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김진호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결정’만으로도 대법원의 상고를 기각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 한 달 만에 국회 법사위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으로서 심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지난 3월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ㆍ야 간사인 이춘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권성동 의원(새누리당) 등 10명의 의원은 상고이유에 명백하게 해당하지 않거나 기한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대법원의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4월 17일 법안심사 제1소위에서 위 개정안이 통과돼 4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4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협회장 위철환)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상고기각 확대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지난 17일에 열린 법안심사 제1소위에 의견진술인으로 참여해 동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ㆍ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 발의에서부터 제1소위에서의 검토까지 한 달이 채 걸리지 않고 진행되자, 오는 23일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을 앞둔 21일 대한변협은 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우려스러운 대법원의 ‘결정’ 상고기각제도”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변협은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의 업무부담 경감이라는 행정편의적 이득에 비해 국민의 기본권(재판청구권) 침해라는 손실이 훨씬 큼에도 발의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가결됐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민사소송의 경우 심리불속행 기각률이 70%를 넘어서고 그 해결책으로 대법관 수 증원이나 고등법원에 상고부 설치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와 같은 의견과는 정면 배치되는 의원 입법이 발의돼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형사소송의 경우에도, 법원은 실체적 진신을 발견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어서, 비록 상고 이유서가 기한 내에 제출되지 않았거나 상고인이 제대로 주장을 하지 못했을 경우라도 충실한 심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판결의 형식으로 상고를 기각해야 하며,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경우라면 상고이유에 대한 충실한 심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판결로 결론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이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상고이유에 명백하게 해당하지 않는 경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실체 판단이 필요하고, 법원이 상고기각 결정 제도를 남용할 우려도 있는 등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변협은 “그동안 계속 폐지가 주장돼 왔던 ‘심리불속행제도’는 대법원이 하급심을 거쳐 올라온 민사사건 중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심리불속행 기각의 경우 전체 상고 사건의 70%를 넘어서고 있고, 그 판결문에도 구체적인 기각사유가 적시돼 있지 않아 당사자는 자신이 왜 심리불속행 기각을 당했는지 영문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동 개정안은 오히려 판결이 아니라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하겠다는 것이어서 거꾸로 가는 사법개혁, 행정편의적 기본권 침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를 높였다.
변협은 “개정안에서 밝힌 바와 같이 상고사건이 매년 증가한다는 것은 국민이 사법부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로 인해 대법원의 업무가 가중되면 심리방법을 개선하거나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등의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지, 법원이 임의대로 사건 수를 줄여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특히,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춰버린 이 시점에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기본권과 직결된 개정안을 충분한 숙의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대법원의 행정편의만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 서서 단 한사람의 국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급심에서 잘못된 재판을 했을 때에 상고심으로 하여금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동 개정안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통과 앞둔 대법원의 ‘결정’ 상고기각제도…변협 “위헌적 입법”
“심각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으로서 심히 우려스럽다” 기사입력:2014-04-22 16: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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