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6일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즉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ㆍ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은 2013년 6월 14일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에 대해 3가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작년 12월 26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이 인터넷으로 대선 및 정치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국정원 여직원(댓글녀) 사건’이 발생하자 수사관서인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에게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디지털증거분석 결과가 포함된 중간수사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 브리핑을 하게 한 혐의다.
이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과 아울러 지위를 이용해 대통령선거에서 특정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해 선거운동(공직선거법 위반)을 하고, 특정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해 정치운동(경찰공무원법 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구체적으로 제18대 대통령선거일 전날까지 서울수서경찰서에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등의 회신을 거부하고 지연시켰다는 것이고,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들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 등이다.
검사는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의 선거 및 정치개입과 관련된 다수의 증거를 포착하고도 ‘문재인 및 박근혜에 대한 지지ㆍ비방 게시글 또는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허위의 언론 발표를 한 다음, 서울수서경찰서에 증거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 또는 지연하는 등 김용판 청장이 선거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할 의도로 모든 것을 지시 또는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용판 전 청장과 변호인은 “선거에 개입하거나 실체를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언론 발표를 승인한 사실은 있으나 증거분석 결과 그대로를 발표한다고 인식했을 뿐 그것이 허위라고 인식하지 않았으며, 증거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라고 지시하거나 승인한 사실 자체도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선거에 개입하고 실체를 은폐하려는 의도’ 및 ‘허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분석 결과 회신을 거부하고 지연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먼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의 입증을 필요로 하고, 간접사실을 통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도 간접사실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이 뒷받침돼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 중 하나인 권은희(당시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은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남은 물론 당시 상황에 비춰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것”이라며 “또 권은희를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피고인이 수사 및 분석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특정한 결론이 도출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서로 일치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반면, 권은희만은 피고인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위 증인들의 증언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는데, 객관적 사실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진술 상호간에 모순이 없는 다른 증인들의 진술을 모두 배척하면서까지 권은희의 진술만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특단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권은희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분석 범위의 문제에 관해,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은 물론 CCTV의 영상, 분석 결과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 등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보면 분석의 범위는 분석관들이 분석 초기부터 피고인의 지시나 관여 없이 임의제출자의 의사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고, 달리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분석 도중 국정원의 개입 의혹에 관한 단서가 발견되자 이를 은폐하려는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분석 범위 제한 논리’가 사후적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나아가 피고인이 서울수서경찰서의 압수수색영장 신청 지침을 보류토록 했다거나, 국정원 여직원을 증거분석 과정에 개입시키려고 했다거나, 분석 결과를 은폐하기 위해 분석 과정에서 서울수서경찰서를 배제하고 연락을 차단하려고 했다거나,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 발표의 내용과 시기를 미리 정해 놓고 증거분석에 활용되는 키워드 축소를 강요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검찰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오히려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분석의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분석 과정에 선관위 직원 및 서울수서경찰서 직원을 참여시키도록 하는 등 분석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증거분석 결과물이 다소 늦게 반환된 것은 맞지만 분석관들이 분석 종료 이후에 기자간담회 등의 후속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했던 점 등 지연된 사유에 충분히 수긍할 만한 점이 있고, 증거분석 결과의 회신과 같은 단순한 절차업무는 통상 상부에 보고조차 되지 않고 실무자 선에서 처리되는 업무로서 수사과장이 반환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일단락돼 피고인은 그에 관한 사정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결국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합의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실체를 은폐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허위의 언론 발표를 함으로써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는 의사 또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거나 특정인을 지지하려는 목적 및 분석 결과물 회신을 거부 또는 지연함으로써 서울수서경찰서 관계자들의 정당한 수사권을 방해했거나 그러한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김용판 무죄 왜?…재판부 “권은희만 수사개입 주장…신빙성 없다”
서울중앙지법,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경찰공무원법 위반 모두 무죄 기사입력:2014-02-06 16: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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