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은 관행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이런 관행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되므로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이 위법한 관행을 승인해 주는 것이고, 본연의 역할인 법의 올바른 해석ㆍ적용이 아니라 거꾸로 위법한 해석ㆍ적용을 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과 관련한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이 다수 대법관들의 의견에 반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소수에 그쳤다. 특히 이들 3명 대법관들은 대법원이 법을 해석ㆍ적용하는 최고법원으로서의 역할을 상기시켜 눈길을 끌었다.
쉽게 말해 다수 대법관들은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근로기준법보다 노사 간의 신의칙을 우선하는 판정을 내렸다면, 이들 3명 대법관들은 “근로자의 ‘예상외의 이익’, 즉 뜻밖의 횡재가 아니라,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판단했다.
▲ 좌측부터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사진출처=대법원)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판정하면서도, 근로자가 합의가 무효라며 나중에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갑을오토텍은 노동조합과 ‘통상임금의 기준은 기본급에 직책수당, 생산수당, 근속수당, 자격수당 등을 합산한 금액으로 하고,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700%를 8회 분할해 짝수 달에 각 100%, 추석과 설날에 각 50%씩 지급하며, 미사용 월차휴가는 익년 1월 중 급여지급시에 통상임금의 100%, 미사용 연차휴가는 통상임금의 150%를 각 지급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사는 단체협약에서 통상임금에 삽입 될 임금의 범위를 정하면서, 상여금이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갑을오토텍은 2010년 3월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상여금을 제외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한 퇴직금, 미사용 연ㆍ월차수당을 지급했다.
2010년 1월 퇴직한 K씨는 “2008년 1월부터 퇴직까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계산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은 미사용 연ㆍ월차수당 444만원, 퇴직금 84만원 등 합계 528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핵임은 갑을오토텍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근로자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였다.
1심인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K씨가 갑을오토텍을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금덕희 부장판사)는 “갑을오토텍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 온 상여금은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한 통상임금”이라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피고는 원고가 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009년 이후부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공개변론까지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8일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12다89399)
하지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해 추가로 법정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건전한 재정은 기업에 있어 생명줄과도 같아, 재정의 악화는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심화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며 “특히 임금은 기업의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이므로, 노사는 임금협상을 하면서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얼마의 금품을 어느 시기에 어떠한 형태와 조건으로 지급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지속적인 존립과 성장은 노사 양측이 다 같이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므로 기업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기반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임금을 인상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장기간 계속돼 왔고, 이런 노사합의는 일반화돼 이미 관행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했다.
재판부는 “근로현장에서의 임금협상 방법과 과정, 관행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종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돼 무효라는 이유로 새로이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한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면, 근로자가 받을 임금 총액이 당초 노사 간에 합의한 임금 총액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게 돼 임금협상 당시 노사 양측이 의도한 것과 사뭇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사 양측이 합의 당시 상호 공통적으로 양해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법리적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한다면, 사용자는 노사합의를 신뢰해 기업을 경영해 오다가 예측하지 못했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노사합의를 이루어 자율적으로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에 있어 예기치 않은 사유로 서로 간의 신뢰기반을 깨뜨리고 노사가 지향해 온 상생관계를 해치는 행위로서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재정적 파탄으로 이어져 일자리 터전을 상실할 위험도 초래하는 등 노사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돼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므로, 이런 경우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 될 경우 근로자들은 노사간 임금협상을 통해 받은 이익을 초과하는 예상 밖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한편, 회사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돼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상당히 드러나 있다”며 “그럼에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노사합의 내지 관행이 이뤄졌는지 여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피고가 부담하게 될 추가 법정수당액 및 재정상태 등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파기환송했다.
◆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의 반대의견
하지만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의 판단은 다수 대법관들의 판단과는 정반대였다.
▲ 좌측부터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사진출처=대법원) 3명의 대법관들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의칙으로 강행규정성을 배척하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들고, 거듭 살펴봐도 그 논리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이어 “실정법의 개별 조항에 의해 명백히 인정되는 권리ㆍ의무의 내용을 신의칙을 이유로 변경하는 것은 법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해 법의 권위와 법적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신의칙을 적용해 실정법상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개별적인 사안의 특수성 때문에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야기되는 경우에 최후 수단으로, 그것도 법의 정신이나 입법자의 결단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신의칙의 적용을 통해 임금청구권과 같은 법률상 강행규정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를 제약하려 시도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3명의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함으로써 근로자가 얻는 것이 ‘예상외의 이익’이라고 하면서 이를 신의칙 위반의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다”면서 “그러나 근로자가 초과근로를 함으로써 얻는 초과근로수당청구권은 근로기준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근로자의 권리로 ‘예상외의 이익’, 즉 뜻밖의 횡재가 아니다. 근로자가 과거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것을 이제 와서 받으려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근로기준법이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서도 박탈하지 못하도록 굳이 강행규정을 둬 보장한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 “다수의견처럼 노사가 임금협상 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장기간 계속돼 왔고 이러한 노사합의가 일반화돼 관행으로 정착됐다고 한다면,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행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되므로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옳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법원이 위법한 관행을 승인하여 주는 것이고, 본연의 역할인 법의 올바른 해석ㆍ적용이 아니라 거꾸로 위법한 해석ㆍ적용을 하는 결과가 된다”고 다수 대법관들의 판단을 지적했다.
3명의 대법관들은 그러면서 “대법원은 최고의 법해석 기관으로서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법에 따라 선언해야 한다. 그에 따른 경제적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법원칙을 바로 세우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동정책을 펼치면 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대법원이 앞으로 시행될 노동정책까지 고려해 현행 법률의 해석을 거기에 맞추려 한다면, 이는 법해석의 왜곡이다. 따라서 다수 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이인복ㆍ이상훈ㆍ김신 대법관 “통상임금…대법원이 위법 관행 승인”
다수 대법관들은 근로기준법보다 노사간 신의칙 우선…3명 대법관 “근로자 ‘예상외의 이익’, 뜻밖의 횡재 아니라,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기사입력:2013-12-18 21: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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