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자필로 기재한 유서(유언장)의 단순 오자를 날인(捺印) 없이 고친 경우에도 유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2008년 5월 유언서(유언장)를 작성한 A씨는 2011년 11월 부동산과 예금 등 150억원대의 상속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A씨는 유언장에 “은행에 예치돼 있는 금융자산 중 50억원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용산에 있는 아파트를 둘째 딸에게 물려주며, 나머지 전 재산을 둘째 딸을 포함한 3명의 딸에게 균등 분배 상속하도록 하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런데 유언장에는 유언 전문, 연월일, 성명을 자필로 기재돼 있고 날인도 돼 있으나, 망인(A)의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다만 유언장이 담긴 봉투 앞면에는 자필로 ‘유언장’이라고 기재돼 있고, 왼쪽 상단에는 성명과 주소가 인쇄돼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첫째 딸과 외아들 등 3명은 법에서 보장한 일정 상속재산(유류분)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특히 이들은 “유언서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유언서에는 망인의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고, 봉투에 기재된 주소는 망인이 실제 거주하고 있던 장소가 아니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법정요건인 주소가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유언서에는 문자의 삭제, 변경을 하면서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현행 민법 제1066조에서 규정하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및 성명을 자서하는 것이 절대적 요건이므로, 유언자가 그 중 하나라도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또 제1066조 제2항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함에는 유언자가 이를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1일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서에서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자녀 3명이,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 3명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 확인 청구소송(2012가합527377)에서 망인 A씨의 유언서 효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류분 침해 사실은 인정해,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에게 일정부분을 반환하도록 했다.
주소와 관련, 재판부는 먼저 “유언서 전문에 기재된 주소 문구가 유언자인 망인의 주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민법이 유언의 방식과 효력에 있어서 형식적 엄격주의를 취해 유언의 자유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유언자에 의한 유언 자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여부를 확실히 하고 유언자의 사후에 유언의 내용에 관해 의문이나 다툼이 생길 경우 유언자에게 직접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 진의가 분명하게 전달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법 제1066조에서 유언에 자서에 의한 주소를 기재할 것을 규정한 것은 유언증서 작성자를 특정하기 위한 것인 점에 비춰 보면, 유언서 전문에 유증의 목적물로서 망인의 주소가 기재됐고, 위 문구, 유언증서의 전체 내용, 형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유언서의 작성자의 동일성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자필증서에 주소를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민법 규정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민법이 유언의 전문과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의 자서와 그 삭제, 변경된 부분에 자서와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유언이 유언자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명백히 해 위조ㆍ변조 등 유언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은 유언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사건 유언서의 삭제, 변경된 부분은 오자를 정정한 것으로서 삭제 또는 변경 전후의 의미를 명백히 알 수 있을 뿐더러, 유언의 실체적인 내용이라 할 재산 배분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임이 명백하므로, 이러한 부분에까지 날인이 없다고 유언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유서 단순 오자 날인 없이 고쳐도 유언장 효력 인정
서울중앙지법 “유언의 실체적인 내용이라 할 재산 배분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어서” 기사입력:2014-03-06 14: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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