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이란 이름의 ‘건설비미지급’, 실무적 대응을 위한 제언

기사입력:2026-03-13 11:06:12
정태근 변호사

정태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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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현장에서는 건설비미지급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원청업체의 자금난이나 공기 지연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행태는 여전히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남아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 지표를 살펴보면 건설 분야에서의 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매년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사법부의 엄벌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세 하청업체들이 법적 대응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복잡한 기성고 산정 체계와 유치권 행사 시의 위험성, '을'의 위치에서 겪게 되는 입증 책임의 무게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작금의 사법 환경에서 건설비미지급 문제는 단순한 민사 분쟁을 넘어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강력한 법적 잣대로 다뤄지고 있다.

건설비미지급 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수행한 공사 범위에 대한 '기성고(旣成高)'를 어떻게 객관화하느냐에 있다. 재판부는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이 아닌, 완성된 부분의 비율에 따른 가치로 기성고를 평가한다. 많은 하청업체가 현장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청구할 때, 구두 합의에만 의존하다가 낭패를 본다.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공사에 대해 엄격한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작업 지시서나 사진 현황, 감독관의 확인 서명 등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권리 행사가 어렵다.

원청업체가 지급 능력을 상실했거나 파산 절차에 돌입한 경우, 건설비미지급 해결의 돌파구는 발주자를 상대로 한 '하도급대금 직접지불청구권'에 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르면 원청업체의 지급 정지, 2회분 이상의 대금 미지급 등 일정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단, 원청의 채권자들이 해당 대금을 압류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행사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어 빠른 속도가 필요하다.

공사 현장을 점유하여 대금 지급을 압박하는 유치권은 강력한 수단이지만, 자칫 업무방해죄나 손해배상책임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최근 사법부는 유치권의 성립 요건인 적법한 점유 및 채권과의 관련성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추세다. 점유의 계속성이 단절되거나 공사 대금 채권이 변제기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건설비미지급 사건은 단순한 수치 계산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공정표와 계약서, 현장의 관행을 법의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특히 부동산 및 도산법 전문 지식은 원청업체의 회생이나 파산 상황에서 하청업체의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로엘 법무법인 정태근 대표변호사는 수도권재건축재개발조합연합회 자문위원장 및 인천항만공사 자산처분위원회 자문위원으로서 수많은 건설 분쟁을 현장에서 조율해 온 전문가다. 정 대표변호사는 "건설 현장의 정의는 기록에서 시작된다. 많은 하청업체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로 서류를 누락하지만 재판부에서 인용되는 것은 오직 증거로 확정된 기성뿐"이라며 “내용증명을 보낼 때에는 단순한 독촉이 아니라, 하도급법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추후 공정위 신고 및 민사 소송의 기초 자료로 설계해야 한다. 또한 무단 공사 중단은 계약 해지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적법한 항변권 행사인지를 반드시 검토한 후 실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청의 자산이 유출되기 전, 기성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통해 집행의 실효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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