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남편과의 불화로 몰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 친정으로 돌아간 여성에게 형법상 약취(略取)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의 증가와 함께 부모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 사건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기준을 선언한 대법원의 첫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또한 이번 판단은 향후 국내에서 이혼절차를 밟는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간 행위가 약취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사건 개요
법원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여성인 A(26)씨는 2006년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해 아들을 낳고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2008년 친구 집에 갔다가 버스를 놓쳐 외박한 일로 남편의 박대를 받게 되자 한국 생활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에 A씨는 남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당시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베트남으로 가 버렸다.
이후 A씨는 아들을 베트남 친정에 데려다 두고 양육비를 벌기 위해 2주 후 혼자 한국에 재입국해 거주하다가, 자녀를 국외로 약취한 사건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A씨를 국외이송약취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1심 형사재판 중 A씨는 남편과 협의이혼했다. 이때 아들의 양육자는 A씨로 정해졌다.
이 사건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남편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피해아동(아들)을 베트남으로 데리고 간 행위는 남편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당시 피해아동이 생후 13개월로서 어머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던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아동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아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도 성장환경, 양육환경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아버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라게 됐다”며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 사건의 법률적 쟁점
이번 사건은 부모가 함께 어린 자녀를 키우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상대방과 협의하거나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혼자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출국한 경우에 이를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보통 아동약취라고 하면 유괴행위를 떠올리게 돼, 부모를 약취죄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부모도 사안에 따라 약취죄로 처벌될 수 있다.
부모라고 해서 자녀와 관련된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다. 부모의 행위 때문에 자녀의 복지가 침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08년 1월 미성년자를 보호 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2007도8011)한 바 있다.
위 사례는 외할아버지가 정상적으로 키우고 있는 손녀딸(12세)을, 딸의 의사에 반해 억지로 데리고 온 아버지에 대해 미성년자약취ㆍ유인죄를 인정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이번 사건과 같은 행위가 약취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이 사건의 유무죄 결론은 국제결혼뿐만 아니라, 국내 이혼 과정에서 벌어지는 자녀 선점행위에도 적용될 여지가 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3월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사법부 사상 최초로 재판에 대한 생중계방송이 실시됐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엄마로서 보호ㆍ양육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0일 국외이송약취, 피약취자 국외이송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26)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4328)에서 “피고인이 폭행ㆍ협박 또는 불법적인 힘을 사용해 자녀를 베트남으로 데려갔다거나 보호ㆍ양육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해 그 보호ㆍ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 달리 미성년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ㆍ양육해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ㆍ협박이나 불법적인 힘을 행사함이 없이 자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보호ㆍ양육을 계속했다면, 그 행위가 보호ㆍ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았더라도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실력을 행사해 자녀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ㆍ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모(母)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보호ㆍ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를 폭행ㆍ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해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 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신영철ㆍ김용덕ㆍ고영한ㆍ김창석ㆍ김신 대법관 반대의견 “‘약취’에 해당해 유죄”
반면 신영철ㆍ김용덕ㆍ고영한ㆍ김창석ㆍ김신 대법관은 A씨의 행위는 ‘약취’에 해당해 유죄라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ㆍ양육하던 유아를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국외로 데리고 나가 상대방의 친권행사를 곤란하게 한 행위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유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겨 상대방의 보호ㆍ양육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공동친권자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 다른 공동친권자의 의사에 반해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국내 거주지를 이탈해 국외로 이전하는 행위는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자녀의 이익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부모 중 일방이 그러한 절차를 무시해 자녀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과나 우려를 낳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적절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함부로 주관적ㆍ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자녀의 복리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반해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다수의견의 결론은 다문화가정의 현실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로 하여금 자국민의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다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해 유아인 자녀를 피고인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기고, 이로써 자녀를 종전의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그의 이익을 해함과 아울러 공동친권자인 상대방 부모의 보호ㆍ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외이송 약취죄와 피약취자 국외이송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 이인복ㆍ이상훈ㆍ박병대ㆍ박보영ㆍ김소영 대법관 보충의견
아울러 이인복ㆍ이상훈ㆍ박병대ㆍ박보영ㆍ김소영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이 사건과 같이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미성년 자녀를 국외로 데리고 나간 경우에 대해서는 그 행위에 합당한 처벌규정을 제정하고, 여권의 발급ㆍ제한과 출입국관리 등 관계되는 제도를 개선하며, 국제결혼 관련 국가와의 외교적 해결방안을 마련해 두는 등 반대의견에서 제기한 문제점의 시정과 해결을 위한 입법적ㆍ행정적 노력과 조치가 조속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간 행위와 관련, 형법상 약취죄로 처벌될 수 있는 요건과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선언한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 남편 몰래 외국 친정에 아기 맡긴 여성 무죄
대법원 전원합의체 “국외이송 약취죄 무죄”…대법원의 첫 사법적 판단 기사입력:2013-06-20 18: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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