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친한 사회 동생을 생매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신 없는 살인사건’ 40대 피고인에게 대법원이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특히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13년형을 선고하자, 피고인이 재판부를 향해 “13년이 장난입니까”라고 말해 세간의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42)씨는 2007년 일용직 중장비 기사로 일하면서 알게 된 B(당시 31세)씨와 친하게 됐다. 이에 동업을 권유해 2차례에 걸쳐 사업자금으로 1290만원을 받았다.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B씨는 A씨와 어울려 다니면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전혀 주지 못해 불화를 겪다가 이혼했다.
하지만 사업은 지지부진이었다. 그러던 중 2008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물류창고 기초공사 현장에서 B씨는 “투자한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보호관찰 중이던 A씨는 친한 동생인 B씨로부터 고소 얘기를 듣자 순간 격분해 주먹으로 급소를 가격해 정신을 잃게 했다.
A씨는 이어 근처의 깊은 구덩이에 B씨를 밀어 넣었다. 정신을 차린 B씨가 “살려 달라”고 애원했으나, A씨는 굴착기를 이용해 흙을 부어 묻어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물론 A씨는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부모, 형제, 친구들과 아무런 문제가 없던 B씨는 사건 당일 이후 실종될 때까지 아무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물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병원이나 은행을 이용한 적도 없고, 해외로 출국한 기록도 없다.
유일한 증거는 A씨의 동거녀가 “A씨가 B씨를 구덩이에 묻어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이 전부였다. 검찰은 동거녀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봐 사건 당일 A씨가 B씨를 생매장한 것으로 판단한 것.
그런데 피해자의 시신을 찾지 못했고 범행 장소마저 정확히 밝히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A씨는 “억울하다”며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 의견을 냈다. 양형도 징역 15년이 3명, 징역 13년이 6명이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재판장 최동렬 부장판사)는 2012년 7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만장일치 유죄 평결과 다수의 양형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의 동거녀는 검찰과 법정에서 “A씨가 공사현장에서 피해자를 묻고 살해했다고 말했다. ‘왜 죽였냐’고 물어보니, B가 갑자기 사업을 하지 않겠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고,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해 집행유예기간 중이고 수배돼 있어 겁을 먹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진술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믿을만하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동거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가지, 휴대폰, 신분증 등을 불에 태우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피고인 역시 옷가지를 태운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행위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동업하기로 한 친한 동생인 B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는데도 A씨가 전혀 찾지 않은 점도 유죄 판단에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충분한 간접사실로 인정했다.
이런 점을 종합한 재판부는 “신빙성 있는 동거녀의 진술과 여러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덩이에 묻어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가 잠적할 가능성도 있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형사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피해자가 생존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며 징역 13년형을 선고하자, A씨는 재판부를 향해 “징역 13년이 장난입니까”라고 말해 세간의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11일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재촉하는 친한 사회 동생을 생매장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된 A(4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소사실(범행 시각과 장소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상고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 등에 비춰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적시해 특정하면 족하고, 그 일부가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그와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해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살인에 관한 공소사실 중 범행시간이 특정한 시점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범행의 장소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더라도 이것들과 함께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해 이 부분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도의 공소사실 적시에 의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이런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돼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한 경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한 간접증거를 통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사현장에서 생매장해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형량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 동기, 수단과 경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징역 1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 친한 동생 생매장 ‘시신 없는 살인사건’ 징역 13년
“살인 직접증거는 없지만, 생매장을 뒷받침할 만한 간접증거만으로 유죄 인정할 수 있다” 기사입력:2013-07-11 15: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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