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우 변호사 “무죄구형 임은정…‘백지구형’ 인정한 판결 문제 심각”

“변호사로서 제일 기쁜 날. 법률과 교과서대로 법정서 무죄구형 하는 검사 봐 정말 기쁘다” 기사입력:2014-02-22 11:24:37
[로이슈=신종철 기자] 무려 50년 전 옥고를 치른 윤길중씨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던 임은정 검사가 21일 법원으로부터 “정직처분은 부당해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재심(再審)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당사자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이 재심여부를 심사하고 재심개시결정을 내려 다시 판단하게 된 사건이다.

그런데 이덕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이덕우변호사

▲이덕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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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덕우 변호사는 임은정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윤길중씨 변호인이었다. 임 검사가 무죄구형하고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당시 이덕우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제일 기쁜 날이다. 법률과 교과서대로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하는 검사를 보았으니 정말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던 것을 소개했다.

특히 검찰 지휘부는 당시 ‘백지구형’을 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덕우 변호사는 “백지구형이란 말을 처음 듣는데 어느 법률 몇 조에, 또 어느 법률교과서에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법원이 검찰의 ‘백지구형’ 논리를 인정했다”며 “이번 임은정 검사 징계처분 취소 판결은 심각한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고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덕우 변호사는 그러면서 패소한 법무부장관이 항소하고, 상고해 줄 것을 요구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도 임은정 검사에 대한 정직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질 것에는 확신하면서, 다만 논란이 된 ‘백지구형’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다.

<로이슈>가 이번 사건을 입체적으로 종합 정리해봤다.

◆ 2012년 12월 28일 임은정 검사는 왜 무죄구형 했나?

▲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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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 검사는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62년 징역 7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른 윤길중씨에 대한 재심개시(2012년 10월) 사건을 맡게 됐다.

이 사건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조작된 ‘통일사회당 사건’으로 당사자인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는 당시 혁명재판소에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란 죄명(반국가행위)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안양교도소에서 7년의 옥고를 치르고 1968년 4월 출감했다. 윤길중씨는 2001년 사망했다.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받아들인 사건이다.

임 검사는 ‘백지구형’을 해야 한다는 공안부 검사와 마찰이 있었다. 반면 임 검사는 법리상으로도 유죄 입증이 부족한 경우이고, 또한 이미 같은 공범들에 대해 재심서 무죄판결이 확정돼 윤씨도 무죄 판결이 확실히 예상된다며 ‘무죄구형’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안부 검사와 협의가 되지 못했다. 임 검사는 무죄구형 결재를 받기 위해 직속상관인 공판2부 부장검사와 차장검사를 찾아갔다. 당초 결재를 해줬던 부장검사는, 차장검사의 결재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임 검사에게 공안부 의견대로 백지구형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임 검사는 즉석에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했다. 이의제기권은 검찰청법 제7조에서 개별 검사들이 무조건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관해 지휘ㆍ감독을 받지만 그에 대해 이의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근거조항을 말한다. 이는 상명하복을 중심으로 한 검사동일체의 원칙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은 2004년 폐지됐다.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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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공판2부 부장검사는 서면으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라고 했고, 임 검사는 서면으로 이의제기 내용을 작성해 결재를 올리는 과정에서 이 사건은 공소심의위원회에서 무죄구형이 적절한지 결정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임 검사는 무죄구형안을 설득하기 위해 공소심의위원회 자료를 보완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장검사는 공판부 기획검사에게 임은정 공판검사 대신 법정에 들어가서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이의제기에 대한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지시까지 내려지자 임은정 검사는 황망했다. 열리기로 한 공소심의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갑자기 행해진 직무이전명령에 대해 임 검사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임 검사는, 백지구형 하라고 지시받은 기획검사는 그 때까지 사건기록도 전혀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 공판검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 구형을 그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검사가 되뇌이게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 검사는 백지구형이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구형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직무이전을 지시한 부장검사나 지시에 따라 이행할 기획검사도 위법한 행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의제기를 한 상황에서 어떤 답변도 없이 공소심의위원회를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직무이전명령을 한 것은 위법ㆍ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임은정 검사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2012년 12월 28일 오전 11시 윤길중씨 재심사건 공판에 참석해 법정의 검사 전용출입문을 잠근 채 백지구형을 지시받은 다른 검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후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윤길중씨 측 변호인이었던 이덕우 변호사는 법정에서 검사의 무죄구형에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이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제일 기쁜 날이다. 법률과 교과서대로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하는 검사를 보았으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임은정 검사의 무죄구형을 받아들여, 이날 곧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구형 검사’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국민은 “정의로운 검사”, “소신 검사” 등 환호했으나, 임은정 검사는 검찰조직 내에서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후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3년 1월 16일 임은정 검사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여 법무부에 ‘정직’ 처분을 권고했다. 지시위반 및 다른 검사 구형방해로 인한 직무상 의무 위반, 검사게시판에 글 게시로 인한 품위손상 및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그해 2월 6일 임은정 검사에게 정직 4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한편, 임은정 검사는 2007년 ‘공판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수사와 공판업무의 전문성 그리고 소신과 열정을 인정받아 법무부에서 ‘우수여성검사’로 선정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했었다. 하지만 정직 징계처분을 받은 이후 창원지검으로 전보 발령됐다.

이에 임은정 검사는 2013년 5월 “징계가 위법ㆍ부당하니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21일 “피고(법무부장관)가 2013년 2월 15일 원고에 대하여 한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 이덕우 변호사 “이번 판결은 심각한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

이날 판결과 관련, 무죄구형 사건 유길중씨 변호인이었던 이덕우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백지구형이 정당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임 검사는 속이 좀 상한다고 하지만, 난 어이가 없다”며 재판부를 겨냥했다.

논란이 된 ‘백지구형’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백지구형은 사실상 무죄구형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구형권 행사에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더라도 적법한 구형에 해당한다”며 “백지구형이 과거 유죄 확정 판결이 현재의 관점 변화에 따라 무죄가 됨에 따른 검찰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반영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지구형’은 공판검사가 판사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구형의견을 내는 것이다. 백지구형은 구형 아닌 구형으로 쉽게 말하면 공판검사의 임무와 권한을 판사에게 넘겨 판사가 알아서 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백지구형에 대해 한인섭 교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덕우 변호사는 “법원이 검찰의 논리를 인정한 것”이라며 “검사의 구형은 유죄 아니면 무죄다. ‘백지구형’이라니?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는 게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인가? 백지수표란 말은 들어봤지만 백지구형이란 말은 처음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백지구형은 사실상 구형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과 같지만, 과거 독재정권하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에 한정된다’니?”라고 판결을 거론하며 “누가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에 한정해서 구형권을 포기한다고 정했는가. 그런 법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면 좋겠다”라고 재판부를 겨냥했다.

또 “그리고 구형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과 같다니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검사는 구형권을 포기할 수 없다. 유죄면 유죄, 무죄면 무죄를 구형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백지구형이 과거 유죄확정판결이 현재의 관점 변화에 따라 무죄가 됨에 따른 검찰의 곤혹스러운 입장이 반영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니?”라고 판결을 거론하며 “참 이 부분이 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첫째, 백지구형이란 게 어느 법률 몇 조에 있는가? 백지구형이란 걸 누가 고안해 냈는가? 어느 교과서에 백지구형이란 게 있는가? 좀 가르쳐 달라.

둘째, “과거 유죄확정판결이 현재의 관점 변화에 따라 무죄가 되었다”니? 과거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은 독재자는 물론 그 하수인들, 경찰, 군인, 검사, 판사들이었다. 그 범죄행위를 바로잡는 것이지 관점이 변화해서, 사회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셋째, “검찰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니? 곤혹스러움은 인정한다. 그러나 곤혹스러움을 넘어서야 한다. 과거 선배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범죄행위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곤혹스러움에 머물면 과거 전쟁범죄, 반인륜적 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을 욕할 자격이 없다. 공안검사들의 말을 옮겨 적은 것 같다.

이덕우 변호사는 “(징계처분 취소 판결) 결론은 옳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이유는 그르다”며 “압권인 대목을 보아도 그렇지만 이번 판결은 심각한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2012. 12. 28. 법정에서 임은정 검사의 무죄 구형을 듣고 변론할 말이 없었다. 검사가 무죄를 선고해 달라는데 변호사가 유죄라고 할 것인가?. 하여 ‘변호사로서 제일 기쁜 날이다. 법률과 교과서대로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하는 검사를 보았으니 정말 기쁘다’고 소회를 토로했다”고 당시 법정에서 한 말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문제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승소한) 임 검사가 항소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라며 “(‘백지구형’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곤혹스러운 검찰 항소하고 상고해라. 잘못된 이유를 바로잡기 위하여”라고 적었다.

이덕우 변호사가 당당하게 검찰에게 “항소하고, 상고하라”는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무부장관이 항소해도 항소심 재판부도, 상고해도 대법원 재판부도 “정직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1심과 같은 결론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다만 ‘백지구형’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봤으면 한다는 것이다.

▲무죄구형해정직징계처분을받았으나,법원으로부터취소판결을받은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무죄구형해정직징계처분을받았으나,법원으로부터취소판결을받은임은정검사(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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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정 검사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씩씩하게 가겠다. 제가 대한민국 검사니까요”

한편, 임은정 검사는 판결 선고 후 페이스북에 “부장검사에게 직무이전지시권한이 없어 고 윤길중 재심사건은 제 사건이고, 검사게시판 글 게시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제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라며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라 감사한 마음입니다”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그러나 “백지구형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법원의 판단이 제 생각과 달라 속이 좀 상합니다만, 쉽지 않은 길이라고...각오 단단히 한 것에 비하면.. 이 정도면 편하게 출발하는 것이겠지요”라며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페친분들 덕분입니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임 검사는 끝으로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씩씩하게 가겠습니다. 제가 대한민국 검사니까요^^”라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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