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BBK 특별수사팀 ‘명예훼손’ 정봉주 손해배상 패소

정봉주 “검찰 BBK 수사결과는 이명박 덮어주려 애쓴 짜맞추기 부실수사” 의혹 제기 기사입력:2013-06-28 12:42:1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사건을 맡았던 특별수사팀 검사 8명이 ‘짜맞추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패소를 확정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BBK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부장검사)은 2007년 12월 5일 당시 대선을 앞두고 BBK와 관련된 이명박 대선후보의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명박 후보자가 김경준과 공모해 BBK와 관련된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이명박 후보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당시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 공동단장으로 활동하던 정봉주 민주당 의원은 즉각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의원은 “이명박의 혐의를 덮어주고 가려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너무나도 역력하다. 검찰이 파묻어버린 BBK사건 9대 의혹에 즉각 답변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스스로 ‘짜맞추기 부실수사’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은 김경준의 BBK 지분은 50%에 불과함을 입증하는 자필 메모를 확보해 두고 있다. 검찰이 갖고 있다는 김경준의 자필 메모를 공개하라”며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여러 가지 증거를 누락시켰다. 2002년 부실수사에 이어 또다시 검찰이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12월 7일 현안브리핑을 통해서도 “이명박이 BBK를 100%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하면서 이명박이나 검찰에게 유리한 자료만 공개했다. 짜맞추기 수사는 대선이 끝난 다음에 짜맞추기 수사로 검찰 몇 명이 옷 벗어도 자기들은 대통령되고 난 다음이니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조작수사, 왜곡수사, 부실수사에 대해 책임져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국민의 상당수가 수사결과를 믿지 않는 가운데, 2007년 12월 16일 이명박 후보가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에서 강연을 하면서 자신이 직접 BBK를 설립했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내용의 동영상이 공개돼 의혹은 더욱 커졌다.

결국 국회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특별검사가 임명돼 수사가 진행됐다. 특별검사는 2008년 2월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BBK 등을 동업으로 운영하면서 김경준의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과 회사자금 횡령 범행에 가담하거나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특별수사팀 검사 8명들은 “김경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혐의를 덮어주기 위해 이 후보에게 불리한 증거자료를 숨기거나 은폐하는 방법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사실이 없고, 이 후보에게 불리한 김경준의 자필 메모를 고의로 숨기지도 않았음에도, 정봉주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8민사부(재판장 신일수 부장판사)는 2010년 7월 정봉주 전 의원은 특별수사팀장 최재경 부장검사와 김기동 부부장검사에게 각 500만원, 나머지 6명의 검사들에게 각 100만원씩 총 1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기자회견에 관한 언론보도 내용을 접한 일반인들로서는 검사들이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한 유리한 처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는 등으로 짜맞추기식 조작수사 내지 부실수사를 한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므로, 검사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그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9민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2011년 4월 정봉주 전 의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검사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정봉주)는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의 공동단장으로 활동했으며,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는 검찰이 여러 가지 증거를 누락시켜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고, 피고는 김경준의 자필 메모 등을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의 최종수사결과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피고가 짜맞추기 수사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건의 수사에서 검찰의 사건처리가 불공정하다는 의혹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수사적으로 과장 표현한 것으로서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정당 활동의 보장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발언 당시 그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고 피고의 발언으로 검사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다고 해 바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의 발언이 공직자 또는 공직 사회에 대한 감시ㆍ비판ㆍ견제라는 정당한 표현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은 검사들의 상고(2011다40397)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8일 BBK 사건 특별수사팀 검사 8명이 “이명박을 덮어주려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정당의 간부나 대변인이 하는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이 종종 사용되고 이는 수사적인 과장표현으로서 용인될 수도 있으며, 국민도 정당의 정치적 주장 등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지 않으면 비록 단정적인 어법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를 정치공세로 여길 뿐 그 주장을 그대로 객관적인 진실로 믿거나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위법성을 판단할 때는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검찰 등 국가기관의 수사과정에서 직무집행이나 업무처리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며 “특히 대통령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건에 관한 검찰 직무집행의 적법성 및 공정성에 대한 정당의 감시기능은 정당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므로 이런 감시와 비판기능은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당이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는 등이 감시와 비판을 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해 곧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런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나아가 그런 발언이 공직자에 대한 감시ㆍ비판을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는 그 발언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의혹 사항의 내용이나 공익성의 정도,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정도,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그 밖의 주위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검찰의 김경준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공직담당적격을 검증하는 의미가 있어 국민적 관심 대상이고, 피고의 발언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BBK 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관심 사안인 한편, 검찰은 김경준의 자필 메모를 하나의 근거로 삼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피고가 갖고 있던 김경준의 자필 메모는 검찰의 것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있어 피고로서는 검찰의 수사절차에 의문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었고, 피고가 자필 메모의 작성자와 기재 내용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가 ‘짜맞추기 수사, 조작수사, 왜곡수사, 부실수사’ 등의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이는 피고가 당이 구성한 대책단의 공동단장 지위에서 검찰의 사건처리가 불공정하다는 의혹에 관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수사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서, 정당 간부 등의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피고의 발언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정당 활동의 보장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어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대책단장인 피고가 소속 정당이 고발한 BBK 사건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검찰에 김경준의 자필 메모를 미리 제공하거나, 기자회견 발언을 하기에 앞서 검찰에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피고의 발언 내용이나 표현방식, 공익성의 정도,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원심이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그 수사과정의 적법성과 공정성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돼야 하므로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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