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 대법관 퇴임 “법원 판결 비판 당연…지나치면 법관들 힘들어”

“사회적 약자 등에 사법제도 따뜻한 햇살 비칠 수 있도록 법관은 배려와 사랑의 자세 가져야” 기사입력:2014-03-03 22:09:47
[로이슈=손동욱 기자] 차한성 대법관은 3일 “법관의 판결도 당연히 비판받을 수 있고, 때론 따끔한 지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한 차한성 대법관은 이날 34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대법원에서 가진 퇴임식에서다.

▲법원행정처장을역임한차한성법원장이3일퇴임했다(사진제공=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을역임한차한성법원장이3일퇴임했다(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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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법관은 다만 “국민의 법감정도 중요하지만, 결론에 대한 호ㆍ불호만으로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과 이유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비난하거나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 들이는 것은 법관들을 지나치게 힘들게 하고 향후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줄 수 있어,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이는 최근 국정원 댓글녀 사건 축소 수사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자, 성토가 쏟아지는 등 최근 일련의 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퇴임사하는차한성대법관(사진제공=대법원)

▲퇴임사하는차한성대법관(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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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성 대법관은 또 “법관에게는 강자가 아닌 군자의 굳셈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약자 등 대다수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에도 사법제도의 따뜻한 햇살이 비칠 수 있도록 법관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전국 법원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차 대법관은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재판이고, 무엇보다 법관은 재판을 잘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법관은 불필요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아울러 “법원 구성원의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만,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아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원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양승태대법원장과악수하는차한성대법관(우)/사진제공=대법원

▲양승태대법원장과악수하는차한성대법관(우)/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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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차한성 대법관 퇴임사 전문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처럼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존경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님을 비롯한 동료 대법관 여러분과, 바쁘신 가운데에도 함께 자리해 주신 법관 및 법원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저는 너무나 무거우면서도 소중했던 법관으로서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돌이켜 보면, 198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시작하여 이어진 34년여 간의 법관생활은 다시 되돌아가더라도 선택하였을 운명 같은 길이자 축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더욱이 대법관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정의를 논의하고 선언하는 기회를 가졌던 것은 저에게는 과분한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복되게 법관생활을 마무리 하게 된 것은 고비마다 따뜻한 격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선ㆍ후배, 동료를 비롯한 법원 가족 여러분들의 덕분이라 생각하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한결같이 제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후원자가 되어 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명예를 제일로 여기며 살아 온 세월동안, 제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지만, 부족한 능력과 부덕의 소치로 사건 처리와 사법행정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이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어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는 법관생활을 마감하면서, 법원과 법원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법원가족 여러분!

법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재판이고, 무엇보다 법관은 재판을 잘 하여야 할 것입니다.

재판을 잘한다는 것은 사건을 적시에 처리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적정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승복을 잘 이끌어 내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재판의 결과물인 법원의 판결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주는 출발점이 되어 사회통합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법관은 불필요하게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법관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원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바람직한 법관의 모습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재판당사자 등 국민의 거울에 비친 법관의 모습이 어떠한지 진정 국민이 바라는 법관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자기 자신의 몸가짐을 항상 경계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땅히 굳세어야 할 것에 대한 굳셈은 군자의 굳셈이고, 굳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굳셈은 강자의 굳셈이라고 했습니다.
법관에게는 강자가 아닌 군자의 굳셈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 등 대다수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에도 사법제도의 따뜻한 햇살이 비칠 수 있도록 법관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법원가족 여러분!

오늘날 우리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사고로는 더 이상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기대와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않고는 사법부가 신뢰받는 국민의 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어렵습니다.

사법신뢰를 구현하기 위한 성장과 변화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원가족 여러분의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만이, 우리 사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아 독립하여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도 더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힘들어 하는 법원가족 여러분들의 진정한 마음을, 언젠가 국민들도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민주사회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입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듯이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도 이해하려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관용을 통해 사고의 다양성이 커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져 민주사회는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관의 판결도 당연히 비판받을 수 있고 때론 따끔한 지적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법감정도 중요하지만, 결론에 대한 호ㆍ불호만으로 판단의 근거가 된 사실과 이유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비난하거나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 들이는 것은 법관들을 지나치게 힘들게 하고 향후 올바른 판단에 장애를 줄 수 있어,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의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이나 다른 기관을 비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보려는 생각이나, 국민의 행복보다 자신이나 소속 기관의 이해가 먼저라는 생각을 버리고, 우리 모두 각자가 오로지 국민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존경하는 법원가족 여러분!

붙잡고 있으면 짐 진 사람이지만, 내려놓으면 자유로운 사람이 된다 합니다.

저는 이제 천금보다 무거운 법복을 내려놓고, 법원가족 여러분과의 소중했던 추억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자유인으로 돌아갑니다.

저의 인생 전부를 쏟아 부었던 보금자리인 정든 법원을, 비록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사법부와 법원 가족 여러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4. 3. 3.

대법관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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