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2일 개정 국회법 수정요구권의 성격 즉 강제성 유무에 대해 여야가 다른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해, 결국은 사법부(헌법재판소 혹은 법원)로 가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행령 등 행정법규가 모법인 법률에 위반될 때 수정을 요구하는 국회법(제98조의 2)을 개정하자 그 성격에 관해 논란이 있다.
현행 국회법 제98조의2 3항은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이 법률 취지ㆍ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 국회법은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이 법률 취지ㆍ내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ㆍ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을 바꿨다.
면밀하게 보면 ‘통보’를 ‘요구’로, ‘처리 계획과 결과 보고’가 ‘처리하고 결과 보고’로 바뀐 것이다. 다시 말해 국회가 가졌던 ‘통보권’을 ‘수정ㆍ변경 요구권’으로 고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여당과 야당이 (국회법) 해당 조항에 강제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정요구가 강제성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면 새누리당은 강제성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 출신 박찬운 교수는 2일 페이스북에 <국회 수정요구권의 성격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번 논란을 간명하게 정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먼저 “나는 본업인 인권법을 비롯해 역사, 문학, 예술, 여행... 그런 데에 필이 꽂혀 있어, 그런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시간이 없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관련된 것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법률전문가로서 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기에 한 번 더 자판을 두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찬운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내가 간단히 정리하도록 한다. 법률을 모르는 분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지 못하는 분은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어떤 대통령령이 모법인 법률에 위반된다고 국회가 판단해, 그것을 법률의 취지에 맞추어 수정할 것을 국회가 요구했다고 하자. 이 요구가 어떤 성격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지금 한쪽은 강제성이 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없다고 한다. 여기서 강제성이란 말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며 “국회가 행정부의 목을 비틀 수 있는 강제력은 없다. 말이 강제이지 그것은 법적의무란 말에 다름 아니다. 즉, 국회의 수정요구에 행정부가 따라야 할 법적의무가 있는가가 강제성의 실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강제성을 법적의무로 이해하면, 행정부는 개정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 수정요구에 마땅히 따라야 할 법적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수정요구가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된 대통령령이 바로 효력정지 되거나 무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삼권분립의 헌법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문제의 대통령령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무효로 선언되거나, 행정부가 스스로 수정하기 전에는 여전히 효력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국회가 문제된 대통령령의 수정요구를 했음에도 행정부가 따르지 않으면, 국회는 그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해, 이 문제를 사법부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며 “거기서 그 대통령령의 유효ㆍ무효가 판가름 나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박찬운 교수는 “이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다른 예로 설명해 보자.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때, 이것은 채권자의 권리에 기한 것이고, 채무자가 이에 따르는 건 법적의무이다. 하지만 종종 채무자는 여러 이유를 대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는 별 수가 없다. 법적 권리를 보호받기 받기 위해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알기 쉽게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바로 국회의 대통령령 수정요구도 이런 것이다. 국회(채권자)가 수정요구권(채권)에 따라 수정을 요구하지만 상대방인 행정부(채무자)가 그것(채무, 법적의무인 수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결국 이 문제는 사법부(헌법재판소 혹은 법원)로 가 사법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찬운 교수는 답답한 듯 다음과 같이 사족을 달며 씁쓸해했다.
“나는 이런 설명을 하면서도 참으로 답답하다. 이런 자명한 법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여당이나 야당 모두에게 실망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만든 법률의 의미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입법부의 현실이다. 도대체 그 머리 좋은 율사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제대로 법학공부를 했다면 이런 정도를 모른다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박찬운 교수 “국회법 수정요구 강제성 논란…결국 사법부 판단”
기사입력:2015-06-02 14: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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