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법원행정처장 “공든 탑 흔들려”…황제노역ㆍ부장판사 음주 물의

“법관들 국민의 눈높이에 어울리는 처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기사입력:2014-03-28 19:47:41
[로이슈=손동욱 기자] 대법관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28일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에 대한 ‘황제 노역’ 논란과 최근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음주 물의 사건과 관련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공들여 쌓은 탑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겪는 마음은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에 참석해 “과연 법관 사회가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이같이 말했다.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참석한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제공=대법원)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참석한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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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처장은 “최근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과 우려의 눈빛은 여러분도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일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준수 문제로 논란이 촉발되더니 곧바로 한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이어서 비록 수년 전의 판결이지만 벌금형의 환형유치와 관련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형평과 정의라는 사법의 근본가치가 지켜졌는지를 두고 거센 비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직시했다.

박 처장은 “수석부장들에게 드리고 싶은 질문은, 과연 법관 사회가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며 “국민의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마냥 남의 일처럼 여기고만 있거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여러분께서 점검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시다시피 최근 2년 동안 전국의 법원구성원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내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으나, 제대로 결실을 맺어 국민의 신뢰가 굳건히 다져지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일들로 말미암아 공들여 쌓은 탑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겪는 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처장은 “법원이 하는 수 천, 수 만 건의 판결 중 0.1%, 0.01%의 판결, 아니 단 한 건의 판결이라도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사법작용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번 주 내내 체감하고 있다”며 “또한 법관의 사생활에 있어서도 잠시 방심해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다면 법관 전체의 명예와 위신에 커다란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법부 전체를 대표하고, 한 건 한 건의 판결이 곧 전체 사법부의 판단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모든 법관들이 공감하고 가슴 깊이 새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재판이 국민 여론이나 법 감정에 좌지우지되거나, 법관들이 그러한 부담 때문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되겠지만, 재판권은 본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과연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재판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울리는 처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업무의 개선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참석한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제공=대법원)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참석한박병대법원행정처장(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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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처장은 “지금 각급 법원의 재판부당 사건 수는 적정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고, 법관의 정원은 법률로 제한돼 있고 정원의 여유도 별로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법관 수의 증원을 위한 법률의 개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다른 차원에서 법관들의 기존의 업무 방식과 업무 내용에 대한 근원적인 점검과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전자소송의 확대, 법정 녹음의 전면 도입 등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에 따라 재판 환경이 크게 변화될 것인 만큼 거기에 상응한 합리적인 업무 분담과 방식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종래 법관들이 해 오던 업무 중에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판단과는 거리가 있는 부수적ㆍ확인적 업무나 절차진행을 위한 점검과 같은 업무는 과감하게 참여관 등에게 이양하고, 법관은 재판의 핵심인 판단기능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수석부장들이 솔선해 전국의 재판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나아가 이를 실행에 옮겨 그 경험을 전체 법원이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종래부터 해오던 방식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틀에서 새로운 방안이 제안될 수 있도록 법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힘을 실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에서도 법관들이 재판의 핵심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업무의 부하는 줄이면서도 충실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수석부장들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재판의 질적 향상을 이루는데 힘을 모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법원과 국민간의 소통의 문제도 강조했다.

박병대 처장은 “법원을 일반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나아가 법원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려면 우리가 먼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법관들 중에는 여전히 법원과 국민의 소통의 문제는 법관의 책무와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없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사회와 소통하면서 국민에게 사법권과 법원을 이해시키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법관 책무의 일부”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형사판결의 선고를 듣고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피고인들이 적지 않다”며 “선고 결과를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재판장, 즉 법관의 책임이듯이, 법정 공간에서 당사자와 교감하고 절차진행을 납득시키는 것은 사건의 결론을 잘 내고 판결문을 잘 쓰는 것에 결코 못지않게 중요하다는데 대해 법관들 모두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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