민의 의지나 법 감정 혹은 상식에 맞게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 사법권력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돼 법의 실효성은 감소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법인 헌법의 해석과 적용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기보다 다양한 모범 답안 가운데 우리가 처한 시간과 공간적 한계 속에서 가장 적합한 답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며 “특히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은 전문성의 원리에 따라 특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법권력을 구성하되 보충적으로 다양한 국민에 의한 사법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 선진 입헌국가의 경향”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나아가 정치적이고 이념적 특성을 강하게 띠는 헌법재판 담당기관이나 법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최종적 법률해석권을 행사하는 최고 법원의 경우 법의 특정한 해석과 적용이 초래할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효과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편협 되고 편향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구성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두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많은 국가들에서 외교관이나 행정관료, 대학교수 가운데 최고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 그 예”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의 경우 다양성 확보는 어느 나라보다 강력히 요구된다”며 “사법엘리트가 잠재능력의 배양보다는 시험 선수의 선발에 의존하는 법조 양성 과정을 거친 후 관료화된 법원 및 검찰조직을 중심으로 양성됨으로써 획일성과 폐쇄성의 정도가 상당한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법이 민중의 함성이어야 한다는 대중영합주의도 경계해야 하지만 법을 법률가만의 것으로 독점할 수 있다는 오만에 대해서도 숙고할 의무가 이 땅의 법전문가들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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