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4월 1일 '2025년 대선에서 거소투표 신청 기간이 지난 시점에 구속된 의정부교도소 미결수용자 A씨(진정인)가 소측의 방해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에 관해 인권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교정시설 수용자 중 선거권을 가진 수용자는 거소투표의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2025년 6월 3일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거소투표는 △5월 6일~5월 10일 거소투표 신고, 거소투표 신고인명부 작성(선거일 전 28일부터 5일 이내) △5월 11일 거소투표 신고인명부 확정(선거인명부 작성기간 만료일 다음 날) △5월 24일까지 거소투표용지 발송(선거일 전 10일까지) 등의 절차로 진행됐다. 또한 사전투표는 5월 29일과 30일에, 본투표는 6월 3일에 진행됐다.
진정인은 2025년 5월 19일 구속되어 5월 23일 의정부교도소에 수용되었는데, △5월 26일 교도관이 거소투표 신청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신입수용동의 미결수용자들에게 일괄적으로 ‘투표 포기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고, △진정인은 교도관과 마찰이 생기면 자신의 형사 사건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위 동의서에 서명했으나, 이는 부당하다고 생각해 6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 및 고발조치를 해달라는 취지의 서면을 순시 중이던 교도관에게 제출했으나, 자신은 받아줄 수 없으니 직무유기로 신고하고 싶으면 하라면서 서면을 돌려줬고, △접견 예정인 가족을 통해 소장에게 항의하겠다고 교도관에게 말하자 자신을 협박했다며 기동순찰팀(CRPT)을 불렀고 이들이 자신을 수갑과 쇠사슬로 4시간 30분 동안 묶었으며, △수갑을 끝까지 채우고 쇠사슬을 당겨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고, △이 때문에 오른쪽 손목에 부상을 입었으나 의료과에서는 소염제만 처방할 뿐 외부의료시설 진료를 허가하지 않음으로써 보호장비 남용의 의학적 증거를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권 침해>
2026년 2월 9일 법무부는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교정시설에 수용된 선거권자의 선거권 보장에 관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투표 포기 동의서’ 또는 ‘거소투표 대상자 미해당 안내문’을 소속기관에 배부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고, 징구·배부 실적 또한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선거권자의 수는 별도 통계로 집계된 자료가 없고, △인근 사전투표소를 방문하여 투표 실시 후 교정본부에 보고된 수용자의 인원은 62명이며, △교정시설 내 수용자 거소투표소 설치, 인근 투표소 방문 현장투표 실시 등 수용자의 투표권 행사가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이 보도한 의정부교도소의 서면 답변에 따르면, 거소투표 신청기한 이후~사전투표 첫날까지 입소한 미결수 190여 명 중 선거권이 있는 미결수는 170여 명이었는데, 이 중에서 사전·본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동의서는 투표 포기 동의서가 아니라 거소투표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었다는 것이 소측 입장이다( 의정부교도소, 미결수 대선 투표권 행사 미보장 ‘파장’, 전국매일신문, 2025. 7. 17.). 2026년 1월 14일 의정부교도소장은 이 사건 진정 취지의 사실 여부에 관해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동일한 사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되어 조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거소투표 신청 기간이 지난 시점에 수용된 수용자들은 거소투표를 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굳이 거소투표 미해당자라는 안내를 할 필요는 없다는 점과 소측이 안내문 배포에 그치지 않고 수용자들의 서명까지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서류가 단순한 거소투표 미해당 안내문이었다는 소측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소측이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에 수용자를 투표소로 호송하지 않을 명분을 쌓고자 투표 포기 서명을 미리 받아두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모든 선거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당시 선거권자 중 투표에 참여한 수용자가 전국에서 62명에 불과하고 의정부교도소에서는 아예 없었다는 점은, 제21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율이 34.74%, 전체투표율이 79.38%임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권자인 수용자가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가 아니라 소측의 강압 내지 유도에 따라 투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주장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진정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의정부교도소에 보관되어 있을 서류의 내용을 조사하여 본인이 원한다면 불이익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안내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진정인을 포함하여 해당 서류를 제출한 수용자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서명했는지를 면담조사를 통해 확인하며, △법무부가 위 서류를 수용자들에게 배부하여 서명을 징구하도록 산하 교정시설에 지시하고 그 실적을 보고받았는지를 조사함으로써 다른 교정시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해당 서류가 선거권 행사 방해를 목적으로 배부·징구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는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라는 공직선거법 제6조 제1항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선거의 자유 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 개시 또는 조치 의뢰(제34조), △고발(제45조 제1항), △징계권고(제45조 제2항)를 해야 할 것이다.
<선거권 보장 방안>
공직선거법 제158조 제1항은 “선거인(거소투표자와 선상투표자는 제외한다)은 누구든지 사전투표기간 중에 사전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헌법재판소는 서울구치소장이 2012년 대선 부재자신고기간이 지난 후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청구인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할 투표소까지 호송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예외적인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각하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기존의 부재자투표를 사전투표로 대체하고 거소투표 대상자에 수용자를 포함시켰음을 이유로 “수형자는 선거인명부작성기간 중 거소투표신고를 하고 구치소 등에 설치된 기표소에서 투표하거나 미리 신고할 필요 없이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 동안 인근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지적했다(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3헌마152 결정).
그러나 교정시설 수용자는 관리자의 일방적인 지배 아래에 있어,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수용된 선거권자가 사전투표나 본투표에 참여하기를 원하더라도 소측이 투표소로 호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수용된 미결수용자와 노역수형자 등 선거권자의 경우 행정 절차의 문제로 거소투표 참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사전투표는 별도 신청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고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의 사전투표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교정시설에 수용된 선거권자의 경우에도 교정시설 인근 사전투표소로 호송하거나 시설 내 사전투표소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선거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투표일 이후 본투표일 전까지 수용된 선거권자의 경우 투표소로의 이송을 통해 본투표 참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6조 제2항에 규정된 교통 불편 지역 거주 선거인 또는 노약자ㆍ장애인 등 거동 불편 선거인에 대한 교통편의 제공과 유사한 방식일 것이다. 이에 따른 행정적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의 간격이 3일에 불과하므로 해당자의 수가 극히 적어 행정적 부담도 적을 뿐만 아니라 그에 비해 선거 참여 확대로 달성할 수 있는 국민주권 실현의 이익이 더 클 것이다.
경찰서 유치장의 경우, 사전투표 및 본투표 기간에 투표 희망 의사가 있는 유치인을 투표소로 호송하는 방법으로 유치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2026년 2월 2일 경찰청은 “경찰서 유치장 유치인의 선거권 행사를 위해 선거일에 유치인을 호송경찰 동행 하에 투표소로 이송하도록 하는 지침 또는 법령의 제목 및 내용”에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제21대 대통령선거 유치인 투표 관련 조치 계획(’25.5월)’을 공개했다.
위 계획에 따르면, △사전투표(5.29~30.) 및 본투표(6.3.) 기간에 유치인에게 투표 희망 의사를 확인한 후 △선거권이 있는 유치인이 투표를 희망하지 않는 경우 자필확인서를 제출 받아 유치관리팀에서 별도 관리(3년)하고, △투표를 희망하는 유치인에 대해 동의(성명, 생년월일)를 받아 주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 문의해 선거권 유무를 확인하도록 했다. 또한 유치인 투표를 위한 호송 절차로 △수갑·포승을 사용하는 경우 앞수갑 및 상체 포승을 사용하며, △수갑은 수갑 가리개로 가리고 포승은 벨트형 포승을 우선 사용한다.
△일반포승 사용 시에는 겉옷 등으로 가리도록 조치하고, △유치인은 모자· 마스크로 노출을 최소화하여 인격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조치하며, △호송 대상 유치인 1명당 ‘사건 담당부서’ 경찰관 3명 이상 충분히 배치하고, △호송경찰관은 사복 복장에 경찰공무원증을 패용하며, △유치인의 도주·자해 우려 또는 타인에 대한 위해 우려가 없는 경우 기표소 입장 전 수갑 및 포승을 해제하고, △유치인의 비밀투표권 보장을 위해 기표소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한편 호송 대상인 유치인이 수용된 경찰서와 투표소가 경찰서의 관할지역이나 인접지역이 아닌 경우 호송경찰관의 소속 시·도경찰청과 세부 내용 및 호송 계획 등 사전 협의 후 조치하도록 했다.
2026년 1월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구속된 미결수용자의 선거권 행사에 관한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된 유치인이 원하는 경우 해당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는 경찰서와 사전투표일시 등을 사전협의하여 호송경찰 동행 하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으며, 구치소 또는 교도소의 미결수용자도 경찰서 유치인에 준하여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선관위와 경찰서의 사전 협의 하에 유치장 유치인의 선거권이 이미 보장되고 있으므로, 교정시설의 경우에도 유치장의 선례를 참고하여 선거권 보장 방안을 마련한다면 추가로 발생할 행정적 부담이 적을 것이다.
현재 공개된 형집행 법령에서는 교정시설 수용자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거소투표 신청 기간 이후 교정시설에 수용된 선거권자의 투표소 호송을 소장의 의무로 선언하고, 투표 희망 의사 확인과 호송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형집행 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보호장비 남용 및 외부의료시설 진료 불허가>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은 보호장비의 사용 요건으로 △이송ㆍ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 △도주ㆍ자살ㆍ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 △위력으로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때, △교정시설의 설비ㆍ기구 등을 손괴하거나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큰 때를 규정하고 있다. 형집행법 제99조는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하며, 그 사유가 없어지면 사용을 지체 없이 중단하여야 한다”(제1항), “보호장비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진정인은 사건 당시 자살·자해·타해 우려 등 보호장비 사용 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는데도 교도관이 선거권 행사 방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려는 자신을 위협하기 위해 보호장비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진정인은 보호장비 착용으로 부상을 입은 후 진료 및 진단서 발급을 통한 가혹행위 증거 확보를 위해 외부의료시설 진료를 6차례에 걸쳐 요구했으나 허가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의정부교도소장이 보호장비 사용과 외부의료시설 진료 불허가의 적절성을 적극 소명하는 대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핑계 삼아 함구한 것은 보호장비 남용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라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교도관이 선거권 행사 방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려는 진정인을 위협하기 위해 보호장비를 사용하고 소측이 보호장비 남용의 의학적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외부의료시설 진료를 허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다면, 보호장비를 남용한 교도관 개인의 책임은 물론 외부의료시설 진료 불허가를 결정한 소측 전반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의견서를 통해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원칙 실현을 위해서는 그 근간이 되는 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 사건 진정이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불리는 선거에서마저 사각지대에 내몰린 교정시설 수용자가 선거권을 온전하게 보장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천주교인권위원회, 의정부교도소 선거권 행사 방해 등 진정 사건에 관한 의견서 인권위 제출
기사입력:2026-04-01 12: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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