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9일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해고교원을 솎아냄으로써 교원노조를 순치하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의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한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먼저 전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용):1(기각)의 의견으로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했다.
그리고 행정관청의 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통보를 규정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했다.
나아가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나, 이를 이유로 해당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지 여부는 헌재의 심판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건에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3년 9월 23일 전교조에 “학교에서 해고된 교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노동조합 규약을 교원노조법 제2조에 맞게 시정하고, 해고된 교원 9인의 전교조 가입ㆍ활동을 금지하도록 하면서, 불응할 경우 ‘법외노조’ 통보 예정이라는 내용의 시정요구를 했다.
하지만 전교조가 불응하자, 고용노동부장관은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대해 시정요구 불이행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에 전교조가 취소 소송을 냈고 항소심에서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정지와 함께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자.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민변(회장 한택근)은 논평을 통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도 없이 밀실에서 심리한 후 전격적으로 선고한 것은 절차상 부당하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을 헌재가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런 식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나아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합헌 결정은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1989년으로 후퇴시키고, 오늘날 보편적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원노조법 제2조(정의)에서 “교원”이란 초ㆍ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한다. 다만, 해고된 사람으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교원 아닌 사람들이 교원노조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경우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배제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2조는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해고교원 및 교원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변은 “이는 교원노조가 가진 자주성의 이름으로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말살하는 해괴한 논리”라고 질타했다.
민변은 “단결권이란 근로자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조직ㆍ운영할 권리로, 그 핵심은 국가와 사용자에 대한 대항세력으로서의 자주성”이라며 “그런데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도록 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확보한다는 원래의 입법목적과 달리 오히려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 수단으로 활용됨으로써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고는 사용자의 전권이며, 사용자는 그의 전권인 해고권을 행사하기만 하면 해당 교원을 학교에서 쫒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조합원 자격까지도 상실하게 함으로써 그가 속해 있는 노동조합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위헌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적절히 지적한 바와 같이,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도록 한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노조의 자주성 확보에 기여하기보다는 교원노조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돼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사정이 이와 같으므로, 교원노조법 제2조는 교원의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_ 애써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며 모든 산별노조 중에서 유독 교원노조에 대해서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상실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은 사실상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해고교원을 솎아냄으로써 교원노조를 순치하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의 의도에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 아니다”고 규탄했다.
한편, 헌재는 교원노조법 제2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를 통보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 해직교원이 일부 교원노조에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이미 설립된 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변은 “즉, 해직교원이 일부 교원노조에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언제나 법외노조를 통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해직교원의 노조 가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됐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로써 단 1명이라도 해직교원이 있는 이상, 해당 노조는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는 종래 고용노동부장관의 주장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이 곧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가 적법하다는 의미는 아니며, 여기에는 당연히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고용노동부와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 굳이 위와 같은 내용을 기재한 이유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민변은 “1991년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노동3권을 일체 금지하고 있던 사립학교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그러나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99년 교원노조법이 제정됐고, 이로써 교원에게 일체의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스스로 오류를 드러내며 폐기됐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2015년 오늘 또 다시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단결권을 형해화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5년 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그러했듯이,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 역시 머지않아 역사를 통해 그 과오가 시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오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헌재의 결정을 규탄하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뜻과 민주적 가치에 충실한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헌법정신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교원의 단결권 보장을 위한 입법을 마련하고,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민변은 “이명박 정권의 공안 세력이 전교조 해체를 획책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고용노동부가 기존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것은 공안 세력의 계속적인 준동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그에 대한 국민의 결론은 ‘정부 아님 통보’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변 “헌법재판소, ‘전교조’ 교원노조 자주성 말살…정부에 면죄부”
“역사 시계 거꾸로 돌린 헌재 결정 규탄, 국민의 뜻과 민주적 가치에 충실한 기관 거듭나길” 기사입력:2015-05-29 14: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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