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최근 법원공무원들의 사망사고가 급증하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가 21일 사법부 공무원들의 고충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해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22일 인천지법 법원공무원(42세)이 또 뇌종양으로 사망해 법원공무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동료들의 잇따른 사망사고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법원공무원들은 지난 4월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먼저 법원본부가 제작한 동영상은 최근 영화로 개봉돼 화제를 불러온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한 ‘레법원제라블’이다. 법원노조가 설립된 이후 법원공무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부에서 볼 때 선망의 직업군인 법원에서 지난 2010년 이후 3년간 43명의 법원공무원(판사 3명 포함)들이 사망하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사고 중 15명은 자살이었다. 또 올해들어 4개월 동안 벌써 법원공무원이 8명이나 사망했고, 이 중 3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오늘 또 인천지법 법원공무원의 사망소식으로 한 명 더 늘게 됐다.
그 원인으로 법원공무원들의 복작하고 과중한 업무, 고도의 책임성, 지속적인 감정노동으로 인해 자살, 뇌출혈, 각종 스트레스성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으로 진단하고 있다.
▲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제작한‘레법원제라블’의 한 장면
법원본부(이상원 본부장)는 “이번 동영상 ‘레법원제라블’은 법원공무원들의 현실의 절박함을, 나아가 사법부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사법부에서 죽음의 행렬이 멈춰지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본부장도 22일 <로이슈>와의 전화통화에서 “동영상을 만든 이유는 판사들도 마찬가지고, 법원공무원들의 과도한 업무량,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제작한‘레법원제라블’의 한 장면
동영상 ‘레법원제라블’의 가사도 법원공무원들의 현실적인 고충을 그대로 담았다.
법원공무원들은 근무 중 계속되는 상담과 민원으로 자신의 본래 업무는 퇴근해야 할 시간인 오후 6시부터 해야 할 지경이란다. 심지어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까지 생긴다고 하소연이다. 이렇게 야근과 특근에 시달리다보니 ‘일하는 기계냐’라는 아우성이다.
▲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제작한‘레법원제라블’의 한 장면
재판에 참여하는 법원공무원들의 경우 재판이 끝난 지 한참이 됐어도 재판기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밤 10시에 퇴근하면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업무량에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법관들도 예외일 수 없다.
책상에 쌓인 업무가 끝나기도 전에 또 쌓이는 ‘서류 폭탄’에 한 숨만 나온다고 한다.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둘러봐도 그 동료 또한 마찬가지여서 어쩔 수 없이 어깨가 빠지도록 일하고 있다는 한탄이다.
때문에 법원공무원들은 자신의 일터인 법원을 ‘죽음의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다. ‘다음은 누구 차례냐’며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공무원들의 공포에 가까운 우려가 또 현실로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지방법원에서 이날 비보가 발생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것. 현재 대법원이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또 불행한 일이 발생해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서둘러야 할 이유할 이유다.
▲ 법원본부(법원노조)가 제작한‘레법원제라블’의 한 장면
이상원 본부장은 <로이슈>와의 전화통화에서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인천지법에서 법원직원(42)이 또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 44명 째다”라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말을 잊지 못하던 그는 “그 중 80%가 넘는 35명이 암, 자살, 뇌출혈, 스트레스성 질병 등으로 숨졌다”며 “법원 업무의 특수성과 과중한 업무가 법원공무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대법원에 호소했다.
그는 “재판 관련 법원 업무의 특수성이라는 것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결국 해답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충원만이 답”이라며 “계속되는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에서 하루빨리 인력충원을 해 줄 것을 조합원들을 대표해 간절히 바란다”고 대법원이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레법원제라블’은 동이 트기 전 어두운 새벽에 법원공무원이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근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끝에서는 한 송이 국화꽃 위로 지난 3년간 숨진 법원공무원들(판사 포함)의 명단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동료였던 그들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레법원제라블’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는 출연진은 가극단 ‘미래’ 단원들이고, 엑스트라로는 이상원 본부장 등 법원공무원들이 참여했다.
◈ 법원직원 사망사고 급증 충격…법원노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호소
앞서 법원노조는 지난 4월30일 “수년간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법원직원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법원행정처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사법행정으로 인해 사망사고는 그 수와 속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법원공무원들이 긴급구제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노조는 긴급구제 신청서에서 “현재 사법부 구성원들은 3년여 전부터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법원공무원 사망사고에 직면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벌써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 중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상황에서 내부통신망에 게시되는 경조사 글조차 읽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최근 잇따르는 법원직원들의 사망사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보다도 많은 숫자이며, 올해 들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률보다 더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참담한 현실에 법원구성원들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법원공무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지난달 30일 긴급구제 신청서를 접수하는 모습
법원노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법원 내 잇따르는 사망사고는 법원업무 특성에 기인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량에 주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법원노조는 “최근 6~7년간 사법부는 공판중심주의나 집중심리주의 도입 등 민ㆍ형사재판을 비롯한 전 영역에서 엄청난 사법 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업무환경에 당연히 따라야 할 인적ㆍ물적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지금껏 직원들은 그에 따라 누적되는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계속적으로 감내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이 누적된 고통 속에 병들어 가는 직원들에게 인력충원이나 업무 부담을 감소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또 다시 새로운 제도 도입과 적응을 재촉함으로써 결국 직원들의 도미노 죽음이라는 사법부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노조는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료직원들의 잇따른 죽음의 행렬을 더 이상 방치하거나, 시간을 끌 수 없는 긴박하고도 절실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올 들어 한 달에 2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의 직장’ 법원에서 더 이상의 동료들의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을 담아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에서 법원직원들의 업무량 등 살인적인 근무환경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근무환경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비인권적인 부분을 개선시키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종합)법원노조 “사법부 죽음의 행렬 멈추길”… ‘레법원제라블’ 동영상 제작
국가인권위위회에 긴급구제 신청하고, 동영상 제작해 대국민 호소 나섰는데 22일 인천지법 법원직원(42) 뇌종양으로 또 사망…3년간 44명 째 충격 기사입력:2013-05-22 12: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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