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인 인도조약부터 인터폴 적색수배까지, 다층적 송환 시스템 가동
- 징역 2년 이상 중범죄자 대상, 국제공조 통한 체포·송환 절차 강화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납치를 반복한 ‘한인 연쇄 납치 사건’의 피의자들, 필리핀 거점의 보이스피싱 사범들 등, 마약·사기·절도범 등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했던 이들이 결국 국내로 송환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단순 도피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또다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법적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최근 몇 년간 국외도피사범의 송환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수사기관과 외교적 협력 네트워크의 성과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경찰학연구>에 실린 김영준 박사(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위; 아주대학교 공학박사)의 논문 ‘국외도피 범죄자의 체포시한 및 조사에 관한 연구: 범죄수사 한계성을 중심으로’는 국외도피사범의 송환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현재 절차의 한계와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범죄인 인도 절차, 인터폴 공조, 행정 제재 등 송환 과정의 전반을 다루며, 특히 절차적 한계와 효율성 제고 방안을 심층적으로 탐구합니다.
본 기사에서는 김영준 박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해외로 도주한 범죄자들을 어떻게 검거하고 국내로 송환하는지, 그 구체적인 절차와 한계점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국외도피 범죄자의 송환 건수가 2019년 이후 증가하며 2024년 691명에 달하며, 주로 아시아권에서 송환된다. 범죄인 인도조약과 인터폴 공조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여 송환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된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디자인팀
이미지 확대보기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외도피사범의 송환 건수는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는 연간 691명에 달한다. 특히 상반기에만 219명이 송환돼, 전년(470명) 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송환 대상이 되는 범죄자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포함한 사기, 도박, 횡령/배임, 마약, 폭력, 성범죄 등 각종 중대범죄 연루자들이 대거 포함된다. 도피국가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일본 등 아시아권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2022~2024년 기간 동안 중국, 필리핀, 베트남에서 송환된 인원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중국은 과거부터 대표적인 도피지로 지목돼 왔으며, 필리핀과 베트남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납치 범죄의 주요 근거지로 지목된다.
■해외로 달아난 범죄자, 어떻게 잡아들이나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들은 과연 어떤 절차를 거쳐 다시 국내로 송환될까? 범죄인 인도조약, 인터폴 공조, 행정 제재 등 다층적인 절차를 통해 국외도피사범 송환이 이뤄진다. 이에 대해 전 과정을 살펴본다.
김영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외도피사범은 해외 이민국 및 대사관과의 협조를 바탕으로 경찰청 인터폴과 공조하여 송환이 진행된다. 범죄인 인도는 단순한 귀국이 아니라, 국제법과 양국 간 사법절차에 따른 정식 절차를 수반한다.
■범죄인 인도 제도란?
범죄인 인도제도는 타국으로 도피한 범죄자를 본국으로 송환해 처벌받게 하는 국제 사법 협력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범죄인 인도법을 제정했고, 1990년 호주와의 첫 인도조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 총 78개국과 인도조약을 맺는다. 인도 대상 범죄는 원칙적으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대범죄이며, 기존에는 살인·강도·성범죄·조직범죄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테러·사이버범죄도 포함되는 추세다.
■범죄인 인도 절차, 이렇게 진행된다
범죄인 인도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째, 외국이 우리나라에 범죄인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둘째, 우리나라가 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경우다.
외국이 우리 측에 인도를 요청할 때는 통상 외교 경로를 통해 인도요청서를 송부한다. 외교부 장관은 이 요청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하고, 법무부는 서울고검 검사장에게 심사 청구를 지시한다. 검사는 인도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청하며, 법원이 인도를 허가하면 인도구속영장을 발부해 범죄인을 체포하고 청구국에 송환한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외국에 인도를 요청할 경우,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의 피의자 또는 유죄 확정자를 상대로 법무부 장관이 인도를 청구하며, 외교부를 통해 상대국에 공식 요청이 전달된다. 이후 해당 국가는 자국의 법절차에 따라 인도 여부를 결정한다.
■인도가 어려운 경우에는 '인터폴 수배, 강제 소환'... 적극적으로 대체 수단 활용
일부 국가는 인도조약이 없거나 절차상 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대체 수단이 활용된다. 대표적인 수단은 ▲인터폴 수배를 통한 강제 송환 ▲출입국법에 의한 추방 ▲제3국 경유 인도 ▲여권 무효화 등 행정 제재 ▲현지 기소 등이다.
다만, ‘추방’의 경우 단지 해당 국가에서 내보내는 조치에 그치기 때문에 한국 송환이 보장되지 않는다. 추방 대상자가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향할 경우, 실질적인 목적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인도 과정에서 지켜야 할 3가지 핵심 원칙
범죄인 인도에는 세 가지 핵심 원칙이 존재한다.
1. 상호주의 원칙: 인도를 요청받은 국가가 이에 응하면, 요청국도 같은 조건에서 협조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쌍방가벌주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인도 대상은 대체로 징역 1년 이상 중범죄에 해당해야 한다.
2. 쌍방가벌주의 원칙: 요청된 행위가 양국 모두에서 범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법률명칭은 다르더라도 구성요건이 유사하고, 일정 이상의 처벌이 가능해야 한다.
3. 일사부재리 원칙: 동일 사건에 대해 두 번 이상 재판받거나 처벌받을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으로, 피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장치다.
■인터폴 적색수배로 송환되는 경우도 많다
국외도피사범 검거를 위해 인터폴의 적색수배서가 활용된다. 인터폴은 1964년부터 우리나라가 가입해 있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INTERPOL)로, 각국 수사기관 간 수배자 정보를 공유하고, 범죄자 체포 및 송환을 공조한다.
인터폴 적색수배는 통상 다음의 경우에 적용된다. ▲징역 2년 이상의 중범죄 혐의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 발부 ▲범죄단체 조직 또는 가입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전화금융사기(범죄금액 5억 원 이상) ▲사이버도박 운영(100억 원 이상) ▲마약 유통 ▲산업기술 유출 등이다. 이러한 대상자는 상대국의 법집행기관 및 현지 주재 경찰관과의 공조를 통해 체포 후 국내로 송환된다. (계속)
▶연구논문
김영준(2025). 국외도피 범죄자의 체포시한 및 조사에 관한 연구: 범죄수사 한계성을 중심으로, 경찰학연구, 25(1), 5-2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독립 연구자로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 형사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Psychology of Criminal Conduct), 범죄자 분류 및 위험 평가(Offender Classification and Risk Assessment), 효과적인 교정개입의 원칙(Principles of Effective Intervention), 형사사법 실무자의 직장내 스트레스 요인, 인력 유지 및 조직행동(Workplace Stressors, Retention, and Organizational Behavior of Criminal Justice Practitioners), 스토킹 범죄자 및 개입 방법(Stalking Offenders and Interventions)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