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직 유지할까…대법 “누락된 사전선거운동 판단하라”

1심, 징역 2년→항소심, 대부분 무죄 선고하며 벌금 80만원→대법원, 파기환송 기사입력:2013-05-09 16:05:14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당내 경선과정에서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기 위한 사조직을 동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벌금 80만원으로 기사회생했던 박주선 의원이 대법원 판결로 노심초사하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이 선고된 박주선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사기관 및 사조직을 설립ㆍ이용한 부분에 대한 판단이 누락된 사전선거운동 부분을 추가로 심리하라”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 보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은 무효가 된다. 때문에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광주고법이 유죄로 판단할 경우 벌금 100만원을 넘는 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박 의원으로서는 의원직 유지에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로써 그동안 3번 구속돼 3번 무죄를 선고 받은 진기록을 갖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 이번에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먼저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 의원은 작년 4ㆍ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광주 동구 선거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모바일 경선인단의 모바일 투표를 통한 ‘국민경선제도’를 도입했다. 박주선 의원은 보좌관 등 참모진에게 지시해 선거운동을 위한 동구 관내 동마다 경선대책위원회,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등 유사기관과 사조직을 운영하고 모바일투표 경선인단을 모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박 의원이 참모진과 공모해 2010년 광주 동구청장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태명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사람들이 중심이 돼 활동하던 ‘OOOO여성회’를 비롯해 구청장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던 사람들을 모아 광주 동구 13개 동마다 이른바 경선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선거구민들을 상대로 모바일 경선인단 등록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동장 13명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독려하던 전직 동장 J씨가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속에 적발되자 현장에서 투신자살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반면 박주선 의원은 “대책위원회 등과 관련해 참모진과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경선운동이므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고, 단순히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독려한 것은 경선운동이 아닌 경선준비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심인 광주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문유석 부장판사)는 2012년 6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주선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박주선은 시ㆍ구의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라고 독려한 점, 피고인의 최측근들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박주선이 총선을 3개월, 당내 경선을 1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에 계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동장들의 모임에 참석해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돕는 것 자체가 위법한 동장들을 상대로 ‘법 테두리 내에서 도와 달라’와 말하고, 18대 의정활동에 관해 설명하며 자신이 동구를 위해 열심히 일했고, 또 다시 당선되고자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의례적인 행위를 넘어선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독려하던 J씨는 단속 현장에서 투신자살했고, 동네 통장으로 일하던 평범한 가정주부 등 여러 사람들이 구속돼 옥고를 치르고 법정에 섰고, 박주선의 보좌관 등 최측근들은 도피했다가 체포되는 등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선거가 피와 눈물, 돈으로 얼룩진 비극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극에는 중한 책임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범행으로 인한 이익은 최종적으로 상급자들에게 귀속되는 것이고, 하급자들의 실행행위는 상급자들의 권위와 힘을 이용해 비로소 가능하게 되는 것인 만큼 실제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않은 상급자라 하더라도 실행행위를 행한 하급자보다 가볍게 처벌할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대부분 무죄로 판단해 벌금 80만원 선고

그러자 박 의원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 중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됐으나,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창한 부장판사)는 2012년 9월 박주선 의원의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동구청장과 동장들의 모임에 참석해 도와 달라고 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박 의원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경선대책위원회 설립 및 활동은 당내 경선에서 박주선을 지지하는 모바일투표 경선인단을 모집하기 위한 것인 점, 경선대책위 구성원들이 모바일투표 경선인단으로 등록할 것을 독려했을 뿐 총선에서 박주선의 지지를 권유하지는 않은 점, 당내 경선에서 후보자로 선출되지 못하면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가 제한돼 당내 경선 승리가 최우선 목표일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공소사실은 박주선을 당내 경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로 선출시키기 위한 경선운동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선거운동 성격까지 가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사조직 설립에 대해서도 “공직선거법은 사조직의 설립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이미 설립된 사조직을 이용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이 기존 사조직인 ‘OOOO여성회’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음에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참모진이 조직을 설립해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자고 제안하고, 박주선 의원이 이를 승낙해 공모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선거 참모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고, 검사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현직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 공정한 선거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할 위치에 있음에도 현직 구청장과 함께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큰 동장 모임에 참석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히 처벌할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과거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재판과 구금으로 인해 상당한 고초를 겪은 점, 피고인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 대법원 “유사조직으로 사전선거운동 했는지 판단하라”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박주선이 총선과 당내 경선을 앞두고 계획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동장들의 모임에 참석해 현직 공무원으로서 선거운동이 엄격히 금지되는 동장들을 상대로 ‘법테두리 내에서 도와 달라’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한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주선과 참모진이 이용한 선거대책위나 OOOO여성회가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면서 박주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행위가 당내 경선운동을 구실로 실질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주선을 당선되게 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 역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심은 경선인단 모집활동에 박주선이 공모한 혐의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이 부분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박주선 의원이 ‘계림1동 비상대책추진위원회’ 등 유사기관 및 사조직을 설립해 경선인단 모집활동을 하며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며 상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사는 유사기관ㆍ사조직 설치금지 위반죄 외에 별도로 사전선거운동죄에 관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1심은 이 부분 사전선거운동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고, 원심도 1심이 재판을 누락한 것에 대해 직권으로 심판해야 함에도 이를 간과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유사기관 및 사조직 설립ㆍ이용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재판을 누락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이 부분을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에 출마할 정당 추천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에서의 당선 또는 낙선을 위한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판시한 것이어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예외적으로 당내 경선행위임을 구실로 실질적으로 공직선거 본선을 위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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