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애인의 사망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마치 애인이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사한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타냈다는 이른바 ‘낙지 살인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직접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살인과 사기(보험금 편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A(32)씨는 2010년 4월 인천 주안동의 한 모텔에서 애인 B(21,여)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B씨가 만취하자 부드러운 천과 같은 물체로 코와 입을 막는 방법으로 질식케 해 뇌사상태에 빠뜨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B씨가 가입한 보험사에 “B씨가 산낙지를 먹던 중 낙지가 목에 걸려 질식해 사망했으니 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며 보험금을 청구해 2억원을 타내 사기 혐의도 받았다.
남자친구인 A씨가 보험금을 받은 것은 2010년 3월 모험모집 일을 하는 고모를 통해 B씨에게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며칠 뒤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자신(A)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빌려 생활하던 A씨가 2009년 2월부터 연인관계로 지내던 B씨가 가정형편이 좋지 않고 나이가 어리며 사회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우발적인 사고를 가장해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 모텔 인근 횟집에서 산낙지 2마리를 사서 갖고 모텔에 들어간 A씨는 “B씨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사한 것일 뿐 살해하지 않았고, 따라서 보험금을 편취한 사기가 아니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이 사건은 A씨가 B씨의 사망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마치 B씨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사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냈다며 ‘낙지 살인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1심인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이규 부장판사)는 2012년 10월 살인,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산낙지를 먹다가 질식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가 평온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있었고 술자리가 흐트러지지 않았던 점, 피고인이 낙지를 빼낸 것을 본 사람이 없고 병원 의료진도 낙지를 빼낸 적은 없은데, 법의학자들은 음식물의 연하작용 때문에 낙지로 인한 질식의 경우 이를 손으로 빼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하는 점 등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평온하게 누워있었던 것은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했음에도 피해자가 이에 저항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신체나 사건현장에 그러한 저항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은 만취한 피해자의 미약한 저항을 피고인이 압도적으로 제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채무변제 독촉을 받던 피고인이 ‘돈이 나올 곳이 있다’고 말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한 경위나 수익자변경 경위가 이례적이며, 피고인이 모텔 종업원에게 119 신고를 요청한 것은 오히려 피해자의 호흡과 맥박이 정지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동시에 목격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보험금 수령에 관해 문의한 점, 보험금을 수령한 이후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보험금을 소비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보험금의 수령에 관해 거짓말을 하기도 했으며, 피해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동안에도 여자친구를 만나 등산을 하는 태연하게 교제한 행동들을 보면 피고인이 119대원, 의사,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보인 피해자의 사고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아 흥분하고 슬퍼하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피고인의 위선적인 면모가 드러나 피고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살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가치를 가진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피해를 회복시킬 수 없다”며 “피고인은 보험금을 노리고 연인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살해했고, 그 범행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재산적 탐욕으로 피고인에 대한 피해자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하고 살해할 것을 계획한 점에서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잔혹하다”고 말했다.
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범행 후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보인 태도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회,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 등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불우한 성장환경 등 나름대로 유리한 양형조건을 모두 감안해 심사숙고해 보더라도, 피고인의 죄책은 우리 사회 구성원과 법질서가 범죄인에게 베풀 수 있는 관용과 포용의 한계를 고민하게 한다”며 “심리 과정에서 확인된 제반 사정을 고려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기로 한다”고 무기징역 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살인 혐의와 보험금 타낸 사기 혐의 모두 무죄 판결
그러자 A씨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4월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낙지로 인한 기도폐색으로 질식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살인과 사기(보험금 편취)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다른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진료했던 2개 병원 의료진은 피해자의 심폐기능 정지는 질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정하고 있고, 법의학자들 역시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질식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피해자의 연령, 건강상태나 치료의 경과 등에 비춰 봐도 달리 피해자가 갑작스러운 심폐기능 정지상태에 이를 만한 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질식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얼굴 등에 상처 등의 흔적이 있다거나, 사고 당시 피해자가 본능적인 생존의지조차 발현될 수 없어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코와 입을 막아 피해자로 하여금 질식케 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가 질식된 후 모텔 직원에게 전화를 해 119 신고를 부탁하고, 다시 맨발로 프런트로 뛰어가 도움을 요청해 직원과 함께 객실로 돌아와 피해자에게 인공호흡 등의 응급조치를 시도하다가, 피해자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던 중 119 구조대원들을 만나 피해자를 인계해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피해자가 질식으로 심폐정지 상태가 됐다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심장박동이 회복돼 15일 동안 생명을 유지했던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질식된 것을 발견하고 신속한 구호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고를 가장해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 사고를 일으켰다면, 확실하게 사망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가 질식된 것을 발견하고 신속한 구호조치를 취함으로써 피해자가 심장박동을 회복해 15일 동안 생명을 유지하게 한 것은,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를 시도한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살인은 검사가 법원에 제출한 증거를 모두 모아보아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음을 전제로 보험담당자를 기망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점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대법원, 살인과 사기 혐의 무죄 확정
이에 검사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2일 ‘낙지 살인 사건’의 피고인 A(32)씨에 대한 상고심(21013도4381)에서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절도 등 살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을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법관에게 주는 증명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 정도가 확실을 주기에 이르지 못한 경우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는 등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살인죄와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로만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런 방식에 의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과 관련이 깊은 간접증거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므로, 간접증거에 의해 주요사실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을 인정할 때에는 그 증명이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간접사실 하나하나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간접사실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 과학법칙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질식이 일어난 경우 8분에서 10분 정도가 경과하면 심장 박동이 회복되지 않는데 피해자가 심장 박동을 회복한 것은 피고인이 신속한 구호조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오히려 유죄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가 비구폐쇅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는 점에 관한 명백한 증명이 없고, 피고인의 행위와 무관하게 낙지에 의한 기도폐색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며, 검사가 제시한 간접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결국 공소사실이 진실하다고 확신을 줄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낙지 살인 사건’ 1심 무기징역→항소심과 대법원 ‘무죄’ 확정
“검사가 제시한 간접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진실하다고 확신을 줄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했다” 기사입력:2013-09-12 22: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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