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가정보원이 비밀엄수 규정을 위반한 직원을 상대로 하는 조사는 단순히 징계절차를 위한 행정조사에 불과한 게 아니라 형사소추의 수사의 성격도 갖고 있으므로, 직원이 요구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시 말해 조사 당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진술을 거부한 직원에 대해 국정원이 해임 처분한 것은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6급인 A(45)씨는 2010년 12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출입할 당시 직권을 남용하고 국정원의 비노출ㆍ간접활동 지시를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강등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A씨는 2011년 1월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강등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은 A씨에게 “징계처분사유 설명서와 소청심사청구서에 불필요한 국정원의 내부동향 자료가 있고 직제가 노출돼 있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 부분을 삭제 또는 익명 처리 후 제출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보안성 검토결과를 통보했다.
그런데 A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했던 서류들을 보안성 검토결과에 따른 삭제 및 익명처리 등을 하지 않은 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A씨는 2011년 11월 보안업무관리규정 위반 혐의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됐다. 그 과정에서 A씨는 “변호사를 조사에 참여시켜 달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 조사담당자는 “이는 단순히 징계절차를 위한 행정조사에 불과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면서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자 국정원 보통징계위원회는 2011년 12월 A씨가 국가정보원법상 비밀엄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보안업무관리규정, 국가정보원 감찰업무규정상 조사방해를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 처분했다.
이에 A씨가 파면 처분에 불복해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12년 6월 파면을 해임 처분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A씨는 “답변 불응 내지 조사방해 행위를 한 바 없고, 설령 그렇게 비춰진다 하더라도,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봐야하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소송을 냈다.
그는 또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처분은 너무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최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국정원 직원 A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2012구합24344)에서 “해임 처분은 위법해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 적법절차 원칙에서 인정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가권력의 일방적인 형벌권 행사에 대항하기 위한 피의자ㆍ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징계절차에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당시 국가정보원직원법 비밀엄수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 국가정보원법에 국가정보원은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기도 하므로, 위 조사가 형식을 피의자신문이 아닌 행정조사라고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징계사유에 대한 조사와 형사소추를 위한 수사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국가정보원이 위 혐의를 조사함에 있어서는 피조사자인 원고에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권리를 침해당해 조사관의 답변요구에 불응하고 진술을 거부한 데에는 감찰업무규정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부분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점, 특히 원고가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에 제출한 징계처분사유설명서 등 서류는 일부 노출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만 징계처분을 다투는 데 필수적인 증거자료인 점, 비밀이 노출된 대상이 소청심사위원회나 법원인 점 등을 종합하면, 해임처분은 원고의 비위행위에 비해 너무 가혹하므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 “국정원, 변호인 조력 요구하는 직원 해임은 위법”
“국정원 조사는 단순히 징계절차를 위한 행정조사에 불과한 게 아니라, 형사소추의 수사의 성격도 갖고 있으므로” 기사입력:2013-08-09 17: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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