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의 사업 재편 결실…KCC, 실리콘 통해 성장판 확장

기사입력:2026-06-26 15:43:19
KCC 본사 전경.(사진=KCC)

KCC 본사 전경.(사진=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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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최영록 기자] KCC가 건자재와 도료를 기반으로 한 전통 소재 기업에서 실리콘을 핵심 축으로 더한 글로벌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가운데, 실리콘 사업이 첨단 산업 수요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KCC 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KCC의 투자 매력이 단기 실적 회복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봤다. 실리콘 업황 개선, 도료 부문의 수익성 강화, 건자재 사업의 견조한 기반, 보유 투자자산 가치, 주주환원 확대 등이 함께 작용하며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CC의 변화는 정몽진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 구조 전환과 맞닿아 있다. KCC는 오랜 기간 건자재와 도료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2019년 모멘티브 인수를 계기로 실리콘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영역을 글로벌 소재 시장으로 넓혔다. 기존 사업을 축소하기보다 수익 기반 위에 성장 산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이어온 것이다.

건자재 부문은 여전히 KCC의 기본 체력을 뒷받침하는 사업이다. 국내 건설 경기 둔화로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KCC는 석고보드, 그라스울, 창호 등 주요 품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단열재를 비롯한 고기능 건축자재는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와 화재 안전성에 대한 관심 확대 속에서 중장기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다.

도료 부문은 KCC의 이익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과거 건축용 도료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동차와 선박용 도료 등 고부가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수익 구조를 개선해왔다. 신한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KCC 도료 사업에서 자동차용과 선박용 제품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 도료는 단순 납품이 어려운 시장이다. 완성차 업체의 품질 인증, 생산 공정 적합성 검증, 장기 공급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신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다. KCC는 오랜 거래 경험과 기술 대응력을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와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왔다.

선박용 도료 역시 기술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분야다. 조선업 수주잔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LNG선 등 고부가 선박 비중이 늘고 있고, 친환경 규제 강화로 고성능 방오도료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가격 경쟁보다 품질과 성능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KCC의 도료 사업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실적 지표에서도 도료 사업의 개선세는 뚜렷하다. 리포트에 따르면 KCC 도료 사업부 매출은 2020년 1조2000억 원에서 2025년 1조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1억 원에서 2194억 원으로 확대됐고, 영업이익률은 4.4%에서 11.5%로 상승했다. 제품군 고도화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리콘 사업은 KCC의 향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범용 제품 중심이던 실리콘은 전기전자, 전기차, 반도체 패키징, AI 서버, 헬스케어 등 고성장 산업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열관리 소재, 전자소재, 접착제, 코팅제, 방열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고기능 실리콘은 고객사와의 공동 개발, 품질 인증, 장기 테스트가 필요한 제품군이다. 단순 범용 소재와 달리 진입장벽이 높고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KCC가 실리콘 사업을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이유다.

업황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가격이 안정되는 가운데, DMC 가격이 저점 이후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스프레드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전자와 반도체 관련 제품 비중 확대가 더해질 경우 실리콘 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KCC 실리콘 사업이 2026년 매 분기 증익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KCC의 사업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각 부문이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자재는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하고, 도료는 자동차•조선 등 산업재 시장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실리콘은 AI, 전기차, 반도체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되며 KCC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특정 업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건설 경기, 자동차 생산, 조선업 수주, 첨단 전자산업 수요는 각각 다른 사이클로 움직인다. KCC는 여러 산업에 걸친 수요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몽진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 재편 전략이 본격적으로 성과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실리콘 사업은 KCC의 최대 사업 축으로 성장했고, 도료와 건자재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남아 전사 실적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수익성과 성장성을 함께 고려한 구조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한투자증권은 KCC의 2026년 실적 개선 동력으로 실리콘 사업 정상화를 꼽았다. 동시에 도료 부문은 선박용 도료의 견조한 수요와 자동차 도료의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이익 기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건자재 부문 역시 단열재 중심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사업으로 평가됐다.

결국 KCC의 투자 포인트는 기존 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으로 갈아타는 데 있지 않다. 건자재와 도료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실리콘이라는 성장 엔진을 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여기에 투자자산 가치와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KCC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도 기존 건자재 기업에서 글로벌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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