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군인ㆍ군무원 비행장 소음 알고 이사했어도 국가 손해배상

소음 피해 지역 주민과 동일하게 위자료 지급해야 기사입력:2015-10-01 15:00:52
[로이슈=신종철 기자] 공군 소속인 군인이나 군무원이 출퇴근 편의 등을 위해 공군비행장 인근으로 이사했더라도, 항공기소음 피해 정도가 수인한도를 초과해 심하다면 지역주민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에 따르면 1970년 대구 지저동에 설치된 대구 K-2 공군비행장(이하 대구비행장)은 민ㆍ군 겸용 공항이다. 대구비행장은 기상조건이 양호한 경우 1주일에 최대 5일까지 전투기 비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군수송기와 헬기 등도 비정기적으로 비행한다.

대구비행장에서는 군용기(전투기, 정찰기, 수송기 및 헬리콥터)와 민간 항공기가 동시에 운항되고 있는데, 주된 소음원은 전투기다.

대구비행장 인근에 거주해온 주민들은 “항공기소음으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만성적인 불안감, 집중력 저하, 잦은 신경질 등 정신적인 고통을 입게 되고, 대화 방해, 전화통화 방해, TVㆍ라디오 시청 장애, 독서ㆍ수면방해 등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데에 많은 지장이 있게 되며, 정도가 심한 경우 난청이나 이명 등 신체적인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1심인 대구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윤직 부장판사)는 2008년 8월 대구비행장 인근 주민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구비행장에서 발생하는 전투기 소음으로 인해 원고들이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입고 일상생활에 여러 지장을 겪었고, 피고가 소음피해방지 및 피해보상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사정은 있으나, 분단된 현실에서 전쟁억지를 위해 전투기 비행훈련이 불가피하므로 대구비행장의 존재에 고도의 공익성이 있가”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웨클(WECPNL)은 밤낮 지속적으로 항공기가 운항하는 대형공항에 적합한 소음단위인데, 원고들에 대한 대구비행장 주변의 항공기소음피해가 적어도 소음도 85웨클(WECPNL) 이상인 경우에 사회생활상 통상의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대구비행장 항공기 운항으로 발생한 소음에 의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위자료 기준은 소음도가 85웨클 이상 90웨클 미만인 지역 거주자는 월 3만원, 소음도가 90웨클 이상 95웨클 미만인 지역 거주자는 월 4만5000원, 95웨클 이상 100웨클 이하인 지역 거주자는 월 6만원으로 정했다.

국가는 “대구비행장이 설치된 1970년 10월 이후에 이 지역에 입주한 원고들은 소음피해가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할 의사로 이 지역에 입주했으므로, 이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평택 매향리 사격장 주변 주민들이 1988년 사격장 소음피해로 인한 민원을 제기하면서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사격장 및 비행장 주변 소음피해가 사회문제화 됐으므로, 늦어도 1989년 대구비행장 주변에 항공기소음에 노출되는 지역인 것이 널리 알려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고들 중에는 소음피해를 인식하거나 과실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곳에 입주했으나, 원고들이 소음으로 인한 위해(危害) 상태를 이용하기 위해 이주했다는 등의 특별히 비난할 사유가 없는 한 자신들의 주거지가 소음피해지역 내에 있음을 인식했거나 과실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용인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 형평의 원칙상 과실상계에 준해 위자료 감액사유로 고려한다”며 “원고들 중 1989년 1월 이후에 거주에 전입한 경우 손해액의 30%를 감액하되, 전입사유가 출생인 경우와 전입 당시 위험에 대한 지각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를 선택할 지위에 있지 않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감액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기광 부장판사)는 2012년 1월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국가는 “원고들 중 대구비행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나 가족으로 대구비행장 인근으로 전입할 경우 소음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출퇴근의 편의 등을 위해 이를 용인하고 소음피해지역으로 전입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구비행장에 근무하는 군인, 군무원이나 가족들인 원고들이 소음피해를 인식하고도 출퇴근의 편의 등을 위해 대구비행장 인근으로 전입했더라도, 근무지와의 거리 등으로 불가피하게 전입한 측면이 있다고 봐야지, 원고들에게 소음으로 인한 위해(危害) 상태를 이용하기 위해 이주했다는 등의 특별히 비난할 사유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정도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용인하면서 접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군인, 군무원 신분인 이OO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22624)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행장 주변의 소음 공해 위험지역으로 이주했더라도 위험지역에 이주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위험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용인하면서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해자의 면책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러한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군비행장 주변의 항공기 소음피해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공군에 속한 군인이나 군무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구비행장 인근에 전입할 당시 공군 소속 군인 또는 군무원이었던 원고들이 소음피해를 인식하고서도 출퇴근의 편의 등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전입했더라도, 동기와 경위에 비추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정도로 원고들이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용인하면서 접근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원고들이 거주 지역의 소음피해를 배상받으면서 일반인들과 다르게 취급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군인이나 군무원인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배척하고, 별도로 손해배상액의 감액사유로 고려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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