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부모가 생전에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실제 유언장에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남긴다는 내용을 적어두는 경우가 있다. 다른 자녀들도 부모를 함께 부양하고 병원비와 생활비를 나누어 부담했지만, 부모와 가까이 지내던 한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한 유언장이나 증여 서류를 미리 받아두는 일도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상속이 시작된 뒤 알게 되면 다른 상속인들은 이미 유언장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유언이나 생전 증여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상속 권리까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상속인은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침해된 상속분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유류분반환청구는 피상속인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권리와 남은 가족의 최소한의 상속권 사이에서 균형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특정 자녀가 재산을 많이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청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과 채무, 생전 증여 내역, 각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등을 함께 계산해야 실제 유류분 침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생전 증여가 가장 큰 쟁점으로 등장한다. 장남에게 아파트를 미리 이전하거나 사업자금을 지원한 경우, 특정 자녀의 전세보증금이나 주택 구입비를 대신 지급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현금과 주식, 토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재산 이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부모에게서 받은 돈이라고 해서 모든 금액이 자동으로 반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생활비나 교육비인지, 장차 받을 상속재산을 미리 넘겨준 것인지, 단순한 대여였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같은 계좌이체 내역이라도 송금 목적과 당시 가족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유언장이 있다고 해서 사건이 간단해지는 것도 아니다. 유언 방식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췄는지, 작성 당시 피상속인에게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유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별도의 다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가 특정 자녀의 주도 아래 유언장을 작성한 경우에는 작성 경위와 당시 상태를 확인할 자료가 중요해진다.
다만 자신에게 불리한 유언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강요나 위조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문제와 유류분 침해를 이유로 반환을 구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법적 쟁점이다. 유언 자체는 유효하더라도 그 내용으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면 반환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유언 방식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유언의 효력부터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상속인들은 흔히 현재 남아 있는 부동산과 예금만 확인하면 계산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피상속인의 생전 재산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등기부, 금융거래 내역, 증여세 신고자료, 보험계약, 주식과 비상장회사 지분, 각종 채무를 함께 확인해야 전체 상속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특정 자녀가 부모의 계좌와 재산 관리를 맡아온 경우에는 자료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른 상속인들이 정확한 재산 규모를 알지 못한 채 상대방이 제시한 목록만 믿고 협의했다가, 뒤늦게 추가 증여나 금융자산을 발견하는 사례도 있다. 청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우선 알고 있는 재산과 의심되는 재산을 나누어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부터 확보해야 한다.
유류분반환청구는 계산도 단순하지 않다. 어떤 재산을 산정의 기초에 포함할지, 부동산과 주식의 가액을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평가할지, 상대방이 주장하는 기여나 특별수익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청구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처음 계산을 잘못하면 소송 도중 청구 범위를 다시 조정해야 하거나,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게 청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청구 기한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유류분 권리자는 상속이 개시된 사실과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하며,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청구하기 어렵다. 가족끼리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기간은 계속 지나갈 수 있으므로 협의와 권리 보전은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부모를 누가 더 많이 모셨는지를 두고 감정적인 공방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부모를 부양했지만 한 사람이 부모와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재산을 이전받기도 하고, 반대로 실제로 장기간 간병과 재산 관리에 기여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정은 단순한 서운함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수익이나 기여분 등 구체적인 법적 쟁점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결국 유류분반환청구는 장남이 재산을 모두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사건이 아니다. 유언장의 효력과 의미, 생전 증여의 범위, 전체 재산과 채무, 각 상속인의 권리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가족 간 감정에 기대어 협의하거나 상대방이 내놓은 자료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재산 흐름과 법률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먼저다.
유류분 분쟁에서 필요한 도움은 단순히 소장을 대신 작성하는 데 있지 않다. 숨겨진 증여 가능성을 확인하고, 유언의 효력과 반환청구를 구분하며, 청구 기간 안에 적절한 범위로 권리를 행사하려면 사건 초기에 전체 구조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처음부터 어떤 자료를 확보하고 무엇을 청구할지 정리해 두는 것이 오랜 가족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부천 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유류분반환청구, 장남에게 모두 준다는 유언이 있어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기사입력:2026-08-11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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