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로 연명치료 중단해도 환자 생명유지 진료 병원비 내야”

세브란스병원이 김OO 할머니 유족 상대로 낸 진료비 청구소송 승소 기사입력:2016-01-28 14:55:51
[로이슈=신종철 기자] 법원의 연명치료중단 판결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는데, 환자가 자가호흡을 하면서 상당기간 생존하다가 나중에 사망한 경우 그 동안의 병원 치료비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대법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더라도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병원비는 유족이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은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으나, 그 후에도 환자가 상당기간 생존한 경우 병원 측이 진료계약에 의해 입원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경우 중단돼야 할 연명치료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최초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연명치료중단 김OO 할머니 사건이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연세대가 운영하는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할머니는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해 심박동기능을 회복시키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으나, 할머니는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빠졌다.

가족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김 할머니의 평소 뜻에 따라 병원에 인고호흡기 제거를 요구했으나 병원이 거부했다. 이에 2008년 6월 2일 병원을 상대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소송(2008가합6977)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08년 11월 28일 “김OO이 의식을 회복하고 인공호흡기 등의 항시적인 도움 없이 생존 가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없고, 현재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김OO의 상태 회복 및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치료로서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며, 김OO이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이를 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OO 할머니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이 연명치료 중단 판결은 2008년 12월 4일 김 할머니에게 송달됐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2008나116869)과 상고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2009다17417)가 모두 기각해 2009년 5월 21일 판결이 확정됐다. 이는 연명치료중단 허용 요건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단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그해 6월 23일 김OO 할머니에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이후에도 자가 호흡으로 201일 동안 연명하다가 2010년 1월 10일 숨졌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계약 치료에 따른 미납 진료비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김 할머니 가족들은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연명치료 중단 소송의 소장이 송달 또는 1심 판결의 송달로 인해 진료계약이 해지돼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맞섰다.

그러자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는 유족들을 상대로 8693만원의 미납 진료비를 달라며 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7단독 김정철 판사는 2014년 3월 “피고들은 475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며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1가단62048)

사실상 김OO 할머니 유족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475만원은 이 사건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개시일인 2008년 2월 16일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 송달일인 2008년 12월 4일까지 발생한 진료비 중 미지급액이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계약에 따른 미지급 진료비가 연명치료중단 판결 송달 후에 발생한 비용(상급병실 사용료 6669만원, 인공호흡기 유지비용, 선택진료비 등)을 포함해 8693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와 망인 사이의 의료계약은 망인의 진료중단 의사가 추정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담긴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원고(병원)에게 송달된 2008년 12월 4일 해지된 것으로 봐야 하고, 그 뒤 망인에 대해 발생한 의료비는 의료계약에 따른 진료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연명치료중단 판결에 대한 의료인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이유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연명치료중단 판결 송달 후 의료인의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의료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봐 그에 따른 진료비를 계속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원고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건배 부장판사)는 2015년 1월 “1심 판결을 변경한다”면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8643만원을 지급하라”며 세브란스병원(학교법인 연세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의 해지의사표시의 효력 발생 시기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09년 5월 21일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해지로 인해 병원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며, 그 이외 연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병실사용에 관한 부분은 의료계약이 유지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유족들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식물인간상태에 있던 환자에 대해 법원의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돼 인공호흡기가 제거됐으나, 그 후에도 환자가 상당기간 생존한 경우 병원 측이 진료계약에 의해 입원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경우, 중단돼야 할 연명치료의 범위를 따지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세브란스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연세대가 연명치료중단 판결을 받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했으나 생존하다 사망한 김OO 할머니 유족들을 상대로 낸 치료비 청구소송 상고심(2015다97969)에서 유족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할머니가 산소호흡기를 제거한 이후 병원에서 할머니의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인공영양공급,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와 병실사용에 관한 진료비 8643만원을 내야한다.

재판부는 “환자가 의료인과 사이에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진료를 받다가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거부 내지 중단에 관한 의사(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 환자 측이 직접 법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중단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지만,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기존 의료계약은 그 판결 주문에서 중단을 명한 연명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은 원고와 의료계약을 체결하고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다가 사전의료지시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 망인과 피고들은 원고를 상대로 연명치료중단 소송을 제기해 연명치료중단 판결을 받았으며 그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므로, 그 이후로는 ‘연명치료중단 판결에서 중단을 명한 인공호흡기부착은 허용되지 않지만’, 이 사건 의료계약은 연명치료중단 판결 확정 이후로도 인공호흡기부착을 제외한 나머지 범위 내에서는 유효하게 존속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의료계약의 연대보증인 또는 망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의료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연명치료중단 소송이 제기된 2008년 6월 2일부터 연명치료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년 5월 21일까지 인공호흡기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2009년 6월 23일 망인이 상급병실로 전실된 이후 그가 사망할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사용료를 포함한 미납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월 8일 국회에서 통과돼 22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이 법률이 시행되면 사회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전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더불어 연명치료 중단 결정 및 그 범위와 효력 등에 관한 실무상 중요한 해석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5,377.30 ▲143.25
코스닥 1,063.75 ▲7.41
코스피200 798.32 ▲23.69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2,000,000 ▲70,000
비트코인캐시 670,000 ▲1,000
이더리움 3,128,000 ▲3,000
이더리움클래식 13,240 ▼210
리플 1,996 ▲1
퀀텀 1,457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2,077,000 ▲41,000
이더리움 3,131,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13,260 ▼200
메탈 432 0
리스크 187 ▼1
리플 1,997 ▼1
에이다 375 ▼1
스팀 89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02,070,000 ▲150,000
비트코인캐시 669,500 0
이더리움 3,130,000 ▲5,000
이더리움클래식 13,230 ▼240
리플 1,997 ▲1
퀀텀 1,463 ▲12
이오타 93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