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심야시간에 개인택시가 인도를 걷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인명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택시기사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라는 시비로 자신을 폭행하는 바람에 사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승객은 “당시 술에 취해 잠을 자고 있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물론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택시기사의 주장과 진술이 유일한 증거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택시기사의 진술을 근거로 승객을 재판에 넘겼고,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승객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택시기사의 진술에 거짓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고 판단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택시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승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택시에 설치된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가 주인인 택시기사의 진술을 검증했고, 안전벨트 역시 유죄를 벗는데 한몫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도 최종 무죄를 확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3)씨는 2010년 9월 21일 새벽에 술을 마시고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역 부근에서 B씨가 운전하는 개인택시 조수석에 탔다. 이후 3시30분경 장안동 장안평역 근처에서 B씨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했다는 이유로 A씨가 B씨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B씨가 운전하던 택시를 인도로 돌진하게 해 마침 걸어가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하고, B씨에게도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A씨는 “당시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뿐,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반면 B씨는 “A씨가 자신을 폭행해 이를 피하고자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제동장치 등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하게 돼 사고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북부지법은 2011년 2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당시 사건 목격자들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B씨가 피고인의 허리를 붙잡고 ‘살려주세요. 112에 신고해 주세요’라고 소리친 사실이 인정된다”며 “B씨가 피고인과 무관하게 자신의 과실로 사고를 냈음에도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항변한 A씨는 “당시 B씨가 크게 다친 것에 비해 본인은 전혀 다치지 않았으므로 안전벨트를 매고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라며 “안전벨트 문제로 시비가 돼 폭행을 당했다는 B씨의 진술은 거짓말”이라며 항소했다.
또 “신고대기 후 추발한 지 8초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그 짧은 시간 동안 안전벨트 문제로 말다툼을 해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수차례 얼굴과 뒤통수를 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2011노613)인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이번 사건에서, B씨의 진술이 사실관계에 반하는 점 등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먼저 B씨는 법정에서 “피고인 A씨가 승차한 지점에서 사고지점까지 신호대기에 걸려 정지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를 보면 신호대기를 위해 4회 정지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지점 인근인 장안평 사거리에서는 109초간 신호대기를 위해 정지한 것으로 돼 있어 B씨의 진술은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B씨는 “피고인의 계속되는 폭행에 맞지 않으려고 발은 운전석 문쪽으로 몰리게 하고 사람 살려 달라고 한 기억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이 역시 재판부는 “사고 시점의 타코미터 기록에는 B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 진술도 사실에 명백히 반한다”고 말했다.
B씨는 “행인을 들이받은 후에 기어를 후진으로 조작하거나 가속페달을 밟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택시에 설치된 기어가 계단식 구조로서 내부조작이 아닌 외부충격으로 기어가 주행(D)에서 후진(R)으로 바뀔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택시의 후진 당시의 속력은 시속 12km로 추정되고, 그 정도의 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B씨가 기어를 후진으로 변속한 후 가속페달을 밟았을 개연성이 높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는 사고 직후 오른쪽 눈과 코, 입 부위에 좌상 내지 출혈을 동반한 찰과상 등의 상해를 입었으나, 사고로 인해 택시 내부에 부딪혀 발생한 것인지, 폭행으로 인한 것인지 불분명하고, 목격자들도 멀리서 B씨가 ‘112에 신고해 달라’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어서 A씨가 B씨를 폭행한 사실을 목격한 정황을 알고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씨는 사고 직전 접촉사고를 낸 직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는 잘못으로 사고를 야기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보면, B씨 본인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타코미터 기록상 개인택시가 가드레일을 충돌할 당시의 속력은 시속 52km로 만약 피고인이 B씨의 주장대로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교통사고 당시의 충돌과 급제동으로 인한 원심력으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조수석 승객 역시 앞쪽으로 튀어나가 택시 내부에 부딪혀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사고로 인해 어떠한 상해를 입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서 B씨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과연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인지 상당한 의문이 들고, 안전벨트를 맬 것인지의 문제로 승객인 피고인과 시비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폭행당한 것이라는 취지의 B씨 진술의 핵심적인 부분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상당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출발 후 8초 만에 사고가 난 정황에 비춰 B씨의 졸음운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원심의 추론은 합리적인 근거에 입각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결론적으로 택시기사 B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음을 주된 근거로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운전자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에 대해 최종 무죄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피해자 B씨의 진술은 구체적 내용이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반하므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사망 교통사고…택시기사 “승객 폭행” vs 승객 “잠잤다” 진실은?
3년 만에 누명 벗은 승객…재판부, 개인택시에 설치된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와 안전벨트로 진실 가려 “졸음운전 사고” 기사입력:2013-08-21 14: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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